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13일 표결로 고리2호기 계속운전안 의결
신규원전은 尹정부, 수명연장은 현정부서 물꼬 터

[이투뉴스] 40년 설계수명 만료로 2023년 4월 8일부터 정지해 있던 고리원전 2호기(685MW)가 원자력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아 오는 2033년 8월까지 10년간 추가로 가동한다. 2030년까지 운영허가가 끝나는 노후원전 10기 중 첫 번째 원전이 수명연장의 물꼬를 튼 셈이다.
이번 조치로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노후원전은 설계수명대로만 가동하고 순차 폐지하는 내용의 문재인정부 에너지전환 로드맵은 두 정부를 거치면서 수립 8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시민사회단체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졸속심의로 결정했다"고 성토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3일 서울 중구 남창동 위원회에서 224회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달 23일 223회 회의에서 한 차례 결정을 유보한 고리 원전 2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을 의결했다. 상정안을 표결로 부쳐 재적 위원 6명 가운데 5명 찬성, 1명 반대로 통과시켰다.
원안위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이 3년 4개월간 안전성 심사를 진행했고,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가 7개월간 기술원 심사결과에 대한 사전 검토를 수행해 심사결과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구조물, 계통, 기기 수명평가 및 설비교체 계획을 심의한 결과 계속운전기간 충분한 안전여유도가 확인되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계속운전을 위한 충분한 안전성이 확보되었음을 최종 확인한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이미 수행 중인 설비개선 및 교체 작업을 완료한 뒤 내년 2월부터 원전을 재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고리 3,4호기와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월성 2,3,4호기 등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나머지 9기의 안전성평가 보고서도 제출한 상태다.
한수원은 "원전 10기 계속운전의 첫 시작인 고리2호기 승인은 한수원 뿐만 아니라 국가에너지 및 산업정책 측면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면서 "전력수요 증가에 대한 안정적 에너지공급원으로서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2050 탄소중립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시민사회는 "시민의 생명과 지역사회 안전을 고작 5명의 찬성표를 밀어붙인 폭거이자 절차적 위법과 무능이 뒤엉킨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380만 부울경 시민의 안전을 투표에 부친 원안위, 고리2호기 수명연장 승인 결정은 무효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고리2호기 심사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이같이 성토했다.
이 단체는 "수명연장 심사 내내 안전성 결함과 자료 미비가 지적돼 왔다. 절차적 안전의 하자는 물론이고 중대사고 대비 부족, 최신기술기준 미적용, 고시기준 미비 등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 점이 많지만, 원안위가 사업자 입장에서 '승인이 늦으면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효율적 회의진행을 운운했다"면서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를 버리라던 윤석열 정부 폭거의 잔재다. 이재명정부 역시 이 폭거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방관자이자 책임자"라고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원안위 오늘 판단은 나머지 9기 수명연장이 동일한 방식으로 강행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며 "처음부터 법적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심의였으며, 무효임을 분명히 선언한다. 법적으로 그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
에너지정의행동도 같은날 낸 성명서에서 "핵발전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포기한 결정이며, 절차적 위법에도 강행한 위헌적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단체는 "수명연장 심사 과정에 중대사고 시나리오는 배제되고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는 축소되었으며 사고관리계획서가 APR1400 기준으로 승인된 점도 설명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운영이 끝나는 9기 수명연장도 안전성과 민주성을 잃은 상태로 승인될 수 있다는 점에 큰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를 향해서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직격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출범초기부터 핵발전 안전 강화를 강조해 왔으나 실용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비민주적이고 위험한 수명연장 절차를 묵인할 뿐만 아니라 수명연장 자체를 기정사실로 받아안고 있다"면서 "탈핵과 에너지전환의 방향을 분명히 세워야 할 정부가 오히려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을 두둔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했다.
한편 규제당국의 이번 수명연장 허가로 문재인정부 때 수립된 에너지전환 로드맵은 원점으로 되돌려졌다. 2017년 정부는 신규 원전 백지화와 기존 운영원전의 설계수명 연장 운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심의·의결했으나 신규원전은 윤석열정부가 재개로 결정을 뒤집었고, 노후원전 수명연장은 결국 현 정부가 물꼬를 튼 셈이 됐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