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수소인증 시 생산단계 한정 배출량 계산
수소→암모니아→수소 개질 때 CO₂ 더 발생
“국가차원 온실가스 감축에 역행하는 결과"

수소 유통사용 유형별 탄소배출 현황 (정부의 청정수소 인증제는 전주기가 아닌 수소생산 단계에 한정해 탄소배출량을 
수소 유통사용 유형별 탄소배출 현황. 정부의청정수소 인증제는 전주기가 아닌 수소생산 단계에 한정해 탄소배출량을 계산할 방침이다. 

[이투뉴스] 세계 최초의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을 앞두고 시장선점을 향한 예비사업자들의  물밑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청정수소 인증 탄소배출량 기준을 수소 생산단계(Well To Gate)로 한정해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을 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해외 생산수소를 암모니아로 개질해 들여와 이를 다시 수소로 바꿔 사용하는 과정에 배출되는 다량의 온실가스나 천연가스 개질수소에서 탄소를 포집·수송·저장할 때의 발생량은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미여서다.

올해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을 통해 2027년과 이듬해부터 15년간 상업운전 예정인 청정수소발전량은 각각 3500GWh·3000GWh이며, 이들 사업에 투입되는 보조금은 최대 연간 약 2조원씩 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전원을 확대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추진하는 청정수소발전이 무늬만 청정인 ‘다(多)탄소발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이투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롯데케미칼과 한화, 한전 발전자회사, 민자석탄사, SK E&S 등 청정수소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국내 대기업과 발전사들이 검토하고 있는 국내·외 수소 유통·사용과정의 단계별 탄소배출 지점은 대략 ①~③과 같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는 아직 양이 적고 비싼데다 수송·저장이 매우 까다로운 수소의 특성상 암모니아로 전환해 활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현실적이라서다.

이런 현실에 비춰 당장 해외 생산수소를 들여와 발전용으로 쓴다면, 전주기 관점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게 아니라 되레 발생량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우선 해외수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한 후 재개질해 활용하는 방식(①)의 경우, 천연가스 개질부터 수소→암모니아 전환 후 암모니아→수소 재개질 때 적잖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천연가스를 바로 터빈에서 연소하는 기존 방식보다 3~4단계 추가공정이 필요하다.

같은 생산과정을 거쳐 들여온 암모니아를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에 주입해 혼소(混燒)하는 발전자회사 방식(②)도 마찬가지다.  수소터빈 방식처럼 암모니아→수소개질은 불필요하지만 복합대비 보일러 효율이 낮아 탄소배출량은 도긴개긴이다. 천연가스를 개질하는 과정에 직접 탄소를 포집해 이를 해외 폐가스전 등에 매립하는 또다른 방식(③) 역시 탄소포집·운송·저장과정에 추가로 탄소를 배출하고, 지하저장은 장기누출 우려가 높다.

문제는 정부가 지난달 말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청정수소 인증제 설명회에서 향후 이들사업자의 수소 청정성 여부를 검증할 때 이런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수소생산 원료조달부터 수소생산 후 출하지점(Well To Gate)까지의 탄소배출량만 따지겠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공정 앞단에서만 청정수소 인정기준(수소 1kg당 탄소 4kg 이하)을 충족하면 나머지 공정에서의 배출량과 관계없이 청정수소 자격을 갖추게 된다.

가령 호주에서 천연가스로 만든 수소를 암모니아로 바꿔 수입하는 발전사가 있다면, 천연가스 개질과정의 탄소배출량만 기준값 이내로 챙기면 청정수소 인증과 입찰참가가 가능해진다.  수소를 암모니아로 바꿔 선적한 뒤 이를 다시 수소로 개질하는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소를 암모니아로, 암모니아를 다시 수소로 개질하는 공정의 탄소배출량은 베일에 가려있다. 인도와 아르헨티나 등에서 추진된 실증사업의  성공여부도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플랜트분야 한 전문가는 “청정수소인증에 이런 구멍이 생겼다는 걸 정부나 용역기관(에너지경제연구원)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그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면서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든다는 생각만 하는거다. 현실은 천연가스로 수소를 만들고, 그 수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해 수송·활용하면서 전체 사이클에서 엄청난 양의 탄소를 추가 배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수소 생산과정에만 탄소가 적게 나오면 이후는 생각하지 않겠다는건데, 입찰시장에 뛰어든 사업자들의 사업성은 확보될지 몰라도 국가차원의 온실가스 감축은 역행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탄소감축을 위해서라면 천연가스를 수입해 바로 터빈에서 연소하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다. 인증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부연했다.

충분한 사전검토와 준비를 위해 청정수소시장 개설을 늦춰야 한다는 여론도 비등하다. 발전사들에 따르면 산업부는 수소경제정책국 주도로 격주에 한 번씩 발전사 실무자급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발전사들은 사업 특성 대비 투자승인을 위한 준비기간이 너무 촉박하고 상업운전 시점(2027년)도 지나치게 빠르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사들은 올해 첫 입찰 참여 여부와 투찰가를 놓고 한창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B 발전사 관계자는 “세계 첫 시장개설이란 의미도 좋지만, 너무 연연하지 말고 미래 청정수소시장의 초석을 우리가 어떻게 놓을지, 산업적 효과는 어떻게 극대화 할지, 국가적인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어떻게 거둘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도 수소를 다시 두드려보고 건너는 시점이다. 사업자로서는 조급증이 일지만, 좀 더 신중하게 간다고 나쁠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A 전문가는 "매년 약 2조원씩15년을 투자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에 그렇게 투자하면 어떨까"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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