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말뿐이던 분산에너지 활성화, 이번에 다를까
[진단] 말뿐이던 분산에너지 활성화, 이번에 다를까
  • 채덕종 기자
  • 승인 2020.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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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로드맵 연구용역 착수 및 포럼 운영 등 정책방향 모색
분산에너지 정의·범위 새로 설정, 구체적 지원방안에 관심집중

[이투뉴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매번 주요 정책과제로 자리매김했다. 세부 실행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항상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구호만 요란할 뿐 실행이 이뤄지지 않은 채 그냥 숨만 붙은 채 버티고 있다. 바로 분산전원 활성화 얘기다. 지난해 확정한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도 여전했다. 다만 이번에는 이름이 약간 달라졌다. 분산에너지다. 이름만 전원에서 에너지로 바뀌었을 뿐 내용은 별 차이가 없다.

10년에 가까운 시간 국가 에너지계획에서 빠지지 않고 중요한 정책과제로 다뤄진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는 오랫동안 중앙집중형 에너지공급시스템을 유지해 왔다. 대규모 집중발전 및 송전방식은 나름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점점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밀양사태에서 봤듯이 이제 국민 누구도 우리집 근처에 송전망이 들어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해안가에 대규모 발전단지를 지어 해당지역 주민피해만 강요할 수도 없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정부가 분산형 에너지공급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 일단은 긍정적이다. 과거 전력부서에 맡겼던 분산전원 업무를 따로 떼어내 분산에너지과를 신설했다. 집단에너지, 자가발전, 송·배전망, ESS, 스마트그리드 등 분산에너지 관련 업무를 한 곳으로 몰아 효과적인 수행을 유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산에너지과를 에너지산업국이 아닌 에너지정책국에 맡긴 것도 이전보다는 보다 진전된 조치라는 분석이다. 분산전원 활성화가 자칫 에너지원별 칸막이 정책에 막히지 않도록 힘이 실어줬다는 의미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비전과 목표 등 큰 그림을 그리도록 한 것도 눈에 띤다. 개별 부서에서 주먹구구식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본부터 다져서 구체적인 실행력을 갖출 수 있는 최소여건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이제 제대로 된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물론 로드맵이 좋은 제도와 정책을 마련한다고 해서 분산에너지 활성화가 잘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순간 이전처럼 흐지부지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되풀이 된 에기본과 전력수급계획
정부는 지난해 6월 재생에너지, 집단에너지, 연료전지 등 수요지 인근 분산형 전원 발전량 비중을 2017년 12%에서 2040년 30%로 확대하는 내용의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발표했다. 또 소규모 프로슈머형 분산전원 보급을 확대해 소비자의 에너지 생산 참여를 촉진하고, 계통의 분산전원 수용성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수요지 인근에 새 발전소가 들어선 지역은 전력자급률이 증가했으나, 자가용 및 신재생에너지 등에 의존한 도심권 전력자급률은 정체 현상을 보이는 등 분산전원이 목표대로 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연료전지와 재생에너지는 확대될 전망이나 집단에너지는 신규건설 수요가 부족하고, 상용 자가발전의 경우 보급이 정체내지 후퇴하고 있다는 평가도 곁들여졌다.

정책방향에 대해서도 개략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분산형 전원 확대를 위해 수요지인근 발전설비 및 도심형 분산전원(프로슈머형) 확대를 지원하고, 시장제도 정비 및 계통보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또 광역별 전력자급률 제고를 위해 지역난방용 열병합발전소, 연료전지(발전용) 등을 수요지 인근에 배치하기 위한 인센티브 모색도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포화 조기해소, 지역편중, 유연성 제고도 거론했다.

구체적인 정책과제로는 발전용 연료전지(집단에너지와 열연계)를 비롯해 열병합발전설비(신규 건설 및 노후설비 개체 병행), 상용 자가발전 관리강화, 구역전기사업(CES) 내실화 등을 통한 수요지 인근  분산전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특히 연료전지발전을 2040년까지 8GW 규모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분산전원의 종류
▲분산전원의 종류

