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 (공학박사)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 (공학박사)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공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김선교]

▒ 코로나19의 충격과 해석

코로나19는 거의 모든 삶의 영역에 큰 충격을 주었다. 물론, 에너지 산업 역시 충격파를 피할 수 없었다. 국가와 지역 간 교역이 중단되고, 공장의 가동과 개인의 이동에 제한이 생기면서 큰 폭의 수요 감소가 있었다. 특히, 지난 4월 21일 석유 수요 감소에 따른 시장 공포는 원유(WTI) 5월물 가격은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장중 최저 -37달러)을 만들기도 했다. 여기서 주목한 점은 시장의 공포 이후 이어진 수많은 에너지, 전력 데이터 분석 보고서들이다. 교통, 주거, 지역, 시간대, 에너지원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지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어떨까? 전력산업과 엮여있는 이해관계자 다수는 ‘데이터’와 관련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광범위한 에너지 정보가 밀도 높게 정리, 공개되어 있는 미국 에너지 정보국(EIA)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해외 자료 검색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전력 데이터들을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 어렵다. 데이터 관리 수준이 높지 않은데다가 설령, 정리된 데이터가 있고 정보공개 청구라는 공식적인 수단을 활용하더라도 여러 불명확한 이유로 공개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 연구자 다수는 해외 데이터를 활용해서 연구를 하고, 정책을 제안한다.

▒ 데이터 기반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2019년 6월 발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보면 ‘데이터’ 관련 많은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효율 평가용 데이터 플랫폼 구축, ▷스마트미터 보급 확대, ▷에너지관리 서비스 사업자 육성, ▷전력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중요한 계획들이 추상적이나마 수립되어 있다. 2019년 8월 공개된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을 살펴보면, ▷에너지관리시스템의 계측·제어, 데이터 분석 S/W 기술은 선진국 대비 미흡, ▷에너지효율 신산업 분야에서 스마트 인프라(분산전원, ESS, AMI)의 보급은 활발히 진행 중이나, 신규 서비스 창출은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데이터 생태계 구축에 대한 진전이 있었다. 2016년 7월, 산업부는 ‘전력 빅데이터 센터’를 개소하여 민간에 정보를 개방하겠다고 밝혔고 2019년 4월, 한전은 ‘전력 빅데이터 센터’를 열었다. 전력정보제공 서비스를 통해, ‘전력시장 거래, 발전, 설비, 사용량, 요금’ 등의 정보를 공개한다. 다만, 이러한 체계와 형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이 문제다.

2016년 빅데이터 센터 건립 방안을 논의할 때 기재부에서는 “한전에서 나오는 데이터가 대부분인데, 새로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다만, 당시 전문가들은 “에너지 빅데이터는 통신, 자동차, 가전 등 다른 분야의 빅데이터와 자유롭게 결합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공기업인 한전이 독점하는 데이터는 한계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는 우려를 표했다. 

전력산업의 변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새로운 사업 형태는 가상발전소(VPP)이다. 대형 발전소 중심의 현재 전력생산, 판매 사업은 분산형 재생에너지 발전, 수요자원(DR), V2G, ESS 등이 결합된 분산에너지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전 밖의 데이터가 더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은 전력산업의 분산화, 지역화와 함께 글로벌 솔루션의 시장 확대 가능성을 열어 준다. 우리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은 고사하고 국내 시장 역시 해외 유수의 기업에게 잠식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2016년 당시의 전문가들의 우려가 타당했고, 당시 정부의 결정은 ‘근시안적인 관료주의’에 가까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 ‘K-방역’이 전 세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는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마스크, 감염자 이동 경로), 그 정보를 공개하고 적절한 대처(이동 경로 방역, 진단 검사 시행, 2주간 자가 격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극복의 일환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서는 ‘데이터청’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데이터청에는 반드시 ‘에너지데이터국’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에너지 산업 역시 데이터를 중심으로 형성, 발전될 것이기 때문이다. 에너지데이터국은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을 연결하는 이음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에너지데이터국의 개설을 강력히 요구한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