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에너지전환에 진심' 김영문 동서발전 사장
“재생에너지 무궁무진하지만 한 번에 못늘려 꾸준히 해야"

[이투뉴스] 한국동서발전은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발전공기업이다. 한전이 소유한 6개 발전자회사 중 한 곳이다. 10GW(기가와트)에 달하는 석탄·가스·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2022년 기준 7조원어치의 전력을 공급했다. 아직 유연탄을 연료로 쓰는 석탄화력(6GW) 비중이 가장 많다. 당진과 동해, 울산, 일산 등에서 발전소를 운영한다. 임직원 수는 2500여명. 참여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2014년 본사를 서울 에서 울산으로 이전했다. 김영문 동서발전 사장<59·사진>이 이 공기업 CEO로 부임한 건 2021년 4월이다. 검찰 출신으로 문재인정부에서 초대 관세청장을 지냈다. 임기초부터 에너지전환을 조직의 비전으로 내걸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발전공기업이 100여명 규모 전국 단위 재생에너지 전담조직(신재생개발권역센터)을 만든 것도 처음이다. <이투뉴스>가 에너지전환에 진심인 김 사장을 19일 울산 본사 집무실에서 만나 그 배경을 묻고 직접 답을 들었다. 사전 질의나 서면답변은 없었다. 
 

김영문 동서발전 사장이 울산 본사 집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문 동서발전 사장이 울산 본사 집무실에서 이투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3년 임기가 끝나간다. 심경이 어떠신가

“쫓겨날 때가 된거다.(웃음) 처음엔 전력산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왔다고 (외부서) 엄청 깼다. 그럼에도 나름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나 지구적으로나 에너지전환이 워낙 중요한 시점이어서 준비한다고 했는데, 답답한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다.”

- 돌아보면 발전사 사장으로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었나

“일반기업 사장과 차이는 없다. 리더는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한 조직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정하는 사람이다. 일종의 선장이다. 선장의 역할은 배가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암초가 있는지 없는지 내다보고 방향을 잡아 선원들을 챙기는 일이다. 누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보면서 채찍질만 하면 안된다. 5~10년 전 발전사 사장은 그래도 됐었다. 국가가 석탄발전소를 세우면, 싸게 연료를 들여와 발전소를 돌리면 됐다. 지금은 변화의 시대다. 멀리 보고 어디로 가야할지 제시해야 한다.”

- 임기 중의 성과로 무엇을 꼽겠나. 아쉬운 대목은? 
“사장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은 가치체계를 바꾼 것이다. 애초 회사 미션은 ‘에너지로 만드는 행복한 세상’이었고, 비전은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친환경 에너지기업’이었다. 미션부터 바꿨다. ‘좋은말 대잔치’는 곤란하다. 우린 공기업이고, 공기업 미션은 간단하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거다. 우리 설비용량 10GW 중 6GW가 석탄이고 3GW가 LNG이다. 그런데 2050년이면 석탄발전을 할 수 없다. 그러면 문을 닫을 것인가?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에너지전환을 할 수밖에 없는데, 끌려갈 것인가 선도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래서 ‘친환경에너지전환 선도기업’을 우리 비전으로 정했다. 그게 우리 방향이다. 갈길은 멀지만 발전5사중 방향은 제일 잘 잡고 간다고 본다.”

- 권역별 신재생개발센터를 조직해 인력을 100여명이나 투입했던데  

“직접 태양광 풍력을 많이 개발해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간부들은 부정적이더라. 어차피 석탄이 LNG로, LNG가 수소로 갈 테니 굳이 거기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냐는 거였다. 처음에 사업부서에 인력이 얼마나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20명 정도라고 했다. 직원이 2500여명인데 너무 적다며 담당처를 불러 ‘원하는 대로 줄 테니 요청하라’ 했다. 그때 50명을 얘기하더라. 그런데 그 정도로 우리 미래를 그 방향으로 가겠다고 할 수 있나. 최소한 100명이 돼야 한다고 했다.”

- 처음부터 성과에 연연하지 말라고 했다던데, 무슨 뜻인가 

“짚신벌레 이야기를 했다. (테이블 찻잔을 가리키며) 초당 두 마리로 증식하는 벌레가 이 잔을 채우기까지 1시간이 걸린다 치자. 두 잔을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인가. 2시간이 아니라 1시간 1초다. 1시간 2초면 네 잔을 채울 수 있다. 상품과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으면 성과는 그런 식으로 나온다. 직원들이 할 일은 건건의 사업개발이 아니다. 태양광을 설치하자, 풍력을 설치하자가 아니라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걸 어떻게 해결할지를 파악하고 해결새 상품화 하는거다. 공장지붕이 비어있어도 태양광을 설치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돈(금융)이나 소유문제일 수 있고, 보험이나 관리 문제일 수도 있다. 왜 안 된다고 하는지, 그걸 어떻게 해결할지 알아야 하고 필요하면 금융도 개발하고 제도도 바꿔야 한다.”

