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과거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전체를 조망하고 전기, 가스, 신재생, 자원개발 등 원별·기능별 기본계획이 이를 보완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에너지를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에너지 분야는 어느새 전기공화국이 돼버렸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수립이 지연되는 가운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다양한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추가 기수부터 가스복합과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등에 대한 많은 추정과 이에 대해 일희일비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전기본 초안을 만드는 위원들 간은 물론 실무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부와 용산 대통령실 간에도 이견으로 삐걱거린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당초 지난해 나오기로 돼 있던 초안이 연말로 미뤄졌고, 다시 1월말에서 또 3월말로 변경되는 등 일정이 계속 어긋나고 있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커지고 있다.

너도나도 전기본 소식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 현실도 문제다. 발전용량이 큰 원자력발전소를 얼마나 더 짓느냐에 따라 여타 발전원이 모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석탄을 비롯해 가스,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시나리오에 따라 휘청이는 이유다.

전력수요 예측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역대급 수요증가가 전망되고 있어서다. 급증하는 전기자동차와 용인에 건설되는 반도체단지가 대표적인 핑겟거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윤석열 정부가 여러차례 강조한 에너지효율혁신을 통한 수요억제가 아닌 공급확대 기조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비교적 독자적으로 가던 집단에너지마저 전기본에 편입시키겠다고 나서는 등 문어발식 확장도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효율 향상 및 온실가스 감축, 분산에너지 확대라는 대명제는 무시한 채 집단에너지가 전력시장을 잠식한다는 꼬투리만 잡는다. 

산업이 경제를 뒷받침하는 우리나라 구조에서 전기가 매우 중요한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또 미래 최종에너지는 전기로 귀결되고, 전기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이슈가 될 것이란 예상도 대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아직은 전기가 블랙홀처럼 모든 에너지원을 빨아들일 수 없을뿐더러 그래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원가반영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전기요금이 모든 에너지가격의 왜곡을 불러오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 물론 전기요금은 포퓰리즘에 물든 정권이 만든 문제다. 하지만 전력당국의 아전인수격 에너지정책과 기득권 지키기도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에너지기본계획 대신 저탄소녹색성장기본계획이 기후·에너지 분야 국가계획이 된 상황에서 무엇이든 조정과 조율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기본이 다른 에너지계획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 무시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면 언제든 탈이 나게 마련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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