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조치 이행기간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북한은 핵폐기에 대한 ‘상응조치’의 주요내용인 에너지 제공과 관련 ‘200만㎾ 능력의 에너지원’을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핵폐기 초기 이행조치 시한(60일) 내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에 제공될 에너지 선택권을 5개국에 맡기는 형식이지만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사실상 중유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또 영변 5㎿ 원자로를 비롯한 핵 관련 시설 처리문제와 관련 ‘동결(freeze)’을 고수하지만 나머지 5개국이 제시한 ‘폐쇄(shut down)’를 합의문서에 넣을 경우 이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음을 시사하면서 대신 보상조치의 수준을 격상시켜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소식통은 “미국 측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초기조치를 요구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조치를 요구한다는 북한 측의 전략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특히 대북 적대시 정책의 ‘돌이킬 수 없는’ 철폐를 입증해 달라는 요구도 추상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협상이 본격화할 경우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문제 등도 현안이 될 것이다.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0일 숙소인 차이나월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에너지 지원과 관련 중유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나’는 질문에 “구체적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 “하지만 무엇이 구체적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은 논의돼왔다”고 말했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숙소를 나서면서 핵폐기 초기조치로 거론되는 영변 원자로 처리 문제는 회담의 쟁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폐쇄’란 표현에 북한도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한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폐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영변 원자로 폐쇄 문제에 대해 북한도 반대하지는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남북한과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일본은 제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 사흘째인 이날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다각적인 양자접촉을 갖고 접점을 모색했다.


6개국은 다양한 양자접촉을 통해 전날에 이어 중국 측이 제시한 합의문서 초안에 담긴 북한의 핵시설 ‘폐쇄’와 이에 맞물린 나머지 5자의 상응조치 내용 가운데 입장차이가 노출된 쟁점을 놓고 조율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의장국인 중국은 합의문서 초안과 관련해 전날 연쇄 양자접촉을 통해 수렴한 5개국의 입장을 토대로 합의문서 수정안을 작성해 이날이나 11일께 돌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수정안이 나올 경우 핵시설 가동중단과 이에 따른 대체 에너지 제공 등 상응조치로 짜인 큰 골격은 유지되지만 이들 행동의 수위나 방법에 대한 미세 조정 또는 표현 수정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1∼2가지 이견 조율을 위해 북·미 및 남북 연쇄 양자협의나 수석대표회의가 개최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성의 있는 태도를 촉구해온 일본 측이 이번 회담 전망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어 수정안을 통해 일본의 입장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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