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주년특집좌담] 새 정부 에너지ㆍ자원 개발 어떻게 가야 하나
[창간1주년특집좌담] 새 정부 에너지ㆍ자원 개발 어떻게 가야 하나
  • 이상복
  • 승인 2008.04.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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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사업화 위한 실천적 계획 수립 시급"

새 정부가 출범하고 총선까지 마무리됐다. 바야흐로 새 출발이다. 그러나 국내외 환경은 녹록치 않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무역수지 적자, 환율 인상까지 겹쳐 몸살이 심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직후 천명한 '자원외교'가 시동을 걸어야 할 때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자원외교와 패키지형 자원개발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석유ㆍ가스 자주개발률을 지난해 4.2%에서 올해 5.7%까지 끌어올리고, 2012년까지 18.1%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향후 5년간 이 분야 예산을 1조4000억원 증액하겠다고도 했다.

 

새 정부의 이같은 정책 방향을 지켜보는 국민과 에너지ㆍ자원 업계의 기대는 크다. 에너지안보는 곧 경제안보이자,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투뉴스>는 창간 1주년을 맞아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각계 에너지ㆍ자원개발 전문가를 초청한 가운데 특집좌담회를 개최했다.

 

새 정부가 어떻게 에너지ㆍ자원개발 정책을 수립하고 전개해 나가야 할지, 참여정부부터 이어진 그간의 정책이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냉각국면을 맞고 있는 남북 자원협력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등을 들어봤다.

 

 

< 참석자 >

 

■ 허은녕 - 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 김진도 - ㈜포넷 대표이사

■ 조찬제 - 대한석탄공사 남북협력팀 과장

■ 이영성 - 서평에너지ㆍ아스트라 대표이사

■ 사회 및 진행 - 이상복ㆍ이경하 기자


- 사회 = 정부가 본격적인 해외자원개발을 시작하고 있다. 천명한 바와 같이 자원외교가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분명한 의지를 내비친 것만은 분명하다.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허은녕 교수 (이하 허은녕) = 오늘 이 시점까지는 에너지ㆍ자원 쪽에 특별하게 다른 정책이 나온 것은 없다는 느낌이다. 이전 정부 때 있었던 그대로, 또는 연장선에서 발표했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석유공사를 키운다든지, 광업진흥공사를 적극 육성하겠다든지 하는 등이다. 자원외교에 앞장선다고 했지만 실제로 특별한 진작책이랄까 그런 것이 없다. 


▶ 김진도 대표 (이하 김진도)= 신 정부가 자원부문에 대해서 어떤 정책을 펼 것인가 하는 점들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아직 구체화된 계획을 내놓은 것은 없지만 자원부문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하는 큰 방향을 밝힌 것 자체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특히 이전에 우리가 해외광산을 취득하고 생산운영을 하는 데 있어 여러가지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들이 많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실제 정책에서 얼마나 개선될지 기대된다. 

아쉽다면 정부 최고 책임자는 국가 전체를 바라보면서 국가간의 치열한 자원확보 전쟁에 대해 굉장히 중시하고 있는데, 일선 현장은 맨몸으로 발가벗고 뛰고 있다. 구체적 지원책이나 정책, 제도, 규정 등이 과거 낡은 그대로다. 피부에 와 닿는 지원책들이 별로 없었다. 새 정부에서 획기적으로 변화됐으면 좋겠다.

 

▶ 허은녕 = 학교라는 현장에서 본다면 그간 에너지 분야의 다양한 인력양성이 있었다. 그러나 자원개발 분야에만 국가 인력양성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없는 분야가 해외자원개발, 자원개발 분야다. 서울대에 자원개발아카데미가 있지만 산업체 인력을 위한 단기코스다. 신재생에너지, 기후변화협약 등 각종 프로그램이 있는데 자원개발 분야만 없다는 것이 답답한 현실이다.

석유공사의 경우 매년 50명, 100명 단위로 인력을 뽑는다. 대부분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취직한다. 신재생에너지 등은 이미 인력양성이 진행되고 있는데 당장 인력수요가 발생하는 자원개발 분야가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현장 지원이 안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 사회 = 불과 1~2년 전만 해도 자원개발공학과는 비인기학과였다. 최근 상황이 많이 반전됐다는 느낌이 든다.

