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재생에너지 3020 성패, '풍력산업'에 달렸다
[분석] 재생에너지 3020 성패, '풍력산업'에 달렸다
  • 진경남 기자
  • 승인 2020.01.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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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풍력발전 속도 비해 국내 풍력발전 보급 '미미'
주민수용성, 인허가 및 입지문제 등 해결 과제 산적
덴마크, 일본 등 해외 풍력발전 사례 토대 점검 필요
▲제너럴 일렉트릭이 설치한 영국의 해상풍력발전.
▲제너럴 일렉트릭이 설치한 영국의 해상풍력발전.

[이투뉴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청정에너지를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이제 모두의 과제가 됐다.

국내도 정부가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한 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재생에너지 보급은 3분기 기준 2.6GW를 넘겼으며 신재생에너지 보급 수치도 날이 갈 수록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는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이 태양광발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과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명시된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이루기 위해선 태양광만큼 풍력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상황을 보면 풍력발전은 재생에너지 3020에 제시된 신규 설치 목표 수치인 16.5GW을 달성하기엔 아직 부족해 보인다.

◆풍력발전 왜 필요한가
풍력발전은 풍력을 이용해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바람을 이용하기 때문에 환경오염 및 고갈염려가 없으며 대규모 단지로 세울 경우 발전단가가 비교적 낮고 상용화가 가능한 에너지 발전기술이라는 점 등 장점이 있다. 또 풍력발전기 제조와 벌전뿐만 아니라 발전기에 들어가는 부품과 블레이드 및 소재 제조, 개발, 유지보수, 운송, 시공 등 산업 다양화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

육상풍력의 경우 산지에 조성되는 진입 및 관리도로는 산림 관리를 위한 임도로 활용 가능하다. 해상풍력은 해상풍력의 기초구조물 설치 방식에 따라 고정식과 부유식으로 구분 가능하며 기초구조물이 인공어초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바람이 항상 부는 것이 아니므로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한 충전기술이 필요하다. 레이더전파 교란 가능성이 제기되며 환경미관을 해친다는 비판도 있다. 또 설치비용이 태양광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국내의 경우 소형풍력발전보단 대규모 단지 위주로 설치되고 있다.

현재 독일, 덴마크 등 유럽을 중심으로 풍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 분야 중에서도 경제성과 기술성숙도면에서 세계적으로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및 풍력발전 정책은 1998년 시행돼 풍력발전 지원정책인 FIT(Feed-in Tariff)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둬 다른 유럽국가들한테 큰 영향을 미쳤다. 영국 역시 해상풍력이 원전과 천연가스 발전을 대체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해상풍력산업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풍력발전 시장 현황
1997년 제주 행원지역 0.6MW 풍력발전기 설치를 시작으로 2018년 기준 1.3GW를 설치한 국내풍력발전은 지난해 상반기 영광 풍력(79.6MW), 울산 현종산 풍력(53.4MW)을 준공해 주로 대규모 단지 위주로 풍력산업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친환경 대체 에너지를 패러다임으로 기존 원자력, 석탄 중심에서 신재생에너지와 LNG 발전형태로 전환을 준비 중이다. 지난 2017년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보급을 20%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지난해 6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는 2040년까지 35%를 보급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신규 재생에너지발전의 95% 이상을 태양광(63%)과 풍력(32%) 중심으로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2022년까지 블레이드, 발전기, 중속기 등 풍력발전의 4대 핵심부품을 국산화하고 단지시공, Q&M 등 풍력서비스 핵심기술을 조기개발 한다. 산업부는 10MW급 이상 초대형 터빈과 관련 부품을 패키지로 개발하고 부유식 풍력터빈 및 부유체를 개발·실증 등으로 차세대 기술을 고도화 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계획에도 불구하고 현재 풍력발전의 신규보급은 상당히 더디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2019년 3분기 신재생에너지 신규 보급 물량은 2661MW로 나왔다. 하지만 태양광이 2305MW를 차지해 2019년 보급목표를 조기 달성한 반면 풍력은 133MW 밖에 보급하지 못하면서 재생에너지 보급이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1분기에는 79.6MW, 2분기 53.4MW를 신규 보급했지만 3분기에는 신규 보급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결국 풍력 설치량이 글로벌 풍력 설치량의 0.3%밖에 미치지 못한다는 조사가 나오면서 국내 풍력 설치량이 글로벌 풍력 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해외에 비교하면 해상풍력은 탐라해상풍력을 제외하고 설치실적이 별로 없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국내 풍력업계의 기술수준과 가격 경쟁력이 경쟁국가에 비해 점차 저하되면서 풍력보급과 수출 문제를 개선해야 된다는 인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정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 발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주민수용성, 환경성, 경제성을 고려한 육상풍력 활성화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해 8월 정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환경과 공존하는 육상풍력 발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주민수용성, 환경성, 경제성을 고려한 육상풍력 활성화 대책을 마련했다.

