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지원' 호혜조치 핵심으로 부상

“북핵 폐기를 위한 초기 조치는 물론 이에 상응하는 에너지 지원도 9.19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이행될 것이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북핵 6자회담에서 모종의 합의가 도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과연 북한의 핵폐기 초기이행조치에 상응하는 호혜조치 가운데 핵심으로 거론되는 ‘에너지 지원’이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될 것인지가 관심사로 부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국자들은 “해법은 9.19 공동성명에 담겨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명에는 ‘중화인민공화국, 일본, 대한민국, 러시아 및 미국은 북한에 대해 에너지지원을 제공할 용의를 표명하였다’고 돼있다.

 

말하자면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는 대가’의 하나인 에너지지원을 나머지 5개국이 ‘공동부담’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5일 국내 중견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북한에 중유를 제공하게 될 경우 비용은 여러 나라가 분담하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6자회담의 참여국들은 “북한을 함께 지원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중유를 지원하게 될 경우 그 부담을 미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함께 진다는 의지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읽혔다.

 

물론 그는 북한이 굳이 중유를 고집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해 중유 대신 북한에 다른 대체 에너지를 제공할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결국 중유든 대체 에너지든 북한에 에너지를 지원할 경우 미국과 함께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공동 부담을 지게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일단 미국이 과거 클린턴 행정부 시절 유산인 제네바 합의의 상징처럼 인식되는 중유 제공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가급적이면 중유가 아닌 다른 에너지 제공을 시사한 힐 차관보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통해 북한에 제공된 중유는 2002년 말까지 356만톤에 달한다. 액수로 치면 대략 5억달러에 해당된다. 이 중 3억4760만달러를 미국이 부담했다.

 

만약 북한의 요구대로 이번 회담에서 중유 50만톤을 제공하게 될 경우 과거 1억 달러가 채 안됐던 중유 50만톤 비용이 현재는 유가인상 등으로 1억5000만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1억5000만달러 정도의 비용을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이 균등 부담한다면 산술적으로 3000만달러 정도가 할당될 전망이다.

 

하지만 ‘납치문제’의 본격적인 협상 이전에는 대북 지원에 나서길 꺼리는 일본이나 북한에 대한 채권을 갖고 있는 러시아가 중유 등 에너지 지원 부담을 피하려 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여기에 대북 200만㎾ 송전 계획을 밝힌 한국도 적극적으로 중유지원에 나설 상황이 아니다.

 

결국 에너지 지원은 모두에게 부담스런 대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외교 소식통들은 “부시 행정부 인사들이 제네바 합의에 대한 거부감을 피력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협상에 탄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유 제공이 결정될 경우 거부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적극적인 협상자세를 평가하는 대목이다.

 

또 어느 특정국가가 중유 제공 비용을 대부분 부담하는 것이 아니고 과거 제네바 합의처럼 1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중유를 주는 것이 아닌 만큼 6자회담 참가국으로서 부담을 공동으로 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외교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일단 회담을 개최한 뒤 핵폐기 관련 논의의 진전을 지켜보면서 상응조치의 해법 등도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며 합의점이 도출되면 6자회담 참가국들이 9.19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의무를 이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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