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30년 셋방살이 벗어나 홀로선 서울에너지공사
[기획] 30년 셋방살이 벗어나 홀로선 서울에너지공사
  • 채덕종 기자
  • 승인 2019.10.13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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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열병합 건설 및 재생에너지 매진, 시민과 소통도 활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업 추진은 미흡, 인적쇄신 등 필요

"지역난방 바탕으로 신재생+효율 등 홀로서기 일단 성공"

[이투뉴스] 2016년 7월 설립조례가 공포된 이후 11월 박진섭 초대 사장이 임명됐던 서울에너지공사가 어느덧 설립 3년을 앞두고 있다. 명목상은 제주에너지공사에 이어 두 번째 설립된 에너지 전담 지방공기업이나, 자본금 규모나 업무 확장성 등을 볼 때 제대로 된 최초의 에너지 지방공기업이란 평가가 나온다. 서울에너지공사 설립이후 많은 광역지자체가 에너지센터 및 관련 위원회 등을 설치했다. 중장기적으로 에너지전담 지방공사 설립을 위한 사전준비 성격이 크다. 이처럼 서울에너지공사 설립은 다른 지자체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서울에너지공사의 설립목적은 친환경에너지의 이용 및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 및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당초 집단에너지 공급을 주로 담당해 왔으나, 공사체제로 전환된 이후 에너지효율 강화,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등에 나서면서 서울시 에너지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태양의 도시, 서울’을 위해 태양광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등 시와 함께 쌍두마차 체제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공사가 아직 제대로 된 수익구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물론 사업추진에 있어 이전의 경직된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존재한다. 더불어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전환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등 거시적인 담론에 치우친다는 뒷말도 나온다. 서울에너지공사의 성과와 한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과제를 알아본다.

▲서울에너지공사 시민위원이 공사를 찾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집단에너지 및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에너지공사 시민위원이 공사를 찾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집단에너지 및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뒷방살이, 이제야 제대로 된 사업체계 갖춰
서울시 집단에너지사업은 30년 전 목동지역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면서 시작됐다. 최초 에너지관리공단(현 한국에너지공단)이 운영했으나, 업무조정으로 공단이 손을 떼면서 민간회사인 서울에너지(서울도시가스)가 99년부터 2001년까지 맡기도 했다. 하지만 운영적자로 서울에너지까지 운영을 포기, 2002년부터 2016년까지는 SH공사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해왔다.

하지만 조직도 상으로만 서울주택도시공사에 속해 있었을 뿐 업무는 서울시 지시를 받아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등 비정상적인 위탁구조를 이어왔다. 이같은 ‘셋방살이’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서울시 집단에너지사업은 새로운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공급안정성 저해는 물론 경제성과 효율성도 처지는 등 경쟁력을 잃어 갔다.

결국 시와 사업단은 집단에너지사업 운영체계를 개선하고 효율화를 위한 검토에 나서게 됐다. 초기 컨설팅에서는 공사 전환을 비롯해 민간매각, 민간과 합작사업 운영, 위탁운영 등의 방안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후 집단에너지 공급 안정성과 공공성,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는 별도 에너지공사 설립이 대안이라는 해법을 관심을 받으며 급물살을 탔다.

특히 시는 집단에너지라는 바탕 위에 신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및 진단까지 얹어 사업을 수행할 경우 서울시민의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은 물론 에너지자립 및 에너지복지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즉 서울시가 에너지정책 개발 및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에너지공사가 하부에서 관련 사업을 전문적으로 실행하는 투트랙 형태로 나가야 정책실행이나 사업발굴 등에서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서울에너지공사는 과거 ‘서울시가 시키는 것만 한다’는 오명을 들어야 했다. 사업추진을 위한 아무런 권한도 책임도 주지 않은 채 단순히 시설운영만을 담당했기 때문. 그러다보니 여러 규정과 제도를 바탕으로 한 전문적 역량을 갖추지 못해 민간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특히 행정적 역량은 어느 정도 갖췄으나 사업을 돌파해서 뚫고 나가는 역량 등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이다.