◆풍력발전 보급 부진, 다양한 원인 놓여있어
풍력산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입지규제, 인허가, 민원 등 다양한 문제로 국내 풍력발전이 불황을 겪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입지규제 및 인허가의 경우 현재 육상풍력은 임야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이행에 필요한 육상풍력 보급 목표인 4.5GW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임야는 2250ha(헥타르)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국내 전체 임야면적의 0.04%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유림 내 인공조림지에 설치 관련 규제 등 입지 문제로 국유림 내에 설치가 까다로운 편이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당정회의를 통해 '환경과 공존하는 육상 풍력 발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국유림에 조건부로 풍력발전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해상풍력 역시 인허가 문제가 여전하다. 해상풍력은 육상풍력보다 더 많은 양인 12GW를 신규 설치해 산업계를 활성화 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4월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해양공간 통합관리를 위해 해양공간계획을 수립했다.

해양공간계획에는 해양수산정보를 토대로 분석해 ▶어업활동보호 ▶골재·광물자원개발 ▶에너지개발 ▶해양관광 ▶환경·생태계관리 ▶연구·교육보전 ▶항만·항행 ▶군사 ▶안전관리구역 등 9개의 해양용도구역을 지정하고 용도구역에 대한 관리방향을 포함했다. 해상풍력의 경우 사전환경성평가 등 인허가 과정을 해수부를 통해 받아야한다. 다만 해상풍력을 착공했거나 앞으로 착공할 입지가 에너지개발 지구가 아닐 경우 사업진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대부분 재생에너지발전이 겪는 것처럼 풍력발전도 주민수용성 문제로 주민과 사업자 간 갈등을 겪고 있다. 육상풍력은 2015년 의령풍력단지 조성 당시 주민들이 산사태와 소음, 저주파 피해 등을 우려하며 공사를 반대하며 풍력발전 착공 반대 활동을 4개월 간 지속했다. 강릉 대기리풍력단지 역시 2007년 발전 사업 허가 후 2009년 평창군 주민들이 주민설명회와 환경영향평가, 보상에 대한 합의가 배제된 사실에 소송을 제기하며 기나긴 표류 후 2017년 준공했다.

해상풍력 역시 어민과 사업자 간의 수용성 문제가 나오고 있다. 서남해해상풍력은 2.5GW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해상 실증단지와 시범단지를 구축해 국산 해상풍력발전기의 운전 이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실증단지 구축부터 부안군 어민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해상풍력발전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어민들은 "착공 초기 어민들이 서남해해상풍력에 호감을 가졌지만 어민들과 상의하지 않고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풍력산업만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태도를 보여 반감을 일으켰다"며 "미래 산업 육성에 앞서 정부와 지자체가 사업 초기부터 어업인들과 사업에 대해 논의해야한다"고 밝혔다.

▲2018년 8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정암풍력발전단지는 환경성과 경제성을 고려하고 주민수용성을 높이는 다양한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2018년 8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정암풍력발전단지는 환경성과 경제성을 고려하고 주민수용성을 높이는 다양한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문제해결, 대립이 아닌 공존 필요
이렇듯 풍력발전은 현재 많은 암초에 쌓여 국내 보급이 더딘 상황이다. 하지만 독일, 영국 등 유럽을 중심으로 풍력발전은 설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지금도 추가적인 설치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처럼 우리도 좀 더 적극적인 지원과 문제해결 자세를 갖춰 풍력산업 활성화를 해야 한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풍력발전 활성화에 팔을 걷고 나서고 있다. 육상풍력은 사전환경성 검토를 강화해 환경성과 경제성을 고려한 풍력사업 추진여건을 조성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할 방침이다. 또 환경부의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 평가 지침을 개정·보완해 백두대간 보호지역을 법정 보호구역인 백두대간 보호지역 인접구역으로 명확화하고 산림청의 국유림 대부기준도 사업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명확화 한다.

