[이투뉴스] "영상을 보는데 정말 겁나던데요. 길바닥에 잔뜩 깔려 흐르는 하얀 가스 기체가 화면을 꽉 채운 걸 보면서 아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가스를 안다는 우리도 이러니 일반인들은 그 영상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겠어요.”

새해 첫날부터 전국 을 떠들썩하게 한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장평 LPG충전소 폭발사고 영상을 본 한 가스산업 종사자의 말이다. 

이 사고는 안전관리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인재(人災)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여기에 기계적 결함까지 더해졌다는 지적이다. 안전관리자가 제자리를 지키지 않은 채 벌크로리 운전자가 LPG를 이·충전하는 과정에서 로딩암과 충전호스를 분리하지 않고 차량을 이동시켜 가스가 누출된 데다, 차량 오발진방지장치(리미트 스위치)도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적, 기술적 측면의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판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사고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감독·관리 기관인 한국가스안전공사는 LPG충전소 전수 특별점검에 이어 유사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수립한다고 분주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대책 수립이 한 두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021년 4월 3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구 LPG충전소에서 탱크로리 운전자가 안전관리자 없이 LPG탱크로리에서 저장탱크로 가스를 이·충전하던 중 LPG가 누출·폭발하는 사고가 빚어졌다. 지난 2022년 11월 15일에는 대구 서구 LPG충전소에서 LPG저장탱크에서 벌크로리로 가스를 이·충전하던 중 호스를 로딩암과 분리하지 않은 채 차량을 이동시키다 누출된 가스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때마다 정부와 유관기관은 특별점검과 함께 보완대책을 마련해 유사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천명했으나 결국 홍보용 미사여구에 그쳤다.  산업체 등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수요처에 설치된 소형저장탱크가 전국적으로 10만대를 넘고 이들 시설에 가스를 이·충전하는 벌크로리가 2000대에 육박하며, 갈수록 그 숫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사고 개연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온갖 규정을 만든다 해도 인적 측면의 실수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는 새해 첫날 충격이 가시지도 않은 23일에도 강원도 평창군 강원LPG충전소에서 똑같은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한 데서 잘 드러난다. 지난 1일 폭발사고를 일으킨 장평LPG충전소가 기존 거래처에 LPG를 공급하기 위해 이곳의 저장시설을 이용해 벌크로리 LPG 이·충전 작업을 하던 중 빚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계도 강화와 지속적인 감독·관리는 물론이고, 어떤 경우에도 안전 자동화시스템이 작동하는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수장으로 지난 2일 취임한 박경국 사장은 당시 강경성 산업부 2차관과 함께 곧바로 사고 현장을 찾아 대책마련을 강조했다. 사실상 박경국 사장이 TFT 최고책임자가 된 셈이다. 새롭게 내놓을 안전대책에 얼마나 현실적이면서도 실효적인 내용이 담기는지 눈여겨 볼 일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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