사업단장을 시작으로 초대 사장을 맡아 공사를 3년 동안 이끌어 온 박진섭 사장은 이를 인정함과 동시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과거 조직은 열을 공급하는 것에 제한돼 있었다. 에너지 전체를 보는 시야나 창의적인 발상을 갖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사업단에서 공사로의 전환은 규모-역할-시스템까지 모든 면에서 다른 만큼 아직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인력구조가 과거보다 훨씬 탄탄해진 만큼 노하우를 하나씩 축적해 나가면서 점차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탄탄한 사업기반은 시민과의 소통에서
지역난방 공급시설의 운영 등 서울시 지시를 받아 이를 이행하는 데 그치던 사업단은 공사로 사업체계를 바꾼 이후 조직개편 및 인력 충원 등을 통해 대대적인 변화에 나섰다. 기존 집단에너지 사업 외에 신재생에너지본부와 에너지연구소를 만들어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효율화, 신사업 부문에 대한 본격적인 사업준비와 실행에 나서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시민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섰다. 지방공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시민위원회를 구성, 운영에 들어갔다. 공사는 예산배정 등 일부 도움만 줬을 뿐 위원을 뽑는 것부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이끈다. 위원회는 대국민 창구는 물론 정책 및 사업 아이디어 제공 등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시민과의 소통을 이끌고 있다. 올해 출범한 2기 시민위원회는 ‘찾아가는 시민햇빛콘서트’와 ‘집단에너지 토크콘서트’ 등을 통해 시민과 소통하는 한편 초등학생 대상 견학프로그램 진행, 각종 설문조사 등 공사업무에 대한 모니터링에도 나서고 있다.

공사는 목동 본사의 지붕을 청년창업 스타트업 기업인 루트에너지에 내줬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옥상 태양광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을 돕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에게도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공사가 사업을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시장을 넓히는 선도적 역할과 신재생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에서다. 시민과 협력하고 참여를 강조하는 것은 박진섭 사장의 지론인 “에너지절약과 생산, 효율화는 시민이 실천하지 않으면 안된다. 결국 시민과의 파트너십을 형성하지 않고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오랫동안 애를 먹이던 마곡열병합발전소와 관련 최근 서울시가 출자를 통해 건설을 확정한 것도 서울에너지공사의 향후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랭킹 3위의 집단에너지사업자임에도 불구 제대로 된 공급설비가 없어 빈약한 사업구조를 탈피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오는 2023년까지 285MW 규모의 열병합발전소를 짓는 서남집단에너지사업은 공사의 지역난방사업부문 수익성 개선은 물론 공급안정성에도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다만 시작부터 일부 지역주민의 반대민원이 걸림돌이다.

이에 대해 박진섭 사장은 일부 정치권과 결합한 민원이 있지만, 오히려 이를 활용해 시민과 더욱 소통하는 것은 물론 친환경 발전소를 지어 오해를 불식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주민들이 발전시설을 좋지 않게 보는 것은 환경오염 문제와 더불어 시민들과 교감 없이 진행됐기 때문”이라며 “마곡열병합발전소는 그 지역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생활필수시설인 만큼 주민과 교감을 통해 깊이 있는 대안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에너지공사의 마곡열병합발전소 조감도(초안)
▲서울에너지공사의 마곡열병합발전소 조감도(초안)

◆ ‘집단에너지+신재생+효율화’로 스마트시티
서울시와 에너지공사는 2022년까지 100만 가구에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보급하는 ‘2022 태양의 도시, 서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7만 가구에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보급했으며, 올해는 10만여가구에 50MW 이상 보급을 목표로 태양광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밖에 지하철 역사 등 공공시설물 태양광 설치를 비롯해 롯데마트 등 민간업체의 주차장 태양광 설치, 수소연료전지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여기에 공사는 올해 수요관리사업자협회와 ‘서울시민 가상발전소 100MW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 공동주택이나 공공건물의 수요자원시장 참여를 독려하는 등 수요자원 발굴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서울시 각 구청과도 100MW 규모의 가상발전소 구축 및 온실가스 배출권 확보에 나서는 등 에너지효율 및 절약, 에너지 신사업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서울에너지공사의 궁극적 목표는 분산에너지를 생산·공급·통합하는 최고의 회사다. 마곡열병합을 비롯한 기존 집단에너지 공급시스템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원, 미활용 에너지원을 결합, 스마트에너지시티를 실현한다는 포부가 그것이다. 간헐성 측면에서 재생에너지가 완전하지 못하는 만큼 집단에너지와 신재생을 가장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 효율을 극대화시키고, 분산에너지 확대에 기여한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전기차 및 충전인프라 보급에도 나서는 한편 ‘태양광+ESS+충전’ 등의 융합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박 사장은 서울에너지공사의 미래에 대해 발전소만 짓고 설비만 늘리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화석에너지에서 신재생으로 넘어가는 필연적인 에너지전환과 함께 방치되고 있는 에너지자원을 모아 효율적으로 잘 활용해야만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효율화는 캠페인이나 계몽과 같은 낮은 수준에서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효율과 절약이 에너지 자원이 되고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공사는 효율화와 에너지 통합의 선도적인 역할모델을 만들어 보여주는 등 새로운 에너지 씨앗을 뿌릴 것”이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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