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ㆍ농업ㆍ환경, 공존의 미학

책소개
전 세계 농업의 생물다양성은 기후 변화, 해충 창궐 등 먹거리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막아주는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한다. 이를 무시하고 전 세계의 먹거리를 몇몇 장소에서 재배하는 것, 몇몇 종류의 종자로 심는 것, 몇몇 기업들이 통제하는 것은 가히 ‘재앙을 부르는 지름길’이라고 부를 만하다.

로컬푸드는 지역 농업경제가 지속할 수 있도록 돕고, 동시에 농민과 이웃 도시주민 간에 연대를 구축케 하는 일을 돕고자 한다. 나아가 세계 곳곳에서 지역 먹거리가 나오는 원천을 되찾고, 전 세계 먹거리 사슬을 움직이는 동력을 재편할 수 있다는 신호들을 만들고 있다.

이 책은 지역 먹거리를 먹는 것이 왜 우리의 건강과 농민과 지구를 위해 좋은지 쓰고 있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이 부모와 농민들, 요리사, 환경주의자, 음식 사업가, 그리고 쇼핑하고 레스토랑에 가는 일반 대중에게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하고 이러한 관심을 제도적인 차원의 행동으로 전환할 때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것이다. 
 

 

저자 : 브라이언 핼웨일 
미국 <월드워치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먹거리 생산방식의 사회적, 생태적 결과라는 테마에 역점을 두면서 유기농, 생명공학, 기아와 물 부족 등 다양한 주제들을 연구하고 있다. 그의 저작은 『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 LA 타임스』, 『 뉴욕 타임스』, 『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전역에서 읽히는 신문들에 실리고 있으며, 라디오 및 TV 방송에도 출연한 바 있다. 최근 미국 상원의 청문회장에 출석해, 개도국들에서 발생하는 빈곤과 기아를 퇴치하기 위한 생명공학의 역할에 관해 증언을 하기도 했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지구시스템과학 학부를 졸업한 후에 1997년 <월드워치연구소>에 합류했다. 또한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분교 농업환경과학대학에서 현장조사 및 수업과정을 마쳤다. 스탠포드 대학 재학 시절에는 학생들이 운영하는 유기농 농장을 캠퍼스 내에 만들었다. 그는 캘리포니아 전역에 걸쳐 지역사회지원형농업(CSA)과 유기농 농장 및 과수원의 설립을 지원하고,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농민들을 돕고 있다. 멕시코, 중미, 카리브 해 지역을 여행하면서 토착 농사기술에 대해 연구했다.

 
역자 : 김종덕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경남대학교 심리사회학부 사회학 교수로 있다. 저술과 번역을 통해 맥도날드화, 슬로푸드 개념을 소개했고, 최근에는 농업위기와 먹거리 문제의 해법으로 지역식량체계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로컬푸드시스템연구회에서 다른 학자들과 함께 연구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원조의 정치경제학』(1997), 『농업사회학』(2006 개정판), 『슬로푸드 슬로라이프』(2003)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2003 개정판), 『슬로푸드』등이 있다. 

 
역자 : 허남혁 
대구대학교 사회교육학부 지리교육전공 박사과정 및 강사(농업 및 환경지리학)로 있으면서, 한국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본부의 비상임정책연구위원과 로컬푸드시스템연구회 간사를 맡고 있다. 근대화 이후 역사적으로 현대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시대에 자연이 어떻게 생산되고 소비되고 있는가 혹은 자연과 사회가 어떻게 신진대사 해오면서 물, 에너지, 먹거리 같은 자연의 흐름이 유지되어 왔는가 "정치생태학적 관점" 에 관심이 있고, 주로 먹거리와 농업의 문제를 사례로 살펴보고 있다. 옮긴 책에 『굶주리는 세계』(2003), 『녹색사상사』(2004), 『녹색희망』(2002), 『래디컬 에콜로지』(2001),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2000)이 있다. 

 
역자 : 구준모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환경동아리 씨알에서 활동했다. 공부를 더 할 계획이고, 대안세계화를 지향하는 여러 사회운동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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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옮긴이의 말

1장 한 바구니에 모두 담은 달걀: 농업의 위기와 지역 먹거리
세계 곳곳의 도전: 노르웨이 오슬로
2장 대륙을 넘나드는 상추: 먹거리 이동거리의 증대와 그 결과
세계 곳곳의 도전: 하와이의 마우이 섬
3장 월마트 효과: 먹거리 다국적기업들의 독점화
세계 곳곳의 도전: 이집트 카이로
4장 그 많던 농민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농업과 농민의 위기
세계 곳곳의 도전: 케냐 나이로비
5장 먹거리 불모지에 꽃을 피우기: 도시의 먹거리 되살리기
세계 곳곳의 도전: 브라질 벨로리존테
6장 시장을 되찾아오기: 지역 먹거리 시장의 확대 가능성
세계 곳곳의 도전: 미국 워싱턴 주 밴쿠버
7장 농경지를 고르게 만들기: 지역 먹거리와 공공영역의 임무
세계 곳곳의 도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사우스디어필드
8장 나폴리 시대가 열리다: 지역 먹거리와 슬로푸드 운동
세계 곳곳의 도전: 미국 뉴욕 주 이스트햄튼
9장 지역 먹거리가 개인들에게 보편화될 때

부록

출판사 리뷰  
‘먹는다’는 것은 곧 경제적ㆍ정치적ㆍ생태적 행위다.

