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년이 든 것도 아니고 수요가 급증한 것도 아닌데 곡물 가격이 계속 오르는, 중국 역사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랴오닝(遼寧)성 성도 선양(瀋陽)의 5일 옥수수 가격은 1t에 1400위안으로 1주일 사이에 50위안이 올랐고 다롄(大連) 상품교역시장의 옥수수 선물가격은 9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2개월 사이에 19.5%가 올라 10년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동부 산둥(山東)성에서는 지난 9월에만 해도 1㎏에 1.4위안도 안됐던 밀 가격이 1.6위안으로 오르는 등 지속적인 가격 상승 추세를 보여 한 선물거래 대리인의 말처럼 앞으로 이런 곡물이 석유 못지 않은 거래 열기를 띠게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옥수수, 밀가루 등의 가격과 함께 각종 식용유를 비롯한 달걀과 육류 등 서민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농산품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으며, 국가식량국은 식량 원료 공급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달 3, 25, 30일에 이어 7일 네번째로 국가가 비축한 밀을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곡물 가격이 이처럼 치솟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가 에너지 절약과 환경친화적 에너지 사용 확대 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새로 각광을 받고 있는 바이오 연료 생산을 위해 외자를 포함한 거액의 자본이 옥수수, 콩, 수수, 밀 등을 갈퀴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중국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전체 에너지에서 바이오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오는 2010년까지 10%로, 2020년까지 16%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발표한데 이어 8월에는 에탄올을 혼합한 휘발유가 중국 내 9개 성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농업과학원의 농산물경제 전문가인 왕진민 교수는 “옥수수 가격 상승이 다른 곡물 가격을 끌어올리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원유 대체에너지 및 친환경 에너지의 수요 증대로 인해 이들 곡물 가격은 장기적으로 볼 때도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에 밝혔다.
중국에서 산업용으로 소비되는 옥수수의 양은 전체 옥수수 소비량의 6분의1에 불과하지만 고유가현상이 지속함에 따라 매년 15%씩 늘어나 작년의 1600만t에서 올해는 2000만t으로 늘어나고 2010년에는 40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의 전체 소비량은 1억2500만t으로 예상된다.
에탄올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주종 바이오 연료로서 2005년에 생산된 에탄올 102만t의 원료 가운데 76%를 옥수수가 차지했고, 기타 원료로는 밀과 수수가 주로 사용됐다. 중국은 2010년까지 600만t, 2020년까지는 1500만t의 에탄올과 바이오 디젤을 생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에탄올 생산국인 브라질은 작년에 이미 1690만t을, 미국은 1510만t을 생산한 것으로 추산돼 이들 국가와 비교하면 중국의 에탄올 생산량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모두 4800만t에 이른 중국의 전체 정제연료 가운데 에탄올의 비중은 2%를, 잠재적인 에탄올 수요 480만t에 대한 작년의 실제 생산량 약 100만t은 5분의1을 약간 넘는 수준이어서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곡물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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