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너지, 투자불가 선언…사업권 반납 or 양도 의사
매물 쌓이는데 살 곳은 없는 빈곤의 악순환, 출구전략 시급

[이투뉴스] 인천공항과 영종하늘도시 공급권을 가진 인천공항에너지가 공급권역내 새로 짓는 아파트에 대해 열공급을 못하겠다고 버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심지어 사업권 반납의사까지 피력하면서 누구든지 인수를 원하면 넘겨주겠다며 사실상의 사업포기를 선언했다.

이 외에도 집단에너지업계에는 공기업 자회사와 민간기업 등 갈수록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소화되지 못한 채 쌓이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이래 단 한 곳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CES업체 등 잠재적 매각대상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커진다.

업계는 취약한 사업기반과 함께 미래 사업여건마저 어두워지는 ‘빈곤의 악순환’으로 국내 집단에너지산업이 기약 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소형 아일랜드형 사업자의 처지는 도저히 희망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 역시 집단에너지산업이 한계상황에 도달한 만큼 이제 구조조정과 출구전략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신년기획] 사면초가 집단에너지, 해법은 없나>

영종하늘도시 열공급과 관련 인천공항에너지는 이미 열공급 용량이 한계치에 달해 추가 지역난방 공급을 위해선 열공급시설 및 공급배관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포화수요를 언제 달성할지 모를 이 곳에 1000억원이 넘는 추가투자가 어렵다는 것이다.

2000년부터 열공급을 시작한 인천공항에너지는 당초 아시아나(35%)와 인천공항공사(34%), 현대중공업(31%)이 공동으로 설립한 CES(구역전기사업) 업체였다. 하지만 누적 적자로 자본완전잠식에 빠져 견디기 힘들어지자 2009년 인천공항공사가 지분의 99%를 1원에 인수한 이후 일반 집단에너지사업으로 전환, 영종하늘도시까지 공급권역으로 품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에 열의 70% 이상을 공급하고 있고, 나머지 공항배후도시 및 영종하늘도시 등 1만1천여세대에 400㎜ 배관을 이용해 열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영종하늘도시 추가 공급을 위해서는 800㎜ 이상의 배관을 설치해야 한다. 영종하늘도시는 모두 4만5000세대 규모로 아직 3만4000세대가 더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너지가 추가적으로 열을 공급할 수 없다고 버티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9월 500세대 규모의 아파트 건축 심의를 반려했다. 하지만 LH공사는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에 열공급이 안 돼 택지분양 등에 차질을 빚을 경우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다급해진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지역난방공사, SK E&S, GS, 삼천리 등을 불러 인천공항에너지 인수의사를 타진했지만, 모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업장을 인수해봐야 사업성이 전혀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후 산업부는 개별적으로 짓는 공동주택에 일단 중앙난방 형태로 열공급에 나서고, 추후 단지가 어느 정도 형성되면 열배관을 매설해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방안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및 인천공항에너지에 제안했다. 하지만 이 역시 중앙난방 시설투자비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 등 문제가 많아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는 지역난방 고시지역에 열공급을 못하겠다고 버티는 인천공항에너지의 무책임한 대응에 대해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국내 집단에너지산업이 이 정도로 어렵다는 것을 증명하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한다.

공사인 한난과 LH공사의 자회사를 비롯해 대전열병합, 수완에너지 등 적잖은 민간회사가 매각에 나서면서 집단에너지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CES 업체들은 회의 때마다 “정부에 일괄적으로 사업권을 반납하자”는 얘기가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CES를 포함한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을 더 이상 방관해선 문제의 심각성만 커진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아일랜드형 소규모 사업자의 퇴출을 포함한 집단에너지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다만 집단에너지산업의 국가적 편익을 철저히 분석, 살릴 업체와 버릴 곳을 가려내야 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강재성 에너지경제연구원 집단에너지실장은 “누구의 책임인지를 떠나서 현 상황에서 집단에너지산업을 계속 방치하면 부작용만 더욱 커지는 만큼 M&A 유도 등 경쟁력 회복방안은 물론 퇴출 및 구조조정 등 출구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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