 

▶ 허은녕  = 비인기학과에서 '非'자는 벗었다. 그렇다고 인기학과가 된 것은 아직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인력을 양성한다든지,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분야를 어떻게 가져갈 것이란 전략적 계획이 있다면 당연히 인력 양성계획이 따라줘야 정상일 것이다. 정부 인력양성 계획은 계획으로만 4년째인 걸로 알고 있다. 18% 자주개발률 달성 계획이 분명히 있음에도 생각 외로 런칭이 안되는 현실이다. 기업체들 수요는 이미 몇십명 단위가 아니라 백명 단위로 커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약간 실기한 느낌이다.

 

▶ 조찬제 과장 (이하 조찬제) = 취지와 조금 동떨어진 얘길 수 있지만 인력개발 수요 산정은 석유 위주다. 일반광물, 석탄광물도 상당한 인력이 필요한데 말이다. 이런 수요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인력통계에 잡히는 것은 석유공사, 광업진흥공사뿐이다. 아직 마땅한 수요처가 없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석유공사가, 광업진흥공사가 대규모 수요를 창출할 산업이 있다면 공급도 따라오지 않겠는가 싶다. 예전에는 주로 석탄에서 이런 수요를 감당했다. 

 

- 사회 = 자원개발 역량을 키워갈 방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겠는가.

 

▶ 이영성 대표 (이하 이영성) = 지난번에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원개발을 위한 집적화단지를 만들어주면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대부분의 업체가 열악한 환경이니 일정구역을 주고 관련 산업이 모여서 하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였다. 특화된 경제자유구역이라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이곳에 각종 연구소와 해외자원 리서치기업, 탐사전문기업 등을 모으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새 정부의 의지는 공감하지만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 사회 = 이제 전략, 정책 쪽의 논의로 전환해 보자. 장기적 관점의 에너지정책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 허은녕  = 1999년부터 국제유가가 슬슬 올라갈 조짐이 보이니까 선진국들은 2001부터 2003년 안에 장기 에너지 비전을 다 내놨다. 미국은 '체니보고서'란 걸 2001년에 만들었다. 유럽도 2003년까지 다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2004년 주한 러시아 대사가 "한국은 신기하게도 에너지 정책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얼마 전에는 중국측 인사가 "한국은 이상하게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없다"는 발언을 했다. 그게 무슨 뜻이겠는가. 국가 정책을 어떻게 국가사업화하고 전략화하겠다는 것인지 의지가 보이지 않는 걸로 읽혀진다. 

물론 우리도 장기 예측을 내놓는다. 2030 비전 계획도 있고 국가에너지기본계획도 있다. 문제는 이걸 실제로 어떻게 이룰 것인가, 어떻게 갈 것인가 하는 실천적 계획이 없다는 거다. 새 정부 말대로 액션플랜이 없다. 이 점이 명확해질때 실제 주체들이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관해 고민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아쉬운것은 국가에너지위원회다. 위원회가 구체적 액션플랜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냥 대표되는 인물들만 모였다는 느낌이다. 액션플랜을 만들 수 없는 인물들로 조직화됐다.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다.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이런 국가적 위기에 충분히 토론을 벌이고 어떤 의견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김진도 = 우리가 에너지ㆍ자원을 이야기하면 보통 오일(석유)을 말한다. 그런데 각 나라의 국가적인 중장기 계획은 금속광물이라든지 식량자원이라든지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 있어 국가의 종합계획이 석유ㆍ자원 부문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모든 자원을 포괄하는 전체적인 종합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해외광산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수치 중심의 자주개발률에만 정책목표가 맞춰져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질적으로 여러 자원을 확보하는 구체적 액션플랜과 실행력을 갖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런 점을 지적하고 싶다.

