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산업 확장성 한계…LNG·신재생·수소 등 신성장동력 박차

[이투뉴스] LPG수입사인 SK가스와 E1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기존의 LPG사업을 벗어나 LNG, 신재생에너지, 수소, 전기차 인프라 등 사업 다변화에 한층 속도를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SK가스, E1의 올해 상반기 경영성적표를 보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증가세를 기록하는 등 수익구조가 한층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시장은 다소 위축됐지만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한 트레이딩 실적을 기반으로 수익성 중심의 거래 활동이 견조한 이익을 거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LPG사업성의 한계는 지속성장을 위한 과제로 작용한다. 올해 E1 주총에서 구자용 대표이사 회장이 "그동안 LPG산업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해왔으나 수익 기반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수소 사업 밸류체인 확대, 전기차 충전사업 등 미래 성장사업 성과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만큼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한 셈이다. 

■ SK가스, 종합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개선

LPG에 더해 LNG, 수소로 이어지는 신사업 가속 

공사가 한창인 울산 코리아에너지터미널 현장.
공사가 한창인 울산 코리아에너지터미널 현장.

SK가스는 비즈니스 체질 개선에 한층 속도를 붙이고 있다. 저탄소 에너지인 LNG를 거쳐 수소까지 이어지는 신사업이 하나씩 구체화되면서 LPG기업이라는 이미지는 탈피한지 오래다.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의 무게감이 드러난다. 

SK가스는 지난 2021년, 지속적인 사업다각화를 통한 새로운 목표와 미래성장 전략을 담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새롭게 발표하며 ‘Net Zero Solution Provider’로의 도약을 천명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으로 ‘단계적 에너지 전환 플랜’을 가동했다. 넷-제로가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기에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와 역량을 활용해 신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순차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기로 한 것이다.

총 2단계로 이뤄지는 SK가스의 에너지 전환은 ‘저탄소 솔루션’부터 시작한다. 기존의 LPG 사업 인프라와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LNG사업을 새롭게 추진함으로써 석탄이나 벙커C유와 같은 고탄소 에너지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탄소배출이 적은 저탄소 에너지인 LPG와 LNG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 탄소 감축을 시작하는 것이 골자다. 이후 수소와 암모니아의 도입 및 생산, 저장, 운반, 수요 등 전체 밸류체인 구축을 통해 미래 에너지인 수소 산업의 기초를 닦고 경쟁력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자원을 공급하는 ‘제로 카본 솔루션’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SK가스의 신사업 추진은 대한민국 최대 산업단지가 위치한 울산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SK가스는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울산 북항에 2024년 상업운전 개시를 목표로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을 건설 중이다. 석유제품 138만 배럴 및 LNG 135만 배럴 등 총 273만 배럴 규모의 탱크와 3대의 연료 수송선이 한 번에 정박·하역할 수 있는 규모로 조성될 KET는 LNG의 도입·저장·공급이 가능한 핵심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현재 LNG 탱크 총 3기가 건설 중이며, 향후 KET 배후 부지에 들어설 클린 에너지 콤플렉스 내 탱크까지 포함하면 총 6기의 LNG 탱크 터미널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한 KET에는 LNG 터미널 외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인 1만톤급 LNG 벙커링 전용 부두도 지어진다. 선박에 LNG를 연료로 급유하는 사업인 벙커링은 에너지 전환 시대를 준비하는 국책 사업 중 하나다. 이를 위해 SK가스는 지난 8월 에이치라인해운, 울산항만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JV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본격적인 LNG 벙커링 사업에 진입했다. KET 6번 부두에 벙커링 선박이 접안해 LNG를 선적 및 재선적할 수 있는 전장 170m, 수심 9m의 벙커링 전용 선석이 설치될 예정으로, 향후 동북아 물류 허브를 아우르는 세계적인 벙커링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K가스의 파이낸셜 스토리 달성을 위한 핵심기지인 세계 최초 LNG·LPG 듀얼 발전소 GPS도 2024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울산 남구에 건설 중이다. 총 사업비 1조 4000억원이 투입된 울산 GPS의 부지면적은 약 14만㎡(4.2만 평), 발전용량은 1.2GW이다. 원전 1기 용량과 맞먹는 용량이다. 연간 전력 생산량은 860만MWh로 280만여 가구가 1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양에 달한다. LNG와 LPG를 상황에 맞게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경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GPS는 연간 약 80만톤 규모의 LNG를 사용할 예정으로 저탄소 솔루션 LNG 사업의 탄탄한 수요처이자 SK가스의 전기·발전 분야 사업 다각화에도 발판이 될 전망이다.