언제부턴가 식탁에 오르는 음식을 걱정하는 일이 일상적인 습관처럼 돼버렸다. 보다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유통기한을 살펴보고, 판매원을 확인하며, 어떤 재료들이 포함되었는지 알아보는 일은 당연한 절차가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 발생한 여러 먹거리 파동(김치 파동, 만두 파동, 급식 파동 등)은 우리의 음식물 안전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올해 6월에 발생한 학교급식 파동은 수천 명의 학생에게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주었다. 매년 반복된 사고라는 점도 문제지만 올해의 경우는 충격이 더 컸다. 대기업이 급식을 담당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라고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급식 사고가 일어났으며 규모면에서도 사상 최대의 피해를 안겼기 때문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이 기업과 거래하던 회사와 병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어야했다.(부록 237쪽 참조) 외국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03년 9월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주민 600명이 레스토랑 체인인 칠리스에서 음식을 먹고 앓기 시작했다. 이것은 미국 역사상 단일 원인으로 일어난 가장 큰 규모의 A형 간염이었다.
먹거리 파동이 커다란 규모로 발생하게 된 배경에는 ‘효율성의 논리’를 내세운 세계식량체계의 불합리성이 있다. 소수의 토지에서, 소수의 품종으로, 소수의 기업들에 의해 수직적으로 통합된 세계식량체계는 인위적으로 조작된 값싼 가격으로 먹거리 공급망을 통제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이런 먹거리 공급망이 효율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단일화된 먹거리 공급과정은 의도적 또는 비의도적으로 들어가게 되는 위협(박테리아, 유전자조작, 잔류 농약, 생물테러 등)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농민과 토지를 분리시키고,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반환경적인 수단을 이용하며, 생산과 소비의 모든 관계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로컬푸드"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량체계를 지향하는 새로운 지평이다. 저자는 로컬푸드를 통해 농민과 소비자, 농촌과 도시, 농업과 환경의 관계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전 세계 보통사람들이 지역 먹거리가 나오는 원천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여러 사례들을 살펴본다면 세계식량체계의 동력을 재편할 수 있다는 믿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소극적인 구매자에서 벗어나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의식과 책임을 가진 음식 시민(food citizen)이 되어보자.

농업 세계화의 위험 ? 한 바구니에 담긴 달걀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식재료의 무역이 늘어나면 소비자, 농민,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해왔고, 더 나아가 바로 그 때문에 세계식량체계가 지배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국적이고 세계적인 수준에서의 여러 정책은 대규모의 거대하고 특화된 농장을 선호하면서 지역시장과 다양화된 소농들에는 적대감을 보여 왔다. 화석연료, 도로 및 여타 교통 인프라와 상품 생산에 지원되는 보조금들은, 고도의 오염을 유발하는 농장에서 생산되어 냉장선에 실려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비닐로 포장된 먹거리들을 인위적으로 값싸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현 체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더 낫고 효율적이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소모적인 화석연료의 사용, 먹거리 안전성, 농촌사회의 경제적 삶 파괴 등등 계산되지 않은 수많은 비용들을 간과하고 있다.

- 링컨 교외에서 상추를 재배하는 농민이 링컨의 월마트에서 팔기를 원하면, 그 상추는 검사를 위해 먼저 노스플랫까지 300킬로미터를 운송되어야 하며, 그 다음에 링컨으로 다시 운송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동안에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연료를 소비하며 추가적인 도로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상추는 목적지에 도착해 음식의 에너지로 제공하는 것보다 36배나 더 많은 화석 연료 에너지를 운송과정에서 소모한다.(본문 26쪽, 61쪽)

- 영국의 농장에서 일본의 식당으로 운송되는 냉장 쇠고기는 보통 큰 냉장 컨테이너선으로 동부의 미국 대서양 해안으로 가서, 다시 “냉장 컨테이너 열차로 대륙을 가로질러 서부의 미국 태평양 해안까지 이동한다. 그곳에서 다시 일본행 배에 실리고, 트럭을 이용해 마지막으로 운송된다.(본문 59쪽)
장거리 먹거리 체제가 기후 변화에 대해 갖는 함의는 농업이 안정적인 기후에 가장 크게 의존하는 인간의 노동이라는 점에서 특히 역설적이다.

