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OBD) 도입 2년 유예

환경부가 내년부터 출시되는 국내외 모든 휘발유승용차에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On Board Diagnostics. 이하 OBD)를 의무적으로 부착시키면서 수입차에 대해선 관련규정까지 개정해가면서 적용시기를 유예해 줘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소규모 자동차 판매사에 한해 애초 예정보다 적용시기를 일부 미룬 것인데다 이들 차량이 국내 배출허용기준을 충족한 차랑이기 때문에 대기오염으로는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장 다음달부터 100% 의무부착 비율을 준수해야 할 국내차 및 수입차사와의 형평성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은데다 규제부처인 환경부가 일부 수입차사의 사정까지 봐줘가면서 적용시기를 미룬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않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OBD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가 기계고장 등으로 허용기준을 초과할 때 계기판에 경고표시를 띄워 운전자에게 이를 알려주는 장치로 촉매감시장치나 산소센서 등 11개 핵심부품이 고장이 났을 때 작동한다.

 

최근 출시된 차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존 주행차량에 부착돼 있지 않지만 앞으로 출고되는 차량은 기존 엔진체크등(check-engine이라고 표시된 빨간색등)에 연동해 OBD표시등을 점등시키거나 별도의 표시등을 첨부해야한다. 제작사 입장에선 비용추가와 함께 기술적으로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27일 환경부와 국내외 자동차사 관계자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2003년 말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따라 수입차를 포함 내년부터 출시되는 모든 휘발유 차량에 대해 OBD를 의무적으로 부착시킬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지난 2004년 6월 "제작자동차 인증방법 및 절차에 관한 규정"이 개정하면서 연도별 세부시행사항을 구체적으로 못 박아 각 자동차사가 적용시기를 준수할 수 있도록 예고해 왔다. 환경부의 OBD도입일정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된 승용차의 10%는 의무적으로 OBD를 부착해야 했다.

 

또 올해 출시된 휘발유차의 30%는 이미 장치가 부착돼 운행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당장 다음달부터 적용될 2007년도 도입일정인데 애초 계획은 모든 국산차를 비롯한 수입되는 해외자동차사의 자동차에 대해서도 100% OBD를 부착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법적용을 불과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지난 21일 갑자기 '1만대'라는 잣대를 세워 1만대 이상의 제작ㆍ수입사는 계획대로 100%를 부착토록 하고 1만대 이하의 경우는 내년 50%, 2008년 75%, 오는 2009년에야 종전 계획처럼 전차량에 감시장치를 부착토록 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해 유럽에서 국내로 수입된 외제차가 2만4551대(무역협회 집계기준)이고 이들 차종 중에서 추가로 경유차를 제외한다면 이들 지역의 사실상 모든 수입차가 2년 동안 이번 조치의 혜택을 보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이창규 대기보전국 교통환경기획과 사무관은 "수입차의 경우 판매되는 차종은 많지만 실제 대수는 많지 않기 때문에 OBD장치 부착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판단됐고 수입차사에서 이를 요구해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적용시기를 유예하게 됐다"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전체적인 국익차원에서 판단을 내리게 됐다"고 해명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소규모 제작사의 경우 '다차종 소량판매' 위주의 국내영업 마케팅을 펴고 있기 때문에 OBD부착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모든 차종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일정시간의 기술개발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들 수입차업계는 메르세데스 벤츠ㆍBMWㆍ아우디ㆍ폭스바겐처럼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럽의 제작사들로 결과적으로 환경부가 이들 업계를 대변하는 입장이 됐다.

 

이사무관은 "지난해 통계를 참고하면 지난해 우리가 유럽으로 수출한 차량대수는 79만대인데 비해 수입한 차량은 2만4000대에 불과했다"며 "이렇게 교역 불균형이 큰 상황에서 기존 방침대로 OBD기준을 적용하면 상당량의 수입차가 국내 시판이 불가능해지면서 자칫 통상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안됐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일부 수입차에 대해 적용시기를 연기한다고 해도 대기오염물질을 추가로 배출하는 것이 아니므로 직접적인 오염배출로는 연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각종 규제기준을 적용할 때 엄격하기로 소문난 환경부가 유독 이번 OBD건에 대해선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조치에 내심 불만을 품기는 당장 내년부터 모든 차종에 OBD장치를 부착해야 할 국내차업계다. 환경부의 경우 경유차 배출기준인 유로-4(Euro-4) 등 각종 자동차 배출규제를 관장하는 부처이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시할 수 없지만 "수입차는 괜찮고 국내차는 안 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일부 제작사의 경우 지난해 도입일정 30%를 맞추기 위해 판매실적이 높은 차종에 서둘러 OBD를 적용하는 등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져 형평성을 잃은 환경부 정책에 대한 원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자동차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북미수출이 많아 OBD부착을 대비해 왔기 때문에 이를 국내차량에 적용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며 "그러나 환경부가 수입차에 대해 유예조치를 내린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년 도입률을 준수하기 위해 세일링(판매가)이 많이 되는 차종에 우선 적용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수입차는 그대로 유예 혜택을 보게 됐다"면서 "정부시책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는 곤란하지만 일관된 법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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