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ESCO협회 수장 맡은 이임식 신임 회장
등록기준 완화, 매출채권 팩토링 불가로 국내 사업규모 쪼그라들어

"일관된 정책의지와 지원 중요, 측정·검증 의무화로 신뢰도 올려야"

▲이임식 ESCO협회 회장
▲이임식 ESCO협회 회장

[이투뉴스] “ESCO사업 등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는 제로 비용으로 발전소를 새로 짓는 것과 같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고, 소비는 방치하고 있다. 발전소 건설 등 에너지 생산이 먼저가 아니라 에너지소비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올해 새롭게 ESCO(에너지절약전문기업)협회 수장을 맡은 이임식 회장(금호이앤지 대표)은 에너지절약과 효율개선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특히 말로는 효율적인 에너지사용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신경도 훨씬 많이 쓰는 정부 행태에 대한 섭섭한 마음도 내비쳤다. 

그는 에너지 아끼는 사람이 애국자라고 운을 뗐다. 에너지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이 실질적인 보탬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선 에너지수요관리와 에너지효율은 우선순위에선 항상 밀리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말로만 에너지효율을 외쳤을 뿐 명확한 정책목표는 물론 지속적인 실천의지가 부족했단다. 시장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설계에 나섰다는 지적도 내놨다.

“에너지절약이나 효율을 말하면 공무원이 관심을 안 가진다. 반면 신재생 얘기하면 달라진다. 정부 역시 신재생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작년에 에너지효율혁신전략을 내놨지만 실천하기 위한 세부정책은 아직 하나도 없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 정책을 우선하려면 집행하는 사람이 시장과 정보를 알고 움직여야 한다. 또 시류에 흔들리지 않은 일관성 있는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회장은 중국의 예를 들었다. 10년 전까지 ESCO 수가 적고, 우리나라한테 배우던 중국이 현재는 6600개로 늘었다. 시장은 무려 80조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3년 3100억원을 고점으로, 지난해 ESCO 전체 매출이 367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8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대기업에 대한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지원이 중단된 것이 컸다. 여기에 매출채권 팩토링(매출채권 양수도)을 막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건실한 ESCO업체의 사업추진이 제한받고 있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정부의 ESCO 등록기준 완화도 국내 ESCO사업의 약화에 기름을 부었다. 에너지설비에 대해 정확히 알고 에너지진단부터 절감방안 수립, 시행이 가능한 기술력을 갖춘 업체가 아닌 정보통신 등 성격이 다른 업체가 대거 진출하면서 오히려 퇴보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에너지효율화를 위해선 에너지사용량 절감을 먼저 검토하고 설계를 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비전문가가 설계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종적으로 사용자와 접하는 것은 제품이다. 먼저 고효율제품을 설치하고 EMS 등으로 관리해야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그만큼 에너지장비 특성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메인(에너지절약제품, 고효율제품, 에너지절약시스템)은 대충하고, 입력부(자동제어)와 출력부(정보통신)에만 신경 쓰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매출채권 양도 문제 역시 자금력이 충분한 이들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쓴 편법이 중소업체의 자금조달 및 사업수주를 막고 있다.”

에너지 절감이 더 많은 LED 조명을 개발해도 팔리지 않는 현장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자세히 털어놨다. 밝기를 비롯한 성능과 가격까지 비슷한 25W 등기구가 있어도 입찰과정에서 이전에 쓰던 40W를 고집하는 공공기관이 대부분이는 것이다. 어떤 제품이 에너지 절감을 더 많이 할 수 있는지가 우선 고려대상이 아니라, 잘못된 규정을 바꿀 생각도, 책임도 지지 않기 위해서란다.  

그는 에너지절약과 효율개선은 통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SCO사업은 물론이고 EERS(에너지효율개선의무화), EMS·BEMS·FEMS(에너지관리시스템), 고효율기기 보급 등 개별 지원으로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면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의미다. 여기에 에너지 절감액에 대한 정확한 측정과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정책지원의 당위성도 이끌어 낼 수 있는 만큼 통합적인 정책접근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임식 회장은 “지속가능한 에너지효율혁신을 위해서는 산업체 전반의 에너지설비 및 프로세스 효율을 개선하고, 에너지사용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절감방안을 도출해 내야한다. 이를 위해선 에너지진단 및 컨설팅 능력을 두루 갖춘 ESCO사업이 든든한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ESCO업체 또한 정확한 절감량 측정 및 검증(M&V)를 통해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기술적 역량을 제고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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