- 소규모의 다양한 지역 빵집, 식료품점, 정육점, 우유가게, 농민장터 등에서 이루어지던 사업들을 월마트는 개장 즉시 한 방에 흡수할 수 있으며, 또 흡수한다. 지역 사업체들은 자신들이 판매할 수 있는 고객의 수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전국적이거나 다국적인 기업은 매일 전 세계 수천 개의 매장에서 수백만 명의 고객을 상대할 수 있다. 게다가 공급망 속의 특정 고리를 독점화함으로써 농장에서 대형 슈퍼체인에 이르는 모든 단계의 먹거리 기업들을 통합하는 추세는 더욱 가속화한다.(본문 71쪽)
‘대형’ 문화는 일종의 획일성의 문화를 조장한다. 획일성은 삶의 유전적 다양성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특정 먹거리는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일종의 불합리한 표준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 전 세계 농업 생물다양성은 기후 변화, 해충 창궐 등 예측 불가능하게 먹거리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막아주는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하는데, 이것은 지역의 경작환경 속에서 생물다양성을 활용하는 수백만 명의 소농들에게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수입이 줄어들고 빚은 늘어나면서 농촌의 빈곤이 악화되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일차적인 생업인 농업을 포기하거나 농촌을 완전히 떠난다.(본문 103쪽)
인간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재화를 농민이 생산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당황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량체계 ? 로컬푸드의 장점

세계적인 대형 슈퍼체인들은 규모, 선택, 유리한 가격 등에서 경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것들은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불만과 실망을 남기고 있다. 불만과 실망을 느끼는 사람들은 새로운 선택권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대형 슈퍼체인 대신에 지역 먹거리 먹기(eat here)를 선택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로컬푸드의 장점들을 알아보자.

- 지역 먹거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음식을 둘러싸고 얼굴을 맞대는 상호작용의 즐거움, 먹거리를 아는 데에서 오는 안전성을 깨닫게 한다. 이런 점은 먹거리 공급과정에서 의도적 또는 비의도적으로 들어가게 되는 위협, 즉 이콜리(E?Coli) 박테리아, 유전자조작 식품(GMO), 잔류 농약, 생물테러 등에 대한 최선의 방어가 될 수 있다. 가까운 곳에 농민들이 있다면 기후 변화와 물 부족의 시대에 올 수 있는 예기치 않은 충격에 대한 최선의 울타리가 될 수도 있다. 좀 더 감각적인 수준에서 보자면, 지역에서 재배된 먹거리는 신선함을 제공하고 제철 먹거리는 일정한 맛이 주는 장점을 누리게 한다.(본문 38쪽)

- 지역적인 대안은 막대한 경제적 기회를 제공한다. 농민장터와 지역민 소유 상점에서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면, 지출된 돈이 지역사회에 잔류하여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올리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좀 더 높은 식량자급을 강조하는 개발도상국들은 귀중한 외환을 보유할 수 있고, 국제시장의 변덕스러움을 피할 수 있다. 지역 먹거리는 운송비가 적게 들고, 중간상인이 없어 국제시장이나 대형 슈퍼체인에서 사온 같은 양의 먹거리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본문 39쪽)

- 먹거리가 재배된 흙에서부터 점점 더 멀어지면 쓰레기의 순환고리도 끊어진다. 장거리 먹거리 체제의 특징은 한쪽 끝에서 막대한 양의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다른 한쪽 끝에서는 화학비료 사용을 선호함으로써 식물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이상적인 원천과 유기물질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또한 장기 운송 및 보관이 가능하도록 먹거리 포장 역시 증가한다. 최근 많은 도시들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상당 부분이 음식물 쓰레기와 포장재이다.(본문 63쪽)

 

의식과 책임을 가진 음식 시민(food citizen)으로서의 첫걸음

로컬푸드는 불합리한 세계식량체계를 재편할 수 있을 만한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것을 현실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농민과 소비자가 관계성을 유지하며 정겨운 먹거리를 나눌 수 있는 농민장터, 도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생태, 사회, 영양의 급한 문제들에 대처하는 데 기여할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는 도시농업, 인공의 속도가 아니라 자연의 속도에 의해 생산된 먹거리를 지지하는 슬로푸드 운동 등이 좋은 예다. 이 밖에도 지역 먹거리 영역을 재건할 수 있는 기회와 필요성은 광대하다. 그리고 이런 작업은 좀 더 안정적인 생계를, 좀 더 강력한 지역사회를, 또는 단지 좀 더 맛있는 음식을 추구하려는 동기를 부여받은 개인들에 항상 의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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