- 에너지다소비 국가인데 국가온실가스감축이나 RE100 등의 당면한 외부 압박이 거세다. 우리가 잘 대처하고 있다고 보나

“아직 정확한 방향을 못 잡고 있다. 에너지전환 측면으로 본다면 가장 중요한 게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일거다. 설비량 기준으로 지금은 신재생이 20% 정도에 불과하지만 장기적으론 70% 이상이 되어야 한다. 전기화로 수요가 2.3배 늘어난다고 보면 그 양이 어느 정도여야 하겠나. 태양광 비중을 줄인다는 얘기가 있는데, 정말 우리에게 자원이 없나? 난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건물일체형(BIPV)과 영농형태양광은 특히 잠재력이 크다. 각 가정이 전기수요자가 아니나 판매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영농형으로 호남평야에 태양광을 깐다고 생각해 보라. 양이 부족한 게 아니다. 그런데 학자들이나 산업부도 그런 생각을 안한다. 70%를 재생에너지로 가기로 해놓고, 그 양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없는 거다. 재생에너지는 한 번에 늘릴 수 없으므로 꾸준히 가야한다. 특히 영농형과 BIPV에 대한 고려가 없어 아쉽다.”

정말 우리에게 태양광 자원이 없나? 무궁무진하다.

양이 부족한게 아니다. 학자들이나 산업부도 그런 생각을 안해

- 영농형태양광에 대해 일각에선 절대농지 잠식을 우려한다

“극단적으로 식량안보 얘기를 하는데, 태양광을 설치했다가 문제가 된다면 걷어내면 된다. 절대농지를 보존하려는 이유가 뭔가. 공장용지나 택지로 변형을 걱정하는 거다. 영농형태양광은 도리어 농지를 보존하는 방법이다. 작물 소출은 좀 줄겠지만 전혀 문제될 게 없다. 태양광소득이 늘어 되레 이득이다. 지금도 4~5개 관련법 제한이 있는데 고민할 필요 없다. '영농형태양광은 농토전용, 농지용외 사용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과 '작물생산량이 기존의 60%이하이면 영농형으로 보지 않는다'는 두 마디면 해결된다. 발전단가를 생각해도 태양광 LCOE(균등화발전비용)가 육상풍력이나 해상풍력보다 크게 낮고, 앞으로 갈수록 더 낮아질 거다. 태양광을 포기하고 간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 전력망 부족과 계통안정화 이슈도 최근 심화되고 있다.

“지금쯤이면 답이 나와야 한다. 계속 고민을 공유하면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력망에 대해선 분산에너지특별법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모르지만, 기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은 최소 수십MW~GW단위 대량 공급체계이고 통제할 수 있는 전원이면서 사업자는 소수다. 이렇게 만든 전력을 3000만 가구와 상업시설, 산업체 등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BIPV 등이 활성화되는 2050년이 되면 어떻겠나. 2000만개의 발전원으로 3000만개 수요처에 공급해야 하는데, 모두 통제가 어려운 전원들이다. 이걸 어떻게 통제할지,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지, 전력망을 어떻게 재편할지 고민하고 발상을 바꿔야 한다. 현재까지는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

- 전통 화력발전원 중심인 동서발전 입장에선 그런 변화가 위기가 될텐데

“그럴 수 있다. 그럼에도 국가가 방향을 정하면 우리도 맞춰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개발하면서 기존 대형전원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은 발전과 송배전, 판매가 분리돼 있는데, 장기적으론 일체가 되면서 한전의 역할이 어떻게든 바뀔 듯하다. 개인적으로 한전 민영화는 반대다. 자본주의 사회의 재화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야 한다. 잘 안되는 부분들이 에너지를 비롯해 국가기간산업들이다. (민영화로) 가더라도 공영 의 비중이 반드시 필요하다. 함부로 풀면 가격통제가 어렵다.”

- 혹자들은 재생에너지 단가가 아직 비싸다 말한다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는 계속 저렴해진다. 우리회사를 비롯해 민간발전사까지 포함해 매년 전력생산을 위해 수입하는 에너지비용이 40조~50조원이다. 그 비용으로 태양광을 20년간 설치한다고 생각해 보자. 엄청난 양이 될 거다. 지금 우리 LCOE는 높은 편이지만 미국이나 호주는 이미 그리드패리티를 달성했다. 물론 전력망 확충비용과 변동성 대응까지 포함한 시스템LCOE 관점에선 아직 비쌀 수 있다. 하지만 조만간 태양광 모듈 효율이 30%대에 도달한다. 재생에너지가 비싸다는 얘기는 지금 기준이고, (추세를) 몰라서 하는 얘기다. 매년 40~50조원을 날린다고 생각해 봐라.”