에너지공단도 풍력발전 추진 지원단을 신설해 풍력사업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주민수용성 확보를 지원할 방침이다. 해상풍력 역시 해양공간계획에 에너지개발구역 지정을 위해 해상풍력 입지지도를 구축하고 풍황계측기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입지 및 인허가문제를 개선해 나갈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주민수용성 문제도 사업자, 주민 간의 합의점을 포함해 다양한 길을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해상 포함 부지를 발굴 또는 제공하고 환경성, 지역수용성, 이익 공유계획 등에 대한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얻은 500kW급 이상 태양광발전소와 3MW 이상 풍력발전소 등 지자체 주도형 재생에너지발전사업의 경우 0.1의 추가 가중치를 부여하도록 했다. 또 지자체 중심 '재생에너지발전지구' 지정으로 환경성·주민수용성을 사전에 확보하는 계획입지제도 도입을 위해 어기구 의원이 입법 발의한 상태다.

주민이 풍력발전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발전을 수용하기 위해선 형식적인 주민의견 수렴절차와 일방적으로 발전단지를 조성해선 안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조공장 환경영향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해상풍력발전 조성 이전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주민의견 수렴절차로는 주민수용성을 확보하긴 어렵다"며 "사업초기단계부터 정부, 지자체, 사업자, 어민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투명한 논의를 보장하고 다방향의 참여와 공개, 숙의, 조정을 포괄하는 추진방식이 해상풍력 수용성 확보의 지름길"이라고 꼬집었다.

주민과 풍력발전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강원도 정선 정암풍력발전단지는 2018년 8월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경제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잡기 위해 사면 녹생토 식재공법, 생태 돌수로를 도입했으며 주민수용성 확보를 위해 트래킹 등 지역 축제와 연계해 풍력단지를 개방하고 지역 학생에게 재생에너지 이해 증진을 위한 에너지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정선군과 협업해 정암풍력 관광상품화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사례 통해 국내 적용 검토해야
일본은 해상풍력발전에서 주민수용성의 문제를 겪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재생에너지 해역 이용법을 도입했다. 법의 주 내용은 해상풍력을 위한 장기간 점용을 가능하게 하고 해역 선행이용자와 조정과정 확립해 전국 공통 절차를 마련하도록 한 것이다.

또 입지선정 기준에 어업 영향을 반영해 어업단체의 협의회 참여에 대한 동의와 어업행위에 지장이 예상되면 해상풍력을 추진하지 않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협의회 참여 여부를 어협 조합원 투표로 결정하고 입지선정 기준을 사전에 마련 및 공개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어항구역 항만구역 등과 중복여부를 확인하고 환경보전, 해양안전을 고려했으며 전력계통 확보와 풍력발전 사업성 확보가 가능한 자연조건 등을 반영했다.

덴마크의 경우 주민참여 풍력발전에 대한 법적 지원을 마련했다. 2009년 제정한 덴마크 신재생에너지 행동에는 지역풍력 소유자 그룹의 예비조사 시 조사비용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해주며 풍력시설 4.5k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최소 20% 이상 주식을 우선 매매할 수 있는 지역주민 소유권 우선제도가 있다. 또 풍력 관련 시설로 재산권 가치가 하락할 경우 이를 전부 보상하도록 해 주민재산권을 보호하고 재자연화 혹은 공공건물의 재생에너지 설치 등 지역 경관과 휴양적 가치를 향상 시킬 수 있는 펀드를 조성했다.

이를 통해 덴마크는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법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주민 소유 풍력발전과 풍력발전의 계획단계에서부터 참여케 하는 개런티 펀드 등 지역 주민들에게 풍력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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