 

▶ 조찬제 = 개인적으론 '신고유가 시대'란 용어가 귀에 거슬린다. 왜냐면 고유가는 기름에 한정된 얘기이기 때문이다. 포스코 원료탄이 100달러에서 300달러로 세 배가 뛰었다고 한다. 같은 기간 유가는 70달러에서 100달러로 40~50% 정도 올랐다. 실질적으론 석탄가격이 더 뛴 거다. 이런 측면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닌가 싶다. 차라리 '신고에너지 시대' 이런 식으로 포괄적인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 사회 = 그간의 정책 추진ㆍ실행과정에서 느꼈던 문제점은 무엇인가.

 

▶ 조찬제 = 이제까지 에너지ㆍ자원 공기업이 해왔던 사업은 사실 상당히 수동적인 측면이 있었다. 적극적, 능동적으로 일하기 위한 환경이 아니다. 공무원이나 공기업은 책임지기 싫어하는 특징이 있다. 일을 잘한다고 해서 포상해 주거나 인정해 주지는 않지만 잘못 되면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하고 불이익을 당한다. 적절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이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

자원개발은 오랜 경험과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다. 그런데 우리 공무원들은 1년마다 한번씩 자리가 바뀐다. 전문성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정책 결정하는 공무원이 알아듣지 못하면서 '나를 이해시켜 달라'는 식이다. 이게 자랑스럽게 얘기할 일인가. 공직 '머슴론'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실제 공복들은 요즘 큰소리를 치고 있다. 상당한 권위와 자금이 실력 없는 비전문가가 독점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런 점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 이영성 = 에너지ㆍ자원개발의 최전선에서 자원 확보를 위해 발로 뛰는 입장에서 본다면 공무원들과 사실 온도차를 많이 느낀다. 우리 회사의 경우도 정부 인ㆍ허가를 받는데 관련부서 담당자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 오시는 분들마다 '모르니까 머릿속에 입력시켜 달라는'식이다.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기를 계속 반복한거다. 정부 업무의 정책 기조, 연속성, 전문성 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애로사항이 많다.

 

 

▶ 김진도 =  주로 주무부서, 주관기관, 주무 공기업 등과 연관된 문제점 지적하셨는데 다른 측면의 어려움을 지적하겠다. 해외 자원개발은 대규모 자금과 여러 관련 부문들의 협력이 필수적인 분야다. 그중에서도 자원부문과 금융부문이 결합하는데 있어 금융부문의 문제점들이 굉장히 심각하다. 자원산업을 올바르게 육성하고 해외 자원들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산업 종사자들의 인식 변화와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처럼 금융비지니스로부터 출발해 자원비지니스를 전개하는 입장에서 보면 금융부문에서 굉장한 좌절과 벽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단적인 예로 해외 금융기관들은 프로젝트 자체의 경제성을 가지고 평가해 프로젝트 파이낸싱한다든지 펀드를 투자한다. 광산, 유전 그 자체의 경제성을 놓고 파이낸싱하고,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도로 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그러나 정부와 국내 어떠한 금융도 이를 파이낸싱 해주는 곳은 없다. 국내 부동산, 유가증권, 상장된 유가증권을 담보로 잡고 적당한 현금을 보유해야 돈을 빌려준다든지 투자를 한다. 에너지특별회계 정책자금은 담보 없이 돈을 빌릴 수 있는 자격이 회사채 신용등급 기준 BBB 이상이다. 거래소와 코스닥 통털어 대기업조차도 이 기준을 만족하는 기업이 드믈다. 신용지원ㆍ정책자금 기준이 BBB 이상이면 돈을 엄청 쌓아놓고 있는 대기업들이나 쓸 수 있다. 사실 그들은 상대적으로 자금이 필요없는 곳이지 않는가. 자금 지원을 제대로 하면서 정책적 목적으로 자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하면 제도적 안전장치는 마련된다고 본다. 해외 자원개발도 우선 자금 지원을 제대로 해주면서 오히려 그것이 프로젝트에 정확하게 쓰일 수 있도록 관리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 조찬제 =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사업이 된다면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여기에 대한 제

