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자원센터(SR센터)를 가다

 

▲ sr센터 근로자가 선풍기 모터를 망치로 부수고 있다.

[이투뉴스] '덜커덩, 덜커덩~.', "이쪽이야, 이쪽으로 들어와!"

서울 성동구 송정동 중랑물재생센터 내 서울자원센터(이하 SR센터). 폐가전을 가득 실은 수거트럭 한 대가 다급히 들어온다. 곧이어 이 트럭은 무게를 달기 위해 계근대(차량의 중량을 측정하는 시설)로 올라선다.

'폐금속자원 재활용사업(도시광산화 사업)'의 심장부인 SR센터는 이른 아침부터 부산스럽다. 트럭이 한쪽 구석에 폐가전을 쏟아붓자 어디선지 사람들이 몰려와 종류별로 분리를 시작한다.

SR센터는 서울지역 내 모든 폐가전을 수거해 선별, 분해, 분류 과정을 거쳐 신속하게 제품 내에서 유효 금속이 붙어 있는 부위만을 떼내 성상별로 모아두고 있다.

1차로 분해된 금속부품은 센터 창고에 쌓여있다가 재활용 업체로 매각돼 정련과정을 거쳐 원재료와 동일한 재질로 돌아간다. 도심 한 가운데 있지만 이곳이 '도시광산'으로 불리는 이유다. 

김선주 SR센터 생산팀장은 "전자렌지, 전화기, 밥통, 키보드, 프린터 등 전기를 쓰는 모든 제품이 재활용 수거 대상"이라며 "수거된 제품들은 외부 선별 작업에 들어가 분해가 가능하도록 준비된다"고 설명했다.

폐가전이 금속으로 다시 태어나는 첫 과정은 분해다. 성상대로 분류된 폐기물은 다시 한 번 세부 분리과정을 거쳐 용처가 결정된다. 일단 분쇄가 시작된 공장안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전자 드라이버 돌아가는 소리, 망치질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하지만  분류, 분쇄, 성상 세부분리 등의 과정이 일사분란하게 진행된다.

▲ 센터 근로자가 프린터를 분해하고 있다.

 

▲ 수거된 폐휴대폰. 분해되기 직전 모습이다.

250여평 남짓한 생산공장 한켠에선 서울에서 버려진 모든 폐가전들과 폐휴대폰들이 희소금속 자원으로 환생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모아진 휴대폰 1톤에선 약 400g(약 106돈)의 금이 나온다. 일반 금광에서 1톤을 캐내면 약 5g의 금을 얻을 수 있다고 하니 80배나 채산성이 있는 사업이다.

폐휴대폰에는 금, 은, 팔라듐, 코발트 등의 희소금속이 16종 이상 들어 있다. 부위별로 살펴보면 스피커에는 네오디뮴, 적외선 LED에는 갈륨, 알류미늄, 비소, 금 등이 있고 카메라에는 동, 니켈, 금 등이 섞여 있다.

가전용 전선 1톤을 재활용하면 약 200kg의 구리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현재 SR센터가 수거하는 전체 재활용품은 하루 약 6톤, 센터의 향후 목표는 하루 약 12톤이다.

버려지는 가전제품에서 값비싼 희소금속을 캐내고 있지만 SR센터는 아직 적자다. 하루 수거량 12톤, 월 수거량이 250톤 규모는 돼야 자립운영이 가능하다는 센터의 설명이다.

다행히 최근 수거량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 1월 75톤, 2월 100톤, 이달은 150톤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매일 수거된 재활용품의 95%가 이곳에서 재활용되고 5%만이 최종 폐기물로 분류된다.

▲ 서울 성동구 송정동 중랑물재생센터 부지 내 sr센터.

지난해 12월 문을 연 SR센터는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2010년도 폐금속자원 재활용(도시광산화)사업계획'에 따라 한층 바빠진다.

서울시가 재활용 품목을 늘리고 수거채널을 넓혀 센터를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귀중한 자원도 얻고, 환경오염 방지까지 가능하다.

센터는 지난해 말까지 당초 목표였던 '폐가전·휴대폰 150만대 재활용'을 146%(220만대)나 초과 달성했다.

향후 연간 폐가전 3600톤, 폐휴대폰 60만대를 처리할 계획이다. 또 연간 수익금 2억2000만원 전액을 서울특별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는 등 불우이웃돕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재 센터 직원수는 43명. 특히 생산라인 공장 생산직의 경우 100%가 사회적 소외계층인 기초생활 수급자, 실업자 등이다.  

김 팀장은 "성동구 주민 가운데 장애인, 저소득층 노인, 여성 등 취약계층을 채용해 녹색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희소자원의 확보 및 환경보호,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까지 1석3조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 도시광산이란

휴대전화, 컴퓨터 등 전자제품의 전자회로기판(PCB)에 있는 주요금속 물질과 차량에 사용된 수 많은 금속 물질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지하자원이라도 석유나 석탄은 태워서 사용해 버리면 원래의 형질이 없어지는 반면 금속은 사용한 뒤에도 폐기물 속에 그대로 남아있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1980년대 토호쿠 대학 선광제련 연구소의 난조 미치오 교수진에 의해 최초로 사용된 개념이다.

LG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희유금속은 지각 내에 존재량이 적거나 지리적으로 편재되어 추출이 제한된 금속광물자원을 통칭한다. 일본의 경우 리튬, 인듐 등 31종을 선정하고 있고, 미국은 33종, 한국은 35종의 광물을 희유금속으로 정의해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희유금속은 소량을 첨가해 소재의 기능을 다양하게 결정지을 수 있는 핵심 물질 역할을 하고 있어 산업화가 고도화될수록 더 많이 사용되는 특징이 있다.

도시광산이 매력적이고 실제 이 분야에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이 있지만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회수 및 해체 후 추출하는 현재 폐기물 처리 시스템은 도시광산 사업의 확산에 적합하지 않다. 철이나 알루미늄과 같은 기초 금속은 제품당 함유량이 많아 추출 후 처리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폐기물 양이 적지만 희유금속은 제품당 함유량이 적어 리사이클링 과정에서 따로 처리해야 할 폐기물 양이 상대적으로 많다.

권영석 기자 ysk82@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