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연구ㆍ맹탕연구ㆍ종잣돈연구 의혹 꼬리표

한 해 1200억원 이상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신재생에너지 R&D사업이 끝없는 잡음을 몰고 다니고 있다. 연구과제 중복 의혹(본지 6월 4일자 '에너지 R&D 자금은 눈먼 돈' 보도 참조)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들 사업이 최근에는 연구개발 실효성 논란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선진국의 50~70%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높이기 위해 매년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연구는 시대에 뒤떨어진 '뒷북연구'이거나 상용화 자체가 불가능한 '맹탕연구', 또는 기술개발과 무관한 '종잣돈연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난마처럼 얽힌 에너지연구개발 사업의 총체적 문제점이 에너지자원기술기획평가원 출범을 계기로 실마리를 잡아갈지 의문이 일고 있다.

 

11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정부가 역점 연구개발 분야로 선정해 상용화를 시도하고 있는 분야는 산업 파급효과가 큰 수소ㆍ연료전지, 태양광, 풍력, IGCC 등 4개 분야다. 이중 태양광, 풍력, 수소ㆍ연료전지는 별도의 전담기구인 사업단 체제까지 가동되고 있다.

 

2003년부터 올해까지 이들 사업에 투입된 정부 예산은 4000억원. 하지만 연구개발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원별 국산화율과 기술수준을 꼼꼼히 따져보면 투입대비 효과는 기대 이하다.

 

산자부가 각 분야별 사업단과 연구회 등의 전문가 집단을 상대로 집계한 바에 의하면 지난해 말 현재 수소ㆍ연료전지의 제작ㆍ생산 기술 국산화율은 각각 41%, 63%다. 이어 태양광이 69%, 풍력이 86%, 석탄이용이 72% 수준이다.

 

기술수준 향상 정도도 미미하다. 2003년 기본계획 수립시 수소ㆍ연료전지의 기술수준은 30~55%, 태양광은 65%, 풍력은 약 60% 수준이었다. 그러나 3년간의 기술개발을 진행한 결과 이들 기술은 태양광이 1% 상승하는 데 그쳤으며 가장 많이 기술을 얻었다는 풍력이 11% 정도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산자부는 "기술수준이 낮은 것은 선진국에 비해 기술개발이 늦게 시작됐기 때문이며, 기술개발 투자액도 미국의 5%, 일본의 9% 수준으로 부족한 실정이다"라고 해명했다. 산업기반이 취약하고 절대 투자액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연구개발을 지켜본 관련업계의 시선으로는 개발 성과가 저조한 탓을 예산 문제로만 둘러대기는 어려워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160억여원의 R&D자금을 받은 모 태양광 업체는 공장 라인을 구축하는 데 이 돈을 사용했다. 덕분에 이 업체는 국내 물량을 커버하고도 남을 설비를 구축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이 자금이 연구개발에 사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10%대의 높은 기술수준 향상이 이뤄졌다는 풍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모 기업은 국내 최초로 750KW급 풍력발전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업은 지금도 정부 예산을 받아 2MW급 발전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풍력시장은 이미 2~3MW급 발전기를 주력제품으로 상용화한 상태다. 이 기업이 개발한 750KW급은 시장에서 단종되는 추세다. "차라리 돈을 주고 기술을 사서 2MW급부터 시작하는 게 낫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끼리 연구개발 자금을 나눠먹기 식으로 타 쓰고, 자금을 못 타내는 업체가 무능한 곳으로 낙인찍히는 시대다"라면서 "연구개발을 위해 온몸을 불살라도 좋은 결과가 나올까 말까 한데 자금으로 직원 편의시설을 짓는 등 업계의 모럴헤저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개탄했다.

 

그는 "관리ㆍ감독 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의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아 연구과제에 대한 정확한 내용 이해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결과를 유도하고 성공한 과제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역발상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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