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사업장 매각, 삼천리-보류·축소, GS만 투자가속화
집단에너지 침체 분위기 속 ‘바닥론’에 대한 생각 틀려

[이투뉴스] “SK와 삼천리는 더 이상 집단에너지에 투자해서는 버티기 어려운 만큼 서서히 빠지자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GS는 지금이 바닥인 만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으로 봐야 한다. 투자의 성패는 어느 누구도 모른다. 시간이 최후의 승자를 가려내 줄 것이다”

집단에너지 분야 민간 빅3의 엇갈린 행보가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 시장을 주도하는 SK 및 GS, 삼천리가 바로 그들이다. 3곳 모두 2000년대 이후 발전 및 집단에너지 분야에 경쟁적으로 투자를 확대했으나 최근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집단에너지사업 투자에 나섰던 SK E&S의 변신이 극적이다. 한때 한난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최근 평택에너지서비스 등 주요 사업장의 전격적인 매각을 결정했다. 삼천리도 주춤하고 있다는 평이 많다. 인천종합에너지 우선매수권을 미행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유 지분마저 판데다 어렵게 따낸 사업권도 내주고 있다.

반면 GS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TX에너지 인수를 시작으로 청라에너지 지분 인수, 인천종합에너지 경영권 인수, 포천열병합발전 신설 등을 통해 한난을 맹추격하고 있다. GS파워를 중심으로 열연계서도 선점, 주도권을 행사할 태세다.
 

▲ 집단에너지 민간 빅3 최근 투자동향


■ 초기에는 3개사 모두 경쟁적으로 시장 진출
한난을 제외한 집단에너지 빅3 중 가장 앞서 달리던 곳이 SK다. SK그룹의 가스 및 전력, 집단에너지를 총괄하는 SK E&S는 2006년 전기 생산 및 증기공급업을 영위하는 익산에너지를 전북에너지서비스가 흡수·합병하면서 집단에너지사업에 첫 발을 내 디뎠다. 2009년에는 김천에너지서비스를 코오롱글로벌과 함께 설립, 열병합발전소(59MW) 건설을 완료하고 2013년부터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지역난방 분야에는 2009년 자회사인 코원에너지서비스를 통해 강일1지구를 시작으로 강동 및 하남지역 등에 진출했다. 2012년 11월에는 하남에너지서비스를 출범, 하남열병합발전(450MW급) 건설에도 나섰다. 한난(지분 15%)과 손잡고 위례신도시를 공략, 사업권(위례에너지서비스)을 획득한 것도 성공적인 투자전략으로 꼽힌다. 하남지역과 강동구에 이어 서울-성남이 포함된 위례신도시를 잡음으로서 SK는 수도권 동부지역에서 고유영역을 구축했다.

GS그룹(당시 LG칼텍스정유)은 한전의 안양 및 부천열병합과 한난의 이 지역 열공급 사업을 사들여 세운 GS파워를 통해 집단에너지사업에 발을 담갔다. 이후 계열사별 독자사업 행보를 통해 서서히 집단에너지에 확대했다. 이후 GS칼텍스와의 물적분할을 통해 GS에너지를 설립하면서부터 신규 택지지구 사업권을 확보해 나가는 등 집단에너지 확장이 본격화했다.

국내 최대 도시가스사업자인 삼천리의 집단에너지 외도는 2004년 한난 및 인천시가 주도하는 인천종합에너지(지분 20%) 설립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또 이를 발판삼아 2006년에는 최대 경쟁자이던 한난과 휴세스(삼천리 51%, 한난 49%)를 공동 설립하면서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휴세스는 이후 봉담 및 비봉지구 등을 공략해 9만 세대까지 공급권을 확대했다. 또 계열사인 안산도시개발을 통해서도 인근 지역으로의 영토를 넓혔다. 2008년엔 광명역세권 구역전기사업(광명열병합) 진출 이후에도 경기그린에너지(연료전지발전)를 비롯해 S파워(안산복합발전) 설립을 통해 영역확장에 나섰다.

■ 침체기 접어들자 SK·삼천리 방향 틀어
이처럼 90년대 후반 이후 2010년대 초까지 경쟁적으로 집단에너지 및 발전사업에 뛰어들던 이들 3사의 길이 흩어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열부문 원가회수가 저조한데다 그나마 버팀목이던 발전분야 시장상황까지 변하면서 본격적으로 삐걱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3사의 행보는 각기 달랐다. 가장 먼저 SK E&S가 집단 및 발전부문 신규사업 투자를 중단한데 이어 3개 자회사의 매각에 나서면서 업계를 놀래켰다. 평택에너지서비스(100%)와 김천에너지서비스(80%), 전북집단에너지(100%)를 하나파워패키지에 1조800억원에 매각한 것이다. 일부에선 덩치는 크지만, 수익성은 애매한 오성복합(평택ES)을 팔기 위해 비교적 탄탄한 김천과 전북열병합을 끼워 넣었다는 평도 나온다. 