이밖에 프로슈머형 에너지생산기반 확대를 위해 ▶자가용 태양광 의무화 확대(공공기관) ▶산업단지 지붕태양광 사업모델 발굴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확대(지역난방 연계 부지임대형 사업, 대여사업) ▶전력중개시장 활성화 ▶통합에너지시장 구축 ▶분산전원 연계 계통체계 보완 등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가 내놓은 3차 계획은 2040년 발전량 기준 30%까지 분산전원을 늘리겠다는 것으로, 나름 도전적인 목표로 평가받는다. 물론 재생에너지 중 대규모 태양광 등의 포함여부에 따라 변수는 있지만 전체 발전용량을 볼 때 대단히 의욕적인 용량이기 때문이다. 다만 세부계획은 아직은 뭉뚱그려져 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막연하다. 연료전지를 8G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어떻게’라는 방법론이 미흡하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2차 에기본에서도 이번 계획과 거의 유사한 분산전원 활성화를 외쳤다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2차 에기본에는 ‘분산형  발전시스템 구축’이 6대 정책과제 중 하나로 들어가 있다. 내용과 형식도 3차와 유사하다. 목표는 2035년에 발전량의 15%이상을 분산형으로 공급하기 위해 송전제약 사전검토 및 분산형전원 확대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비슷한 정책이 5년 전에도 나왔으나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핵심은 ‘무엇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
산업부는 지난해 10월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 수립방안 연구’를 맡겼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1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되는 이번 용역은 내년 9월까지 1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산업부는 3차 에기본에 분산에너지의 적극적인 보급목표 설정과 로드맵 수립이 포함됨에 따라 이에 따른 정책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구를 통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필요성을 비롯해 정의 및 범위 명확화하고,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비전, 목표,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전기사업법에 분산형 전원 정의가 신설되는 등 사회적으로 중앙집중형 에너지공급 시스템의 한계를 벗어나야한다는 요구가 대두되고 있다고 연구 필요성을 설명했다.

산업부는 이번 연구용역에서 분산에너지에 대한 해외사례와 국내 법·제도에서의 위치 등을 분석, 분산에너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범위를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규범적인 의미가 아닌 우리나라에 적합한 분산에너지의 정의와 구체적인 사업범위도 제시할 계획이다.

분산에너지의 경제-사회-환경적 편익 등 분산에너지의 역할 및 기능에 대해서도 진단한다. 또 국내외 관련 기술개발, 산업화, 정책 현황 및 보급 여건으 분석하고 에너지시스템 혁신과 분산에너지 활성화의 의미와 중요성도 짚어볼 예정이다.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장기 비전 및 목표도 설정, 목표달성을 위한 추진전략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분산에너지 보급 활성화, 인프라 구축 등 세부 추진방안을 모색하는 등 분산에너지 종합 지원정책 및 타 지원정책과의 연계·조정 방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분산에너지 확대를 위한 단순 지원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까지 들여다 볼 것”이라며 “정부-지자체-민간 간 역할분담 방안과 지역에너지계획 실용성 확대 등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이와 함께 전력 및 집단에너지,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분산에너지 포럼’을 구성, 월 1회 세미나를 열어 분산에너지 로드맵에 담겨야 할 내용에 대한 자문을 받고 있다. 분산전원이 워낙 포괄적인 개념인 만큼 타깃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의견수렴 차원에서다.

산업부는 7차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분산전원에 대한 개념을 설정했다.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소규모 발전설비(40MW 이하) ▶적정규모(500MW 이하)의 수요지 발전설비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는 규모의 문제일 뿐 구체적으로 어떤 분산자원을 대상으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지가 관심이다.

전체적으로 재생에너지(특히 태양광, 풍력)에 대해선 별도의 활성화 프로세스(재생에너지 2030)가 있는 만큼 로드맵에선 연료전지만 다루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많다. 다만 재생에너지와 ESS가 그리드에서 더 많이 쓰여질 수 있도록 에너지 신시장(VPP, V2G, 마이크로그리드 등) 창출에는 많은 공을 들일 것이란 분석이다.

분산전원 중 실질적으로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집단에너지와 구역전기에 대해선 3차 에기본을 통해 일부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수요지 인근에 위치하고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기에 대한 용량요금 차등 보상 확대 등이 그것이다. CP 차등보상에 대해선 수요지와의 거리, 용량에 따른 지역계수 차등화, 연료전환계수의 환경기여도 강화 등까지 명시했다. 결국 대체적인 방향성이 나온 만큼 전력시장 제도개선을 얼마나 빠르고 매끄럽게 처리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차 에기본 워킹그룹에 참여한 한 대학교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을 만들어 체계적인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은 분명 평가할 만하다”면서 “로드맵에 분산에너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정책의지가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안가에 집적된 발전시설을 바탕으로 대규모 송전선으로 전력수요처로 보내는 시스템이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해안가에 집적된 발전시설을 바탕으로 대규모 송전선으로 전력수요처로 보내는 시스템이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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