■ E1, 신재생·수소·전기차충전 등 신사업 강화 

LPG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친환경 에너지기업 도약

LPG·수소·전기차 충전이 모두 가능한 E1의 ‘Orange Plus 충전소’ 전경.
LPG·수소·전기차 충전이 모두 가능한 E1의 ‘Orange Plus 충전소’ 전경.

E1은 지속가능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기존 LPG 사업에 더해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수소, 전기차 충전사업 등 신사업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근간인 LPG 사업의 경우 수요가 많고 높은 경제 성장률이 기대되는 국가를 대상으로 국내 밸류체인과 유사한 형태로 LPG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그 첫 번째 지역이 경제성장과 소득 수준의 증가로 LPG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베트남이다. 베트남 북부 지역 최대 LPG수입사인 ‘Venus Gas’와 하이퐁 인근 박티엔펑 산업단지 내에 8만 톤 규모의 LPG냉동탱크터미널 건설을 위한 합작 계약을 체결했다. 터미널이 완공되면 연간 100만 톤 이상의 LPG를 현지에 공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베트남 LPG시장 점유율을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E1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2018년 경남 하동군에 위치한 폐충전소 부지에 파일럿 테스트 목적의 90kW급 태양광 발전소 건설로 시동을 걸었다. 이후 2020년 6월 강원도 정선에 8MW급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하고 21.2MWh 규모의 ESS를 연계 구축함으로써 본격적인 행보를 펼쳐 2021년 강원도 영월에 46.2MW 규모의 육상풍력 발전단지 건설에 나서 준공을 앞두고 있다. 또 올해 3월에는 국내 유수의 금융기관과 해상·육상풍력, 태양광 등에 투자하는 신재생 개발펀드 투자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200MW 규모의 육상풍력 사업을 추진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수소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Orange Plus 복합충전소’를 더욱 확대해 수소·전기차 충전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가치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1년 11월 기존 LPG 연료를 충전하는 일반적인 LPG 충전소에서 나아가, 수소·전기차 충전은 물론 프리미엄 세차, 카페, 편의점 등 차량 편의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토탈 카라이프 공간인 미래형 복합충전소 ‘E1 Orange Plus’를 런칭했다. 현재 서울 강서, 경기 과천·고양 등 접근성이 우수한 수도권 LPG 수소 복합충전소 3개소가 ‘Orange Plus 충전소’로 운영되고 있다. 

E1은 LPG 사업에서의 독보적인 역량과 경험을 발판 삼아 수소 생산에서부터 액화수소 및 암모니아의 수입, 저장, 유통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두산에너빌리티와 청정 수소 및 암모니아의 생산과 운송, 저장, 활용 등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1월에는 두산에너빌리티, 남부발전 등 국내 10개 산·학·연이 모여 친환경 수소터빈 기술개발 및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을, 5월에는 E1과 남부발전이 청정 수소 생산에서부터 저장, 활용에 이르는 전주기 사업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캐나다 블루 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 초기 사업 개발에 1000만 캐나다 달러(약 100억원)를 투자하고 연간 100만톤 규모의 블루 암모니아 도입에 나선 것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중장기적으로 수소경제의 업스트림에서 다운스트림까지 전 밸류체인에 걸쳐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사업도 한창이다. LPG 충전소 및 주유소 등 전국 12개 사이트에 전기차 급속 충전 인프라를 신규 구축해 지난해 말 기준 총 15개소의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프라 규모를 확대해 향후 접근성이 우수한 LPG 충전소를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기를 추가 설치하고 각종 부대시설도 함께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해 LS그룹의 전력 인프라 및 기술력, 충전소 운영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LS와 E1이 공동 투자한 ‘LS E-Link’를 설립해 B2B 전기차 충전 시장에도 진출했다. E1은 앞으로 LS그룹의 핵심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신규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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