SK그룹은 이들 3개사 매각이 셰일가스 등 자원개발사업 투자 및 LNG사업 확대에 따른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단순한 투자축소가 아니라 사실상의 사업구조 재편 성격을 띠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즉 전력 및 집단에너지 사업의 성장추세가 꺾인 만큼 자원개발 및 해외사업으로 우선순위를 돌리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삼천리도 SK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인천종합에너지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물론 심지어 가지고 있던 지분 20%마저도 매각해 버렸다. 여기에 수도권 서남부지역에서 가장 사업규모가 컸던 고덕국제지구 집단에너지사업권도 한난에 넘겼다. 심지어 전력과 집단에너지 별도조직을 하나로 합치고, 남는 인원을 도시가스 등으로 돌리는 등 조직과 인원마저 축소했다.

삼천리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업계는 사실상 집단에너지 및 발전사업에 대한 투자 중단이라는 맥락으로 보고 있다. 현 단계에서 휴세스를 비롯한 기존 사업장을 매각하기는 어렵지만, 추가투자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애초 도시가스시장 침탈을 막기 위해 전략적으로 나섰던 집단에너지사업에서 아무런 재미를 보지 못하자, 철수채비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집단에너지사업 침체기를 맞아 민간 빅3로 불리는 sk와 gs, 삼천리가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승자가 누가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사진은 지역난방 축열조 건설모습)

■ 나홀로 진군 GS, 과연 결과는?
반면 GS는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타트는 무려 6000억원이 들어간 STX에너지 인수부터다. GS그룹은 STX에너지 인수를 통해 석탄발전(반월 및 구미열병합+동해화력 사업권 확보)에 본격적인 발을 내디뎠다. 서부발전과의 전략적 제휴의 일환으로 신평택발전과 동두천드림파워 지분매입도 이어졌다.

이후에도 거침이 없었다. 곧바로 청라에너지 지분(인천도시가스 보유분 30%) 매입을 통해 김포열병합(470MW급) 투자를 사실상 주도했다. 이어 인천종합에너지 경영권 인수에 나서 삼천리 지분까지 포함해 경영권(70%)을 확보한 후 재무적 투자자에게 지분 일부를 다시 넘기는 수완을 발휘했다. 

다들 집단에너지 및 발전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신규투자를 종료하는 시점에서 GS만 투자를 가속화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는 GS의 경험에 주목했다. 2000년 당시 7200억원에 샀던 안양과 부천 집단에너지사업이 연간 1000억 가까운 순익을 내는 등 효자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민자발전사업자인 GS EPS도 그간 알토란같은 실적을 냈다.

즉 집단에너지와 발전 등 유틸리티사업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쉽지 않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독점적 사업권을 통해 안정적인 사업운영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이같은 투자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집단에너지사업의 침체가 바닥에 근접했으며, 이제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진단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보령에 추진하는 LNG인수기지와 서울과 인천권 열배관망도 사업확장에 영향을 미쳤다. 전영욱 GS에너지 집단에너지부문장은 “무조건 다 사는 것은 아니다. 인천 중부발전에서 서울(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까지 열연계가 이뤄진 상황에서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인천종합과 청라에너지 지분을 샀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SK 및 삼천리의 사업철수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집단에너지 및 전력의 시장상황이 그만큼 어둡다는 의미다. 다만 GS의 의욕적인 행보에 대해서는 일부 의구심을 표시했다. 일각에서는 ‘대단하다’라는 묘한 표현(?)을 하기도 했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집단에너지는 사업여건 자체가 열시장과 전력시장 모두에서 버틸 수 없는 구조다. 지금 어려운 것도 이 영향이 가장 크지 않나 싶다. SK가 오성복합 등 3곳을 매각한 것이 결국 이런 시그널을 준 것으로, 앞으로 LNG발전 및 집단에너지 사업을 접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논리를 통해 현재의 집단에너지 상황을 설명했다. 도저히 경쟁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SK의 매각이 중요한 변곡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앞으로 집단에너지와 LNG복합의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지역난방은 물론 도시가스, 전기 등은 이제 수요가 포화상태에 접어들어 대부분 성장에 한계가 왔다”며 “최근 SK가 오성복합 하고 집단에너지 사업장 2곳을 파는 것을 보니, 참 얄밉게 잘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그는 집단에너지 뿐 아니라 도시가스와 전기 등은 이제 블루오션이 아닌 레드오션이 됐다고 설명했다. SK가 평택에너지서비스 등 3곳을 매각한 것 역시 이러한 시장상황을 읽고 재빨리 대처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GS의 투자에 대해선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삼천리는 도시가스 시장을 뺏길까 봐 집단에너지 시장에 들어갔으나 수익이 나지 않자 답답해하는 측면이 크고, GS에너지는 자원개발에서 재미를 못 본데다 명분을 찾기 위해 투자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GS파워를 인수해서 이익을 많이 낸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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