- 한전체제는 이대로 괜찮다고 보나

“장기적으로 보면 판매는 개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분산전원으로 간다면 (개방이)필요할지도 모른다. 한전의 변화가 요구되지만, 그렇다고 바로 민영화로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한전은 도로공사처럼 송배전망을 맡고, 판매 쪽은 발전사들이 발전을 겸업하는 형태로 허용하면서 정리될 수 있을거다. 그렇지만 반대로 많은 진통이 있을거다. 어느 쪽이 바람직한지는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한전은 송배전망을 맡고, 판매는 발전사들이 겸업하는 형태로

정리될 수 있을 것. 어느 쪽이 바람직한지는 고민해야

- 전기요금은 원가대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꺼번에 올리기보다 지금처럼 일정 부분 공기업이 감수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다만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둥 그런 식의 접근은 안된다. (공기업이) 국민을 위해 완충 역할을 하고 있는거다. 갑자기 요금을 2~3배 올릴 순 없지 않나.”

- 최근 곡성 양수, 제주LNG, 용인반도체, BESS 사업 등에서 동서발전이 선전했다

“제주도 한동평대해상풍력사업도 있다. 직원들 입장에선 기존사업이 자꾸 축소되는 상황이라 숨통이 트이는 부분이 있겠지만, 에너지전환 전체를 보면 큰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 LNG보다는 재생에너지로 가야 한다.”

 - 직원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점은

“자신감을 갖고 자기주장을 당당히 펴면서 자신의 일을 사랑했으면 한다. 훌륭한 자질이 있는 직원들이 너무 주눅이 들어 있다. 지금까지 발전사업은 장치산업이어서 고참의 경험이 중요했던 거다. 앞으로는 시설의 안정적 운영관리 못지않게 에너지전환과 효율화, 동반성장이 중요하다. 우리만 바뀌어선 안 되고, 협력사와 함께 전환해야 한다. 업무 자체가 바뀌는 거고, 외부 환경이 달라지는 거다. 윗사람들이 꼰대 지시만 따라선 일이 안 된다. 줄기차게 딱딱한 수직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선 젊은이들이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그걸 들어줄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변화시킬거라 자신했는데 솔직히 좌절한 측면이 있다.”

- 20여년을 검사로, 이후 10여년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일했는데

“검찰 생활을 하면서 많이 갑갑했다. 그만둔 이유 중 하나는 검사장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내가 생각하는 검사장의 모습과 검찰의 검사장 모습이 너무 달랐다. 그냥 관리자들이었다. 난 분명 검사장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무언가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하기보다 닥치는 대로 열심히 해왔다. 평생 그렇게 산 듯하다.”

- 출마했다가 낙마한 이력도 있다. 어떤 분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가

“제 특장은 행정이나 경영 쪽이 맞다. 크게 보고 방향을 정하고, 그 일을 할 조직을 꾸려나가는 게 좋다. 법대니 당연하게 사법고시를 봤는데, 어쩌면 행정고시를 봤어야 했다. 꿈 너머의 꿈이란 말이 있다. 당신의 꿈이 뭐냐고 물으면, 직업이 아니라 그걸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 지 말해야 한다.”

- 김영문 사장의 ‘꿈 너머 꿈’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가 좀 더 좋아졌으면 한다. 사실 그래서 정치를 하려 했었다.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있는 사회가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되는데 일조하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잘할 수 있는 행정이나 경영,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고 싶다.” 

- 국민도 동서발전의 중요 이해관계자 중 하나다. 한 말씀 드린다면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 특히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해 인식을 갖고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한다. 우리에게 닥친 문제이자 후손들의 미래 문제일 수 있다. 일부 사람들에게 맡겨놓을 일이 아니다. 관심과 애정을 갖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해 주셨으면 한다. 그게 민주주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울산=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김영문, He is ] 1965년생. 경남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부산지검, 거창지청, 서울서부지검 검사를 거쳐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대구지검과 수원지검 부장검사, 법무무 보호법제과, 법질서선진화과 과장, 서울중앙지검·대구지검 부장검사를 지낸 뒤 법무법인 지평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문재인정부에서 관세청장을 역임했고,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울주군 국회의원 후보로 나섰다 낙마했다. 2021년 4월 동서발전 사장으로 발탁됐다. 한 직원은 “그에게서 동서발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느꼈고, 가슴이 따듯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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