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에너지위원회서 '전력시장 제도개선 방향' 논의
한전 포함 '전력시장 개편 추진단' 꾸려 논의 이어가기로

[이투뉴스] 정부가 지역별 송전비용과 발전소 여건 등을 고려해 도매 전력시장가격(SMP)을 차등하고, 장기적으로는 송전비용과 판매원가도 소매요금에 반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원전은 한때 석탄화력 등에 적용하려다가 철회한 정부승인차액계약제(Vesting Contract)를 도입해 수익률을 보장하고, LNG발전도 이와 유사한 장기차액계약제(Contract for Difference) 등의 발전사-판매사(한전)간 쌍방계약을 유도키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안덕근 장관이 주재하는 제31차 에너지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이 포함된 '전력시장 제도개선 방향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우선 올 하반기 제주에서 실시간시장과 예비력 시장, 육지에서는 LNG용량시장을 각각 시범 개설한다. 재생에너지 입찰시장도 제주에서 처음 연다. 제주 실시간시장은 15분 단위로 발전자원을 낙찰해 당시 가치로 유연성 가치를 보상할 예정이다. 동시에 하향예비력(전력을 즉각 쓸수 있는 자원)까지 포함하는 예비력 시장을 개설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하루전 계획과 당일 실계통 운영간 오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으나 기존처럼 연료비 순서만으로 수급계획을 세워서는 실시간 수급에 차질이 벌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오후 1시 기준 수급오차는 2012년 1.2GW에서 지난해 2.5GW로 커졌고, 제어가 어려운 비중앙급전자원 비중도 2001년 0.3GW에서 지난해 21.3%로 늘었다.
연료비 순으로 급전순위를 결정하는 현행 CBP(변동비반영시장)제도는 도매단의 제한적가격입찰제(PBP)를 거쳐 중장기적으로 판매사업자까지 참여하는 전면적인 양방형입찰제(TWBP)로 전환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 과정에 열제약 발전기 등이 우선 급전하는 현행 경직적 자기제약 발전도 향후 가격입찰 대상으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분산에너지특별법 제정 등의 취지를 살려 20년 이상 지속한 전국 단일 시장가격 체제 개편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역별 송전비용과 발전자원 여건을 따져 도매 SMP(전력시장가격)부터 단계적으로 차등하고, 수요자원(DR)도 지역 분산 관점에서 자원을 모집하고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당국은 우선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만 구분해 SMP를 차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원거리 송전으로 전력을 조달하는 수도권에 제 비용을 물린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비수도권 도매 SMP(LMP)만 떨어뜨려 재생에너지를 구축하는 역효과를 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장기적으로 소매요금(소비자 전기료)까지 차등을 추진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하지만 지역별 소매요금제에 대한 정치적 수용성을 고려할 때 구두선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매요금 차등을 동시에 시행해야 수요의 분산화란 애초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물시장 중심의 전력시장도 안정성과 효율성을 고려해 계약시장 중심으로 전환을 추진한다. 원전과 수력 등 저원가 발전기는 VC로 묶어 수익 안정성과 적정 건설 유인구조를 확보하기로 했다. 원전의 VC 도입은 출력제한 확대와 정산조정계수 적용으로 건설비 확보가 요원해진 한국수력원자력 측이 정부 측에 먼저 제안한 제도다.
이밖에도 정부는 LNG발전기도 계약가격과 SMP간 차액을 보전 정산하는 방식의 차액계약(CfD)를 장려해 발전사-판매사간 리스크 헤지를 유도하기로 했다. LNG, 재생에너지, ESS 등을 대상으로 개설할 예정인 용량시장은 적정 수익을 제공하되 경매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원전 VC와 LNG CfD는 내년까지 도입하고, BESS(배터리ESS)의 중앙계약시장은 2026년 추가 개설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역별 차등 SMP와 차등요금제는 2026년 도입이 목표다. 육지 실시간시장과 예비력시장, 양방향입찰제 도입은 차세대 EMS(중앙전력관제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는 2027년 이후로 일정을 잡았다. 정부는 이들 전력시장 개편작업이 방대한 만큼 한전과 에너지공단, 발전사 파견 인력 등으로 구성된 가칭 '전력시장 개편 추진단'을 꾸려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전력시스템에 대한 기여와 책임에 비례하는 보상구조를 확립하고, 설비진입 단계부터 실시간급전까지 시장경쟁을 강화하되 전력당국의 개입은 최소화하는 방향의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