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와 황순필회장 일가의 독특한 지배구조

'자본'과 '혁신' 서로 다른 경영마인드가 '충돌' 예고

5700억 자산ㆍ건전한 재무구조 불구 주가 2만원선 맴돌아

연 매출 1조 눈앞…새 사령탑 진용 구성 재도약 발판 마련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대치4동 27-1번지. '국내 최초의 민영도시가스회사'란 타이틀로 잘 알려진 대한도시가스(주)의 본사 사옥이 1만 5000평 너른 부지에 띄엄띄엄 둥지를 틀고 있다.

 

1978년 설립돼 지난 30여년간 도시가스 분야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대한도시가스는 올 3월 김복환 전 대한도시가스 상무와 나성화 전 충남도시가스 대표를 신임대표이사로 맞아 들였다. 

 

400억원의 자본금으로 출발해 지난해 매출액 8357억원 달성, 올해 1조원 목표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대한도시가스가 양재천과 탄천이 만나는 '강남 노른자위'에서 새 진용을 꾸려 재도약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셈이다.  

 

대한도시가스의 성장은 불확실한 시장전망에도 불구하고 구역형집단에너지사업, 소형열병합발전, CNG충전소와 같은 주력사업에 공격적 경영을 접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주가추이로도 드러나고 있는데 2004년말 주당 1만7000원대에 불과했던 주가가 지금은 2만5000원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투자전문가들은 5700억원(2005년 기준)에 달하는 자산규모와 건전한 재무구조를 이 회사의 매력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잠재력에도 대한도시가스의 주가는 업계 경쟁사 대비 지나치게 낮은 축에 속한다는 게 일부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26일 현재 삼천리의 주가는 17만500원, 서울도시가스 6만6000원을 육박하고 있다.

 

서울 서초ㆍ강남ㆍ송파구 등의 핵심 도심과 경기 과천ㆍ성남ㆍ분당에 이르는 신흥도시의 상권을 거머쥔 기업의 평가액으로 보기엔 지나치게 낮다는 의아심이 들만도 하다. 대한도시가스는 말그대로 가스업계의 대표적 '저평가주'란 해석이다.

 

특히 조단위 강남의 요지를 '깔고 앉은' 기업의 외형으로 보기에도 2만원대의 주가는 '이래저래 격이 안맞는다'는 푸념이 나올 법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대한도시가스의 평가는 기업의 설립배경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한다.

 

업체측이 공개한 주식지분현황(2005년 기준)에 따르면 대한도시가스는 SK E&S가 40%, 2001년 타계한 황순필 회장 일가가 28.43%를 소유하고 있다.

 

SK의 전신인 유공은 1990년 당시 국내 최대 도시가스회사인 대한도시가스의 지분 절반(당시 50%)을 인수하면서 황회장측과 공동경영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자본경영'을 표방하는 땅부자 출신의 황회장 측과 '혁신경영'에 익숙한 SK측이 경영과정에서 말 못할 갈등과 불협화음을 겪었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이 과정에서 황회장측 수구세력이 주총을 통해 대거 퇴출되는 진통도 뒤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업체의 한 관계자는 "도시가스사 중에 최대주주가 둘로 갈리기는 경남도시가스(GS그룹, 세아철강 최대주주)의 사례처럼 우리만의 얘기가 아니다"면서 "단순히 기업 설립배경을 주가로 대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한다.

 

대한도시가스도 한때(상장당시) 주가가 4만원에 달했고 경쟁기업과의 격차는 사업규모가 다른 이유에서비롯됐다는 게 이 관계자의 해석이다.

 

하지만 대한도시가스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해석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인수시 공동경영 약속에 따라 지금도 본부급 주요 경영진 비율이 5대 5(SK대 황회장 일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한도시가스를 두고 오가는 무수한 '뒷담화'는 본사 중앙현관에 위치한 황순필 회장의 흉상과 함께 묘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황회장은 '소나기','별' 등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진 고 황순원 선생(소설가 : 1915~2000)의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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