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시민단체 모두 불만 팽배
무상할당·민감업종 등 시각차 극명

[이투뉴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산업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의 어중간한 태도와 각계의 압박 속에서 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는 당초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2010년 11월 정부가 발의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계류되다가 지난해 4월 재입법예고 이후 지난 5월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2015년 1월 1일 시행이 결정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국가적 필요성과 산업계의 경쟁력 하락, 시민단체의 기후변화 대응 문제 등 각계의 첨예한 대립으로 각 항목별 수정작업이 수차례 반복됐다. 지난 7월 배출권거래제 시행령(안)이 입법 예고되면서 오는 11월 15일 최종 공포 전까지 공청회와 대국민 의견수렴, 각계의 추가적인 건의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법률 제정 초기부터 제기돼왔던 쟁점들에 대해 여전히 의견이 극명하게 나눠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제도 운영을 총괄하는 주무관청은 환경부로 결정됐다. 대단위 온실가스 배출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발전 부문 관장기관인 지식경제부와의 경합이 예상됐으나 녹색성장위원회는 온실가스 감축 취지와 객관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배출권거래제와 관련해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할당 문제는 계획기간 별로 1차(2015~2017년) 100%, 2차(2018~2020년) 97%, 3차(2021~2025년) 90% 이하의 범위에서 할당위원회가 구체적인 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와 석유·화학 및 철강 등 업종별 협회는 최근 정부의 배출권거래제 시행령(안) 입법예고에 대해 청와대와 녹색위 등에 소관부처 참여 강화와 무상할당 기간 연장 등 주요 사안의 검토를 요청하는 공동건의문을 제출했다. 

산업계는 건의문에서 과도한 부담 전가를 우려해 현재 1차 계획기간에 한정돼있는 100% 무상할당을 2차 계획기간인 2020년까지 연장해줄 것과 조기감축 실적 및 다양한 상쇄 방식 등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시민단체 측은 정부가 산업계의 의견을 과도하게 수렴해 기존 제도의 취지가 약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1차 기간의 100% 무상할당은 이미 초안에 비해 산업계 의견이 대폭 수렴된 것"이라며 "유럽연합도 3단계 시행에서 40% 이상 유상할당 시행을 감안해 초기 100% 무상할당을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3차 계획기간인 2021년 이후부터는 10% 이상을 유상으로 할당할 계획이다.

안 소장은 또 "민감업종에 대한 100% 무상할당 분류도 현안대로라면 전체 70% 이상이 포함되고 대부분이 대기업군에 속하기 때문에 제도의 효과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활성화가 우선…거래 참여자 늘려야

김정인 중앙대학교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배출권거래제 시행령(안)은 비교적 산업계 의견을 많이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민감업종 분류는 필요하지만 최근 경제 흐름이 단기간에 변동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적용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할당기준에 대해서는 산업계 내에서도 각자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할당 문제에 앞서 참여자를 늘려 탄소시장 자체를 확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외 공공부문을 비롯한 대형건물·병원, 대학교 등 비산업부문을 거래에 참여시켜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의 추가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목표관리제와 다르게 배출권거래제는 자가 감축 분 외 거래분을 최대한 활용해 비용효율적인 감축을 유도하는 시장 개념으로 기업이 감축비용을 부담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시행령이 확정되기 전까지 절차에 따라 최대한 각계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산업계와 시민단체 양측 모두 정부가 제시한 시행령(안)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시행령(안)이 크게 변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시행령 제정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정부도 나름대로 긴 시간동안 배출권거래제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각계의 불만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다"며 "이해관계자별로 이견이 워낙 커서 우선 형식적인 절차라도 거쳐 시행하면서 추가적인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김부민 기자 kbm02@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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