도적 안전장치가 있어야 통제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제까지 지분 참여, 간접투자 방식에 대한 성공사례는 있지만 직접 개발방식의 성공은 드물다. 일정 재원을 가지고 우량기업에게, 꼭 성공할 수 있는 기업에 지원하려다보니 어느 정도 통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끼리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특히 대북사업의 경우 실익이 별로 없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한 사업에 30~40개 업체가 서로 하겠다고 난립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국가적으로 이익인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자원개발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사업에 여러 업체가 난립하면 선의의 경쟁은 상관없지만 과당경쟁은 곧 손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 에너지기업이 인수합병(M&A)을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도 그런 측면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

에너지 공기업도 석유, 가스, 자원, 석탄 등으로 나눠어 있는데 이에 대한 수평적 결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에너지공사'란 이름이 걸맞는 공기업을 뜻한다. 예를 들어 발전사와 석탄공사와의 수직적 결합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민간기업과 공기업의 결합도 모색해 볼만 하다. 여러 업체가 난립해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 허은녕 = 사실 이와 관련한 정책연구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대표 회사를 키우는 대형화, 일종의 벤처기업처럼 전문 서비스업을 육성하는 전문화가 동시에 필요하다. 사실 우리나라 에너지기업을 다 합쳐봤자 규모가 크지 않다. 당장 동해 가스전 개발할 때만 해도 관련 서비스업 전부가 외국에서 왔다. 돈은 우리가 다 냈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이 그만큼 해외자원개발을 많이 한다는 얘기는 우리나라도 전문서비스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서비스업 쪽은 전문화ㆍ소형화해서 대표기업 10개 정도를 키우고, 대형은 대형대로 따로 가야 한다는 게 연구결론인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옥석 가리기다. 그러나 우리는 정보통신 벤처가 한참 붐이었을 때 이미 한번 해봤다. 초반에는 구분이 안되니까 담보든 뭐든 다 잡고 했다. 그런데 최근 KTB 정도 되는 금융기관이 존재하니까 정말 벤처의 옥석이 가려진다. 실패도 많이 했지만 몇번 경험해보니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좋은 곳, 나쁜 곳을 가릴수 있게 됐다. 똑같은 이슈라고 본다.

 

- 사회 = 아직 옥석을 가려내기엔 감식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는데…

 

▶ 허은녕 = 식량도, 자원도 자금률이 부족하고 영세하다. 또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수입하는 기법을 가르치는 곳이 없다. 학교에서도, 전국 경영학과에도 실물시장을 가르치는 곳이 없다. 농대에 가면 농경제학과, 자원 쪽에는 자원시장을 가르치는 학과가 존재하지 않는 거다. 금융사에 계시는 분들은 이쪽 시장을 경험할 방법이 없다. 그저 주가만 보고 판단하는 수준이다. 전문가가 없는게 당연하다. 환율변동 등의 리스크 팩터가 수십개인 해외자원을 어떻게 판단하겠는가. 그런 면에서 국가가 이 부문의 벤처를 책임지는 전문기관을 지정하고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도 좋다. 처음엔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진행하겠지만 몇년 지나면 사례도 쌓여 사장 얼굴만 보면 당장 안된다고 간파하는 전문가급이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옥석 가리기는 전문기관에서 하고 국가가 재정만 지원해 주면 된다. 탄탄한 중소 전문기업들은 자원개발 분야에서 중요하다. 탐사, 시추 등 각 단계의 전문기업들이 등장해 줘야 한다.

 

▶ 김진도 = 최근 자원분야의 전문 서비스 회사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상당히 바람직한 현상이다.  중구난방식 업체 난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는 국책기관이 해야 할 일, 대기업이 해야 할 일, 중소기업 등이 할 영역을 나누면 된다. 중앙아시아나 동남아, 아프리카의 경우처럼 정부나 대기업 진입을 꺼리는 곳은 중ㆍ소 협력체계로 추진해 가야 한다. 최근 해외자원개발협회를 만든 것이라든지 패키지딜처럼 연관산업을 모아 추진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들이 나오는 것은 협력체계 시스템의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본다.

 

 

- 사회 = 정부가 어떻게 기업들의 활동을 도와야 하나. 총리실 중심의 자원외교 전략은 문제가 없나.

