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TE 독주하는 사이 a-Si 사양화
박막만의 강점 살리며 효율 높여야

▲ 퍼스트솔라가 생산한 cdte 태양전지가 상업발전소에 설치되고 있다. ⓒfirst solar

[이투뉴스] 태양전지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수요와 가격, 기술진화의 속도에 따라 시시각각 전선(戰線)이 달라지고 있다. 한때 세계시장의 최소 3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됐던 박막 태양전지는 결정질 태양전지 가격급락에 따라 정체기를 맞고 있다. 

이 틈을 타 결정질 실리콘 전지는 단가인하 및 효율향상을 통해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하지만 승패가 갈린 것은 아니다. CIGS 태양전지를 위시한 2·3세대 박막 주자들이 전세 역전을 노리고 있다. 산업의 존망을 건 그야말로 고지전이 벌어지고 있다. 다가올 '태양의 시대'를 위해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박막 태양전지 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들여다봤다.

'승승장구' CdTe(First Solar) 독주 언제까지
2005년 세계 무대에 첫 등판한 카드뮴텔루라이드(CdTe)의 존재감은 당시만해도 미약했다. 2006년 시장점유율이 2.7%에 그쳤다. 박막전지란 핸디캡도 있었고, 카드뮴(Cd) 유해성 논란도 발목을 잡는 듯 했다. 그런데 이 '비주류 태양전지'가 예상을 깨고 일을 냈다.

이듬해 4%대로 점유율을 높이더니 2008년 6.4%, 2009년 12.3%, 2010년 13.4% 등으로 세(勢)를 불려갔다. 생산라인은 GW(기가와트) 단위로 늘어났다. 제조기술에 관한 특허를 쥐고 있던 미국 퍼스트솔라(First solar)사(社)의 독무대였다.

결국 2010년 이 회사는 세계 1, 2위인 썬텍과 JA솔라에 이어 3위 자리를 꿰찼고, 지난해 이들마저 제친 채 사명대로 세계 1위 태양전지기업으로 등극했다. 값싸고 효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태양전지라면 종류를 불문하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해 보인 셈이다.

시장의 관심사는 CdTe가, 더 정확히는 퍼스트솔라가 언제까지 승승장구 할 수 있을 것이냐로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성장세는 유지되겠지만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리거나 결정질 시장까지 잠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오석 친트그룹 한국사무소 아시아솔라개발사업부장은 "시장에서의 검증은 충분히 됐다고 보지만 CdTe가 과거와 같은 호황을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 시각"이라며 "퍼스트솔라의 독일공장 철수는 유럽보조금 체제에서 CdTe의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오 부장은 "다만 CdTe는 이미 충분히 이익을 회수했고 일관 생산라인이라 결정질 대비 시장대응이 매우 민첩하다는 점에서 향후 일정한 수준의 시장 지배력을 가져갈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 최근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가격하락으로 박막전지의 경쟁력은 다소 약화된 상황이다. 사진은 큐셀의 태양전지 생산라인 ⓒq-cell

아몰퍼스 박막전지, 결정질-CdTe 틈바구니서 사양산업화
CdTe가 호황을 누리는동안 결정질 태양전지와 CdTe 틈바구니에서 고전하며 점차 사양산업화된 태양전지도 있다. 비운의 주인공인 1세대 박막전지인 아몰퍼스 실리콘(a-Si) 전지다.

애초 a-Si 전지의 미래가 어두웠던 것은 아니다. 결정질 대비 폴리실리콘 등 소재 사용량이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했고, 고온과 그늘진 곳에서 결정질보다 발전량이 많다는 것도 강점이었다. 그러나 시장상황은 a-Si에 불리한 쪽으로만 흘러갔다.

kg당 400달러까지 치솟았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매년 반토막 났고 공급과잉 이슈가 있을 때마다 경쟁관계에 있던 결정질 태양전지 가격은 폭락했다. a-Si 생산설비 증설이 한창이던 2008년 Wp당 4달러를 웃돌던 결정질 모듈가격은 2년만에 2달러 이하로 급락했다.

모듈 효율이 7~8% 수준인 a-Si 전지를 12% 안팎의 결정질 전지와 비슷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처음부터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여기에 a-Si보다 싼값에 효율은 더 높은 CdTe 전지가 등장해 폐색은 짙어졌다.

국내에서는 최근 수익성 악화로 생산중단을 선언한 한국철강의 증평공장(20MW)과 폐업조치된 알티솔라 전주공장(25MW)이 이같은 흐름의 희생양이 됐다.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2010년 기준 박막전지 시장 내 a-Si의 점유율은 41%였다. 하지만 이 비율은 매년 감소해 오는 2015년에는 30% 수준이 될 전망이다. 같은 기간 CIGS가 배 이상(25.8%) 점유율을 늘려갈 것이란 전망과 대비된다. 하지만 CIGS나 CdTe 전지가 아직 투명화(See-through)가 어렵다는 점에서 a-Si만의 강점이 살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 日 솔라프런티어 cigs 박막 태양전지. <사진-솔라프런티어>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의 유일한 '대항마' CIGS
CIGS(구리 인듐 갈륨 셀레늄) 박막 태양전지는 결정질 태양전지의 대항마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중공업이 올해 100MW급 오창공장을 가동하고 삼성SDI와 LG이노텍과 삼성SDI가 연구개발을 진행하면서 진입시기를 엿보고 있다.

CIGS는 현재 연구실 수준에서 20.3%의 고효율을 달성했고, 상용화 모듈도 8~14% 수준으로 CdTE를 앞서고 있다. 대량생산체제를 갖추면 결정질 대비 60% 수준에서 생산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흡수파장 영역이 넓어 흐린날 단결정 실리콘 전지보다 발전량이 높게 나온 테스트 결과가 회자되고 있다.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연간 발전량(효율)과 단가 경쟁력, 기술개발 여력, 응용성 등을 두루 갖췄다는 점에서 가장 잠재력이 높은 태양전지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물론 아직 시장성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고 희소소재 대량조달 및 대면적화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여기에 앞서 등장한 a-Si 전지나 CdTe 전지처럼 결국 싸움상대가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CIGS의 실제 파급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예단이 쉽지 않다. 일단 전세는 최근 결정질 가격 급락으로 CIGS에 불리해진 상황이다.

올해 공장 착공에 나서기로 했던 LG이노텍이 "당분간 양산없이 연구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뺌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주력시장인 유럽이 부지를 사용하지 않는 지붕형(Roof Top)을 장려하면서 결정질 실리콘 대비 효율이 낮고 점용면적은 넓은 CIGS 및 박막전지의 단점이 마이너스 요소가 되고 있다.

오석 친트그룹 부장은 "박막전지는 굽힘(플렉시블)이 가능하고 건물일체형(BIPV)으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급속한 성장은 아니더라도 분명 그들만의 시장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그러나 최종 발전설비 완성 시까지 투입되는 전체 시공비와 효율에 따른 발전수익을 따져볼 때 아직 결정질 전지를 대적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