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 TV의 시장 확대를 겨냥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해온 일본의 주요 전기·전자업체들이 잇달아 투자를 축소 또는 보류하고 있다. 국내외 치열한 경쟁으로 가격 하락이 예상보다 급격히 이뤄지고 있어 장래 수익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6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파이오니어와 히타치제작소가 PDP TV용 패널 공장의 건설을 연기하기로 했으며, 반도체 분야에서 도시바와 후지쓰도 신공장 건설이나 설비 증강 계획을 보류시켰다.

 

전기·전자 업계는 일본 경제의 민간부문 설비투자를 견인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경기 동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주요 메이커의 설비투자 감소가 부품·소재 업체로까지 파급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파이오니어는 야마나시(山梨)현에 새 PDP 공장을 짓기 위해 30억엔을 들여 용지까지 확보, 연내에 착공할 예정이었으나 공장의 건설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히타치도 지난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던 새 PDP 공장 건설 계획과 관련 5일 지난해 4.4분기 결산 발표회에서 “TV는 질로 승부를 겨루기로 했다”며 착공 연기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도시바가 지난달 말 휴대음악플레이어 등의 기억장치로 사용되는 ‘NAND형 플래시메모리’의 국내 신공장 착공을 반년 정도 연기하기로 밝혔다.

 

후지쓰도 오는 4월 가동되는 미에(三重)의 새 LSI공장에서 생산능력 확장 속도를 늦출 방침이다.


일본의 주요 전기 업체들이 이처럼 설비투자를 보류하고 있는 것은 지난 연말연시 특수 때 메이커간 경쟁으로 디지털가전 제품 가격이 대폭 하락한데다 수요가 업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반면, 대폭적인 설비투자 증강으로 가격하락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업체도 있다.

 

PDP TV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마쓰시타전기산업은 2800억엔을 들여 아마가사키(尼崎)에 세계 최대 규모의 PDP 공장을 건설, 생산 능력을 지금의 4배인 연 1000만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마쓰시타는 40인치 이상의 액정 제품이 속속 출시되는 등 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양산을 통해 제조원가를 대폭 줄임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PDP와 액정 등 평판 TV가 해마다 20~30%의 페이스로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어 마쓰시타의 증산이 가격하락을 더욱 부채질해 거액의 투자를 회수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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