 

▶ 조찬제 = 최근 자원개발과 자원외교가 국가 핵심과제로 선정되면서 청와대와 총리실, 외교부, 지경부 등의 관련 부처가 많이 늘어났다. 일선 기업을 담당하는 분들은 그만큼 어디에 손을 잡아야 하는지 상당한 혼선이 빚어질 것 같다. 유가가 급등하고 물가가 상승하고 경제성장도 어려워진다고 한다. 총체적 난국인데 이런식으로 권한 있는 담당부서가 많아지면 상당히 헷갈려진다. 집중화시키는 게 맞는 건지, 분산이 맞는 건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새 정부가 새로운 출발을 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하자고 하면 따라가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권력이 분산돼 이것도 저것도 아닌 형식이 될 수 있다. 그럴 바에야 지경부든 총리실이든 한 곳으로 창구를 모으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 허은녕 =  같은 생각이다. 사실 몇년 전에도 외교통상부가 에너지관련 담당부서를 만들어 당시 산자부의 옥상옥이 된 사례가 있다. 잘못하면 기업들이 2~3개 부서를 왔다갔다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문이, 대통령이 아예 자원분야를 국무총리실에 붙이겠다고 했으면 참 좋은 생각이라고 했을 텐데 외교만 갔다 놓는다고 했기 때문에 지금은 외교만 가 있고 실무는 여전히 지경부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당장은 모르지만 결국은 혼선이 현실로 등장하지 않을까 싶어 우려된다.

중요한 것은 세부전략이다. 에너지 분야에 있다보면 위에서 정책 짜는 분하고 아래서 실무 하는 분 가운데 갭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왜 벌어져 있나 보니까 결국은 정보의 문제다. 국가 정책은 위에서 만들 수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 얼마를 캐오고, 얼마나 경제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정보부터 분석까지 끝낼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과연 우리에게 그런 능력과 시스템이 있나.

전략적으로 어느 나라에 어떻게 진출해야 할지 국정원, 외교부 등등 우리 국력을 총결집해 힘을 모으는 느낌이 안 든다. 그냥 한 기업이 자발적으로 굉장히 노력해서 얻은 정보와 공기업이 10~20년 땀 흘려 쌓은 데이터베이스가 있을 뿐이란 느낌이다. 당장 이라크에서 몇몇 기업이 정치적 문제로 고생하는 게 목격된다. 그런 상황에서 이같은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 김진도 = 정부의 전략적 접근에 민간 부문의 역할을 높였으면 한다. 민간기업은 기업의 사활을 걸고 일한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무인력을 파견하고 분석한다. 정부조직이 전체적으로 네트워크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 반면 정부가 할 수 없는 민간기업의 역할이 상당히 많이 있다.

전 세계 오지로 다니다보면 항상 앞서 진출한 한국의 작은 기업들도 있고, 이미 현지서 뿌리 내린 분들도 상당하다. 민간의 영역을 활용하면 허 교수 말씀대로 아주 구체적 대상지역에,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 좋지 않을까 싶다. 일본이나 중국은 항상 정부에서 종합적인 전략을 세워 접근하면서 민간기업이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회수해오는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기존 정부는 민간기업을 가급적 멀리하는 경향들이 없지 않았다. 대등한 파트너십 관계가 아니라 갑ㆍ을식의 종속된 관계가 있었다는 얘기다.

 

사회 = 대북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는 분위기다. 참여정부가 공들여 온 대북자원교역을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 얘기해 달라. 

 

▶ 이영성 = 대북자원교역을 추진하고 우리는 해외 자원개발업체가 겪는 어려움의 3~4배, 이중고, 삼중고의 애로를 느끼고 있다. 대북자원협력은 정부 정책방향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일반 사업자에 비해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를 정부차원에서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정부는 관(官) 주도로 대북사업을 전개했다. 광업진흥공사의 정촌 흑연사업이 대표적이다. 사업초기 관이 먼저 들어갔지만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사업자체가 정부 통제였고, 이렇다보니 민간은 위험 분산을 위해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갔다. 이들 사업을 육성하려면 정부가 남한내 정책 수요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해외자원개발도 중요하지만 대북사업에 대한 투자보장 등의 지원이 전혀 없다. 북한 자원개발에 대한 정부의 로드맵 자체가 아직 없다고 본다.

