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보좌관 회의서 "오해가 광범위하게 퍼져" 선그어
전력망 패러다임 전환 및 한국형 차세대망 구축 지시

[이투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에너지고속도로가 지방에서 생산된 전력을 주요 소비지인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한 전통적 개념의 송전망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31일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다. 대선공약이기도 한 '에너지 고속도로'에 대해 지금까지 산업계는 호남과 수도권을 잇는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등을 떠올렸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에너지고속도로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에너지고속도로는 서울로 가는 뻥 뚫린 길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첨단 전력망"이라고 분명히 했다. 에너지고속도로가 "수도권 일극주의로 불리는 불균형 성장전략이라는 오해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요즘엔 고속도로가 꼭 서울로 가지 않는다"고도 했다.
에너지고속도로에 대한 개념이 익히 알려진대로 전력생산지인 지방과 소비지인 수도권을 연결하는 일방향 수송로가 아님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에너지고속도로가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성장을 가속화하고 송전선로 경과지 희생을 강요하게 될 것이란 일각의 지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력망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필연적으로 늘어날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전력망 패러다임을 완전히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장거리 송전의 비효율성을 낮추고 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축방안으로 모색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같은날 브리핑에서 차세대 전력망 구축방안을 설명했다. 김 실장은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일부 지역의 대형발전소가 전기를 만들어 전국으로 장거리 송전하는 지금의 전력체계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소규모 전력망을 만들어 송전을 최소화하고 효율을 높이는 분산전력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지역의 에너지산업과 인재를 집적화 해 전력산업 어벤져스라 할 수 있는 K-재생에너지 원팀을 만들어 에너지산업 선도국가를 향해 갈 것"이라며 "전력강국 지위를 확고히 하고 기술과 상품을 전세계로 수출해 에너지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만든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축사업은 RE100산단 조성과 함께 2050년 국가에너지대전환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다. 전력망 혁신계획을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 작업하고 있다. 차세대 전력망 사업은 단기계획, RE100 산단조성은 중기계획을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차세대 전력망 구축과 실증사업 추진계획을 내놨다. 재생에너지와 ESS 등 분산에너지를 AI기술로 제어해 전력생산부터 소비까지를 최적화하는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전력망이 대형발전기의 전력을 전국 소비처로 전달하는 단방향 계통이라면, 차세대 전력망은 배전망에 주로 연결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을 배전망 수요처에서 우선 사용하고 나머지를 송전망으로 전송하는 양방향 계통이란 설명이다.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지만 계통 문제로 출력제어가 빈번한 전남지역에서 실증한 뒤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2차관을 단장으로 기획재정부, 국토부, 농림부, 과학기술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지자체, 한전, 전력거래소, 한국에너지공단 등이 참여하는 차세대 전력망 추진단을 꾸려 로드맵과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실증지역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해 전기사업법과 전력시장에 대한 규제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