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전 대통령 "이견 조율할때까지 회의장 점령"

[이투뉴스] 오늘부터 내달 9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제 1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린다. 교토의정서가 2012년 만료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번 기후변화 회의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다.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내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5.2% 감축해야 하나 대부분 국가에서 오히려 배출량이 늘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은 탄소배출 감축 목표량과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재정 지원에 대한 입장차가 커서 현재까지 이렇다할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더반 회의가 주목받는 이유다.

최근 영국일간지 <가디언>은 일부 선진국들의 '지구촌 기후협약 계획 보류' 계획을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가디언>은 일본, 미국, 유럽연합, 영국 등이 최소 2016년까지 어떤 기후 협약도 맺지 않을 것이며 맺더라도 2020년까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이같은 움직임이 기후변화 재앙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킴 슈타이너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그들의 결정은 과학에 기반한 것이 아닌 정치적인 선택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전 코스타리카 전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를 많이 입은 국가의 대표들에게 이번 더반 회의에서 협상의 전진을 볼 때까지 협상 테이블을 떠나지 말자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일부 개발도상국 대표들이 연좌시위를 벌이고 회의 보이콧을 행사함으로써 UN 기후협상회의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호세 바리아 피게레스 코스타리카 전 대통령은 "기후변화 취약 국가들에게 더반을 점령할 것을 요구했다"며 "회의장에서 결론을 봐야할 이슈들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한 채 협상장만 옮겨다녀야 하는가. 기후변화에 의해 가장 영향을 받은 국가들의 결속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공정한 협상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2009년 코펜하겐 기후회의에 참석했었다"며 "이후 칸쿤 회의에도 갔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피게레스 전 대통령은 "우리의 좌절감은 깊어가고만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 상당한 진전을 만들어낼때까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더반에 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 개도국 대사는 "복도에서 회의장 점령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으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제재도 있을 것이라는 걸 유념해야한다"며 "강한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서는 (점령) 규모가 커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이니 나포 53개 아프리카 국가 그룹 대변인은 "우리는 유럽과 일본의 재정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며 "그러나 기후변화는 지구촌 의제가 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개도국들은 선진국들과 수개월간의 팽팽한 협상 이후 좌절감을 맛봐야만 했다. 개도국들은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그린펀드(Green Fund)를 그들 국가의 기후변화 적응에 사용할 것을 요구했으나, 협상 마지막 단계에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을 철회하는 바람에 협상이 좌절된 바 있다.

그린펀드는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돕기 위해 조성된 기금으로 지난해 멕시코 칸쿤에서 열렸던 16차 당사국총회에서 합의된 사안이다.

셰익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기후변화는 지난해 30만명 이상을 죽음으로 몰았으며, 우리 취약국들은 제한된 능력때문에 가장 고통을 받고 있다"며 "방글라데시를 포함한 여러 취약국들은 국제적 응답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134개 기후변화 적응과 이주 행동 계획 등을 이미 실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기후협상 회의에서 개도국들은 급진적인 행동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선진국들이 수용하도록 한 바 있다. 2009년 아프리카 국가들이 바르셀로나에서 회의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이때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을 더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약속하면서 한 걸음 물러섰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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