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에너지시장 개방 거부 등 강경입장 고수

유럽연합(EU) 25개 회원국 정상들이 20일 오후(현지시간) 핀란드 라티에서 모임을 갖고 에너지 안보 문제를 비롯해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방안, 불법이민 문제 등 현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는 사상 처음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찬모임에 초청돼, EU 정상들과 에너지 등 경제협력 증진방안과 인권문제 등 양측 간 관심사를 논의해 관심을 모았다.

 

EU 정상들은 푸틴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에서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가스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춰 에너지공급자로서 러시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에너지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러시아는 유럽 가스 수입의 25%를 차지하는 등 EU의 최대 에너지 공급원이나 올해 초 우크라이나와의 가스분쟁 당시 EU 국가들에 대한 가스공급에 일시적 차질을 초래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만찬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EU 사이 에너지 협력이 공급자와 소비자로서 서로 책임을 다하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공통의 기반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 에너지 시장의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국제에너지협약을 비준하라는 EU 정상들의 요구에 대해 “협약의 원칙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일부 조항의 내용이 더 잘 표현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거부의사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사할린-2’ 석유.가스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해선 로얄더치셸과 합의에 이를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러시아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투자환경을 제공하는 등 권리를 보호할 것임을 약속했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환경문제를 내세워 로얄더치셸 등 유럽과 일본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사할린-2’ 석유ㆍ가스개발 프로젝트를 중단시켜 EU 회원국들과 갈등을 빚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EU 정상들이 우려를 표명한 그루지야 문제에 대해서도 “그루지야가 자국내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자치공화국에 대해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누르려하기 때문에 유혈사태로 치닫을 수 있다”고 오히려 그루지야를 비난했다.

러시아는 그루지야가 자국 정보장교들을 첩보활동 혐의로 체포, 양국관계가 경색된 이후 교통.통신 제재를 가한데 이어 그루지야 출신의 불법입국자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해 추방하는 등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또 마티 반하넨 핀란드 총리가 유명한 반전주의자로 체첸내 인권유린 상황을 중점 보도해온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 기자의 암살사건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으나 푸틴 대통령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EU와 러시아는 오는 11월24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에너지 협력을 포함한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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