 

 

▶ 조찬제 = 한반도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외로운 섬이다. 하루 빨리 남북통일이 돼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통행, 통신, 교역ㆍ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북한은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철도, 가스, 송유관이 북한을 거쳐야 올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지금은 북핵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를 우리가 발전하기 위한 성장통으로 봐야지, 이대로 고착화되면 안된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상호주의와 실용주의라고 얘기하는데, 이는 어떻게 보면 참여정부의 '유무상통'과 일맥 상통한다. 현행 민간 교류협력 사업은 기존 방식대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며, 만약 북핵이 해결된다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대북 붐이 일어날 수 있다.

군사적 대치 상태가 심각해지면 국가 신용도만 몇 단계 떨어지고, 이에 따른 손실은 대북지원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의 몇배가 될 것이다. 정부도 이런 교착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본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도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편치 않았다. 그때 완충 역할을 했던 곳이 민간 대북사업자와 NGO였다. 지금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성장통이다. 대북사업은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3만달러 시대로 넘어가는 하나의 모멘텀이 될 것이다. 활용할 가치가 매우 높다.

지금까지는 시작단계였다. 중국이나 제3국 역시 북측에 투자를 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은 별로 없다. 주체사상이란 것은 스스로 자기가 생산한 것을 먹고 살고, 외세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거다. 북한 역시 중국에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남북이 노력하면 우리에게도 많은 기회는 제공될 것이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으며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 허은녕 = 공감한다. 북한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다. 우리가 '경제성장 747'이 아니라 현 상태로만 성장하려고 해도 북한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큰 테마를 하나 놓치는 거다.

 

▶ 김진도 = 우리도 북한의 광물자원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정부와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들어 러시아와 중국, 심지어 유럽까지 북한 자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민간기업의 북측 접촉을 기본적으로 불허하는 입장임에도 일본내 유수기업들이 북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 자원을 우리가 놓치면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보완하자면 정부 주도의 남북 자원협력은 걸림돌이나 실질적인 사업진전에 있어 문제가 많다. 북의 인식에 있어서도 남한 정부사업은 공짜라는 인식이 강하다. 신정부는 민간기업을 앞세워 남북 자원협력을 추진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서평에너지가 북 명지총회사와 석탄반입 사업을 성공시킨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고, 이런 방식의 사업을 잘 육성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 조찬제 = 자원개발은 사업비 자체만 보고 개별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인프라가 동시에 지원돼야 한다. 북한, 몽골, 인도네시아, 중앙아시아 등이 모두 마찬가지다. 이런 인프라 사업을 민간단체가 혼자하려다 보니 엄청난 비용이 들고 투자회수 기간이 오래 걸려 경제성이 없어지는 거다. 대기업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은 힘들다.

특히 북한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면 자원개발에 필요한 전기, 철도, 물류 인프라까지 다 개선시켜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답이 없다. 예전에 몽골 진출을 검토했을 때 상당히 많은 석탄자원이 매장돼 있음에도 인프라가 없어 경제성이 없다, 조사할 필요도 없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타반톨고이 석탄광의 경우 미국, 일본이 서로 들어가 경쟁적으로 자기들이 하겠다고 나선다. 석탄값이 급등하니까 그런 물류체계를 다 지원하고도 돈이 된다는 얘기다. 북한도 상황은 비슷해질 것이라고 본다.

 

사회 = 석유ㆍ자원에 대한 수급 애로, 기후변화 대응체제가 화석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 

 

▶ 조찬제 = 주력 에너지원인 석유, 석탄 가격이 올라가니까 오히려 대체에너지를 우리가 개발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아닌가 싶다. 이 시점에서 개발하지 못한다면 기회가 다시 오겠는가. 다만 바이오에너지를 육성하다 보니 식량파동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다. 가난한 나라는 생존을 걸고 식량을 구하고 있는데 가격이 폭등하는 부작용이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하면 화석에너지의 대체산업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다.

