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위원회 '무용론' 확산
전기위원회 '무용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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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20.03.2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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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발전사업허가 남발 '산업부 뒤치다꺼리'
전문가들 "법정 위상 재정립 및 독립성 보장"
▲'10년전 전기위원회 위촉식' 2010년 6월 14일 당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구자윤 한양대 교수(위원장),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대표, 손양훈 인천대 교수,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 이진환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에게 위촉장을 전달한 뒤 환담을 갖고 있다.
▲'10년전 전기위원회 위촉식' 2010년 6월 14일 당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구자윤 한양대 교수(위원장),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대표, 손양훈 인천대 교수, 염명천 전력거래소 이사장, 이진환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에게 위촉장을 전달한 뒤 환담을 갖고 있다.

[이투뉴스] 전기위윈회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전력분야 최고 의결기구라는 수사가 무색할 정도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장기간 수족처럼 활용한 것이 패착이다. 최근에는 산업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대형 발전사업허가 남발로 업계 원성까지 한몸에 받고 있다.

22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전력시장에서 전기위원회 위상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애초 설립취지는 온데간데 없이 발전사업 인·허가와 같은 단순업무를 처리하는 '산업부 뒤치다꺼리 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기위는 전력시장 경쟁체제 전환을 골자로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에 따라 2001년 설립된 규제위원회다. 발전사업 허가는 물론 전기소비자 권익 보호와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 전기요금 조정 및 체계개편 등이 본래 주요 업무다. 하지만 십수년째 전력산업 경쟁체제 논의가 중단되면서 위상과 권한이 쪼그라들었다.

현재는 산업부로 대부분의 정책기능을 이관한 채 1개과(課) 규모 사무국을 유지하면서 매월 정례회의를 여는 정도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때 국회에서 위원회를 대통령직속 독립기구로 격상시켜 부처 영향권 밖에서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해야한다는 논의가 나오기도 했으나 시큰둥한 당정 반응에 유야무야 됐다.

산업계는 이렇게 위축된 전기위원회가 단순 발전사업 인·허가 심의기구로 전락, 전력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경쟁체제 도입 취지와 정신을 계승해야 할 위원회가 가장 빠른 시간안에 대형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낼 수 있는 '특정사업자들의 인허가 고속도로'로 전락했다는 것.

실제 최근 수개월 사이 전기위 인허가 목록을 보면, 매달 10여건의 수십~수백MW단위 대형 연료전지사업이 심의절차를 무사통과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해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미미한데다 외산기술 의존도가 높고 24시간 365일 출력을 조정하지 못해 과도한 보급 시 전체 전력시스템 효율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게다가 전기위는 최근 면밀한 검토없이 100MW규모 간척지 태양광과 200MW 단일 농지 태양광사업 허가를 남발하는 등 대규모, 또는 특정자본과 세력이 사업기회를 독점하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재생에너지기업 관계자는 "3MW이상 발전사업허가를 전기위가 담당하는데, 소규모 발전사업허가를 담당하는 광역시·도나 기초지자체보다 짧은시간에 어렵지 않게 허가가 나온다"면서 "산업 생태계를 전혀 알지 못하는 위원들이 특정 대형 사업자들의 편의를 봐주고 있는 셈이다. 과거 대형 바이오매스 허가 남발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기위원회는 무분별한 대형 바이오매스 발전사업과 연료전지사업 허가로 REC(신재생공급인증서) 가격하락과 산업화 효과가 낮은 발전원의 비정상적 공급과잉을 사실상 방조했다. 전력분야 전문가들은 전기위원회 독립성 보장을 위한 법제 정비가 이런 폐단을 예방하고 위원회 위상과 역할을 정상화하는 첩경이라고 강조한다.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법적으로 전기위는 행정청이 아니라 협의제 행정기관으로, 독자적 결정이 어렵고 심의 후 인가를 산업부가 다시 해야하는 한계가 있다"면서 "영국 오프젬(Ofgem) 등의 해외 유사기구가 규제권한에 대한 확실한 법적 근거를 갖고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변화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전기위가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적어도 과학기술부 방송통신위원회 정도의 권한은 가져야 위상이 바로서고 전기요금의 탈정치화도 가능할 것"이라며 "만약 향후 역할을 강화한다면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역할과 권한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정부가 권한을 먼저 내려놓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위원회 문제는 결국 산업부 자체의 문제다. 이해관계자 조정이 어려운 발전사업 인·허가 등 욕먹을 일은 전기위원회로 넘기고 자신들은 책임도 지지 않는다. 산업부 밖으로 분리시켜 독립규제위원회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제에서 이런 문제는 관심 밖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진짜 훌륭한 정부는 구조개혁을 시도하고 스스로가 정부계획을 책임지고 세우는 정부다. 우리나라는 수백개 각종 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책임은 안지고, 그렇다고 위원들이 소신껏 일하지도 못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런 공무원들의 행동 배경에는 감사원이 있다"면서 "공익사업위원회(PUC)가 독립적으로 전기료를 결정하고,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중립적으로 시장규제를 담당하는 미국 등의 선진모델을 참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지속 추진된 일본의 경우 송배전 투자비와 발전사업 투자비가 균형을 맞춰간다. 그렇게 해야 지속적인 재생에너지 확산이 가능한데, 우린 발전쪽 투자만 있다"면서 "결국 시장개방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1개 독점사업자가 발전, 송전, 변전, 배전까지 책임지는 구조에서 정상화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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