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제협력 秘話 ②] 여름엔 고려항공 기내서 부채 나눠줘

▲ 북측 안내원이 명소 앞에서 설명을 하다 수줍게 웃어 보이고 있다. <사진-조찬제>

[이투뉴스/기고] 북한의 돌과 흙은 반출이 금지돼 있다. 그런데 금강산 옥류관 식당 옆 계곡에는 예쁜 돌이 많다. 마음에 드는 돌을 하나 주워 "이것을 가져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북측 인사에게 물었다. 역시 그들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자신 있으면 알아서 가져가라'는 눈치였다.

▲ 조찬제 편집위원

연탄도 많이 전달했는데 이까짓 돌 하나 가져간다고 큰일이 생기겠냐는 생각에 등산양말 속에 넣어서 갖고 나와 다행히 검색대를 통과했다. 이 금강산 숫돌을 집에 가져가는 것보다 꼭 간직할 만한 분에게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북한시장 경제학을 연구하고 있는 모 교수께 건넨 적이 있다.

연탄나눔운동과 새천년생명운동은 연탄과 보일러를 북에 전달하면서 가정집을 방문한다. 관광객이나 기타 지원단체들은 민가에 들어갈 수가 없다. 우리는 그들이 필요한 것을 지원하면서 부탁하니 가정집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민가를 방문하면 인정상 음식상을 장만해 내어놓는다. 대부분 고구마, 옥수수, 감자, 사과, 감 등의 제철 음식이다.

다른 사람들은 눈치 때문인지 음식에 손을 잘 대지를 않는다. 필자는 시골 고향집의 음식처럼 맛이 있어 주는 것 마다하지 않고 다 먹는다. 그들에게 이들 식량은 정말 귀한 음식일 것이다. 많이 남겨두고 가는 게 좋은 것인지, 맛있게 많이 먹어 주는 게 좋은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 고민한 적이 잦았다.

금강산 호텔은 북측이 운영한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엘리베이터가 자주 정지하는데 필자도 몇 번이나 정전된 승강기에 갇힌 적이 있다. 어느 날은 하루에 두 번이나 그런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이때 비상벨을 누르면 안내원이 키를 갖고 올라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문을 열어 준다. 너무 태연한 그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놀라기도 했다.

북한도 물품에 대한 가격할인을 해준다. 가격을 잘 조사해 보면 싼 곳이 있고 비싼 곳이 있다. 우리 일행은 트럭기사들과 인도요원이 함께 쇼핑을 하기 때문에 꽤 많은 선물을 산다. 선물이라 해봐야 주로 주류와 담배들이 전부다.

통상 북한측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 가격이 싼 편이다. 그곳에 가서 사겠다고 하면 우리가 자주 찾는 상점에서도 같은 가격에 맞추어 가격을 깎아 주겠다고 한다. 그들도 실적경쟁을 한다고 했다. 한 번은 다른 곳에서 물건을 사고, 자주 들르는 그 상점을 지나친 적이 있다. 우리가 온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다음에 방문하면 이전에 들르지 않은 것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한다.

단골손님에게는 외상도 허용된다. 한번은 아침 일찍 판매소에 들렀는데 아직 장사 준비가 안 되었는지 잔돈이 없다고 했다. 물과 간단한 음식물을 사야 했는데 20달러를 바꿔 줄 잔돈이 없었던 모양이다. 돈을 맡겨 두면 내려올 때 잔돈을 바꿔 주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지 말고 내려와서 가격을 지불하겠다"고 하니 순순히 그렇게 하라고 한다. 이렇게 자주 만나 신뢰를 쌓으면 외상거래도 가능한 것이다.

방북 때 깜빡 잊고 야한 동영상이 트럭에 실려 들어갈 때가 있다. 그런 것은 북측 통관 및 세관 직원이 미풍양속 금지물품으로 압수한다. 필자가 그들에게 "북측에서는 이런 것을 보지 않느냐"고 물으니 "우리도 똑같은 사람인데 왜 그런 것을 보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이상하게 쳐다봤다.

"다음에 그런 것을 가져와서 북측 것과 서로 맞바꿔 보면 좋겠다"고 했지만 그를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 한번은 "이곳은 남녀 간에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물었더니 "보리밭도 있고, 밀밭과 뽕나무 밭도 많은데 어느 곳이든 사랑을 못 나누겠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북한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같은 사람들'이라는 걸 느꼈다.

우리가 연탄을 전달할 때는 트럭에 현수막을 걸고 간다. 그것은 통일전망대까지 남한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북한에 들어가기 전에 철거해야 한다. 여러 번 들어가니 금강산 관광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 철거하는 게 귀찮기도 해 그대로 매달고 간 적이 있다. 역시나 그들은 강경하게 현수막을 철거하라고 요구해 어렵게 양해를 구해 선두차량 한 대만 그대로 들어간 적도 있다.

2005년 신년맞이 행사를 진행하면서 이번에도 현수막을 걸고 갔다. 처음에는 온정각에서 연탄 전달식을 하기로 했는데 북측의 반대로 마을 내부로 바뀌었다. 우리 관광객들을 마을로 많이 들어오게 해달고 요구하니 "행사 관계자들 외에는 일체 들어올 수가 없다"고 하여 서로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이때 북한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 간부에게 화를 내고 언성을 높여 북한 인사를 간신히 설득한 끝에 온정각으로 트럭을 몰고 나왔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현대아산 측에서 온정각보다 온정리 마을이 좋겠다고 했다. 트럭에 현수막을 걸고 이리저리 몰고 다니니까 왠지 뿌듯한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북한측 간부는 "남측 사업자 중에서 조선생처럼 나에게 화를 내고, 대들고, 말다툼을 하면서 집요하게 고집을 부리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후에도 자주 그를 만났는데 싸우면서 정이 들었는지 협조가 수월해졌다.

중국 요령성 심양에서 북한 평양을 가려면 고려항공을 타야 한다. 개성과 금강산은 자주 들렀지만 평양 방문은 처음이어서 설렘이 대단히 컸다. 지정된 좌석에 앉으니 기름냄새가 코를 찔렀다. 국제선임에도 규모가 작고 내부시설이 너무 초라했다.

무더운 여름이었다. 안내원이 부채를 하나씩 나눠줬다. 북한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기념으로 하나씩 주는가 보다 생각했지만 실은 비행기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서였다. 반대로 추운 겨울이었다. 비행기가 비상하는 순간 실내로 희뿌연 연기가 들어왔다.

이 겨울에 왜 에어컨을 켜는지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외부와의 온도차 때문에 외부 공기가 구름처럼 들어오는 것이었다. 작은 비행기가 요동이 심하고 공기까지 들어오니 혹시 추락하지 않을까 두려웠다. 또 한번은 비행기가 착륙해 승객이 일어서자 좌석이 앞으로 눕혀 버려서 깜짝 놀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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