 

▶ 허은녕 = 풍력의 경우 이미 화력발전소 수준의 경제성이 나온다. 태양광은 아직 비싼 편이지만 태양전지는 매우 잘 팔리고 있다. 나름대로 산업화는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 최근 태양광 보급사업을 놓고 논란이 많이 있는데 그건 정책적 이슈다. 신재생에너지 역시 자원처럼 대기업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기술에너지이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 이걸 리딩해서 이끌어가야 한다. 지금은 경제성을 높이고 나름대로 잘 풀어나가고 있다. 다만 정부가 기술력 이슈를 더 부각시킬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고 싸게 보급만 할 것인가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론 기술을 개발해서 고품질로 보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신재생에너지 단가가 안 올라 간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역시 국제유가가 올라가면 동반 상승한다. 특히 바이오에너지의 경우 거의 화석에너지와 같은 수준으로 상승한다. 조금 더 면밀하게 경제성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검토와 고민이 필요하다.

기후변화협약이 정말 본격화되면 오히려 석유를 안 써서 가격이 내려갈 것이다. 환경문제 때문에 석유를 안 쓴다고 생각하지 가격이 비싸서, 고갈돼서 안 쓴다고 보지 않는다. 석탄과 같은 이치다. 매장량으로 보면 석유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다. 우리 집 앞에 석탄발전소가 들어선다면 싫은거지 석탄이 부족해서 못쓰는 건 아니다. 최소 100년은 충분히 커버될 양이 있다. 미국은 CCS(Carbon Capture & Storage) 테크놀로지라고 해서 화석발전소를 지금처럼 운영하되 땅속에 온실가스를 집어넣을테니 이를 인정해 달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굉장히 호소력있는 얘기다. 이를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한다고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 사회 = 오늘 자원개발과 정부 에너지정책, 대북 자원교역, 신재생에너지까지 진중한 얘기가 많이 오갔다. 마무리 발언을 부탁한다. 

▶ 김진도 = ㈜포넷은 중앙아시아 동광산을 운영하고 있고 라오스 주석광산의 지분 70%를 인수했다. 생산광산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자원분야 사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5년에서 10년까지의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중장기 전략을 짜서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오일, 금속, 석탄, 곡물까지 포함된 중장기적 플랜 아래 2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자원개발이 추진됐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 있어 자원개발하면 대기업들의 지분투자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가급적이면 직접 운영권까지 가져가면서 겪는 어려움, 네트워크를 유ㆍ무형의 자산으로 축적하는 게 중요하다. 해외자원개발은 어렵다고 포기할 게 아니라 정부나 기업 주체들이 차근차근 노하우와 경험을 쌓아야 한다. 정부가 잘 이끌어 주리라 믿는다.


▶ 허은녕 = 아이러니하지만 정부가 특별한 대책을 안 내놓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자원은 국가의 기반이다. 갑자기 열을 올리기보다 꾸준히, 계속 지원한다는 느낌을 받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기보다 기업들이 활동할 양분을 일관되게 제공해야 한다. 

 

▶ 조찬제 = 에너지ㆍ자원개발은 지역 다변화가 필요하다. 동북아는 물론 특히 북한을 어떻게 활용할지 대안제시가 있었으면 한다. 지금은 자금이 필요한 시기인데 공기업ㆍ민간기업에게 더 많은 지원체계가 갖춰졌으면 좋겠다. 모든 일의 중심은 사람이 돼야 한다. 인력개발, 학문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 이영성 = 북한에 한정해 말씀드리면 더욱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하고 싶다. 남북자원협력은 장기적으로 통일비용 절감이다. 이 사업이야말로 자원전문가와 기업, 정부가 혼연일체가 돼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 주도의 과도기를 지나 이제 민간이 사업주체가 되고 있다. 최소한 해외자원개발업체를 지원하는 수준으로 대북 자원협력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 사회 = 오늘 논의된 내용들은 새 정부가 에너지ㆍ자원개발 정책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을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긴 시간 깊이 있는 논의를 펼쳐 주신 점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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