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개정실무협의회서 반대 여론 묵살 RCF 변경안 강행 상정
SMP 하락·가동률 저하로 경영난 처한 발전사들 강력 반발

[이투뉴스] 2011년 ‘9.15 순환정전’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정부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대규모 발전소 건설에 나선다. 덕분에 넉넉한 공급예비력이 확보돼 당분간은 수급난을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공급위주의 전력정책은 가뜩이나 위태로운 계통난을 심화시켰고 신규 발전소 건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 뒤늦게 정부가 분산형 전원을 확대하고 수요관리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한 배경이다.

문제는 이같은 ‘뒷북정책’이 매번 반복되고 있고, 그 때마다 전력시장 경쟁확대 기조에 반하는 정부의 무리한 시장개입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사전 경고에는 반응하지 않다가 사태가 심각해져서야 설익은 시책을 쏟아 내다보니 엇박자가 나고 시장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예비력이 남아도는 판에 수요자원 전력시장을 활성화 시켜야 하는 아이러니한 현 상황이 단적인 예다.

정부가 중심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원칙도 좌표도 불분명해진 전력시장은 혼란 그 자체다. 내달말 수요자원 시장 개설을 앞두고 전력당국이 무리한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을 밀어붙이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불신과 반목도 극에 달해 있다. 실무협의회 태스크포스(TF)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달은 최근 정부, 전력거래소, 한전, 민·관 발전사, 학계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규칙개정실무협의회에서 났다.

정부와 전력거래소가 수요자원 시장 개설 이전에 현행 RCF(지역별용량가격계수) 및 TCF(시간대별 용량가격계수) 산정기준을 변경해야 한다며 대다수 위원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이들 안건을 원안대로 상정하면서 시장 참여자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게 발전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RCF는 지역별 예비율에 따라 산정된 용량요금 가중치를 조정하는 계수이고, TCF는 월별·시간대별 피크발생확률로 용량요금을 달리하는 계수여서 발전사업 수익에 영향이 불가피한 사안이다. 이대로 RCF 운영규칙이 개정되면, 발전사들은 예비율 12~20% 구간(불변구간)에 적용받던 용량요금 계수 '1'을 예비율 15%를 기준으로 변경 적용받게 된다. 최근처럼 15% 이상의 예비력이 유지되는 상황에선 수익감소가 명약관화하다. 업계는 당장 내년부터 500MW기준 발전기당 연간 5억원 가량 수익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4월부터 전력당국은 규칙개정 실무협의회 중심의 제도개선 TF를 꾸려 이들 안건과 함께 무부하비 및 기동비 제외, 기준 용량요금(CP) 조정안 등을 지속 논의해 왔다. 이 과정에 전력거래소는 중도에 논의를 순진입비용(Net-CONE) 개념을 도입한 CP 재산정과 제한적 가격입찰제 쪽으로 틀었고, 협의체는 사실상 이 부분에 대해서만 의견 조율을 벌여왔다.

하지만 규칙개정위원회 개정안 심의를 코앞에 두고 열린 이번 회의에서 전력거래소는 돌연 얼굴을 바꿨다. 경영난에 직면한 발전사들이 요구해 온 기준 CP 조정안 등은 제외한 채 모든 발전사들과 전문가들조차 반대 의견을 낸 RCF 안건 등은 수요시장 개설이 임박해 있다는 이유로 안건 상정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발전사업측은 제도 도입의 명분과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며 개정안 상정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수요자원 시장 도입 자체는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이 때문에 RCF를 손질해야 한다는 전력당국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발전사업자 측 TF팀 관계자는 "현행 RCF 불변구간은 적정 예비율에 포함되는 발전기는 용량요금을 차등하지 않는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합의 결과인데 전력거래소는 수요반응 자원과 RCF 개정안의 연계성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면서 개정안을 밀어 붙이고 있다"면서 "용량요금 감소액이 얼마냐를 떠나 논리상으로 문제가 있는 제도를 일방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발전사업자 측은 시기적으로도 RCF 개정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올초부터 시장제도 개선 TF에서 논의한 사안 중 다른 안건은 의견차를 이유로 안건에서 제외시키면서 유독 쟁점안건인 RCF 개정안을 강행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선 전력당국의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TF팀 관계자는 "RCF 변경안은 TF에서 무부하비 제외나 기준 용량요금 변경과 함께 논의한 사안중 하나인데, 똑같이 의견 합의가 되지 않은 다른 안건은 거론하지 않으면서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RCF 안건만 추진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이냐"면서 "이 때문에 일각에선 수요자원용 용량요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당국이 기존 사업자들의 수익을 깎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향후 예비율이 상승하면 수요자원 진입과 관계없이 발전사업자들의 경영난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시장 참여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RCF 개정안을 당장 철회하고 기존 시장제도 개선 TF에서 논의한 용량요금 관련제도 변경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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