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가시리 국산화풍력단지 가보니…]
13기 15MW 운영수익 중 3억원 주민몫
SMP하락에 풍속까지 줄어 수익은 급감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국산화풍력단지.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국산화풍력단지.

[이투뉴스] "노을이 질 땐 멋집니다. 풍력발전기를 모델로 사진도 많이 찍고요. 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더 늘었습니다."

지난 18일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공동목장내 국산화풍력발전단지. 한라산 동남부 중산간을 지나는 비바람이 높이 70m, 회전직경 77m 풍력발전기 날개(블레이드)를 분당 20여회씩 세차게 회전시켰다.

정윤수 가시리장의 목소리엔 자신감과 여유가 한껏 묻어났다. 드넓은 초원에 일정 간격을 두고 자리잡은 풍력발전기는 모두 13기 15MW. 1.5MW 터빈 7기, 750kW 터빈 6기 조합으로 국내기업 실적확보를 위해 한진산업·유니슨·효성 등의 국산품만 설치했다.

연간 이용률은 21%. 3만3000여MWh의 전력을 생산해 한해 30억원 안팎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제주 SMP(전력시장가격)가 kWh당 200원 이상이던 과거엔 지금의 두배 수익을 내던 알짜 사업이었다. 정부와 제주도가 각각 254억원, 181억원을 투자해 2012년 2월 준공했다. 현재는 제주에너지공사가 소유하고 관리한다. 

이 발전단지 매출과 수익이 얼마건 매년 3억원은 가시리 주민몫이다. 2009년 부지선정 공모 때 공동목장을 발전단지 부지를 내어준 대가다. 연간 3000만원 가량의 발전소주변지역지원금은 별개다.

유채꽃길과 조랑말체험지로 잘 알려진 가시리는 감귤농사와 밭더덕, 축산이 경제기반인 마을이다. 500여가구 1500여명 주민이 표선면 10개리(里) 전체 면적의 약 40%를 점유하고 산다. 2012년부터는 마을 공동부업으로 풍력발전사업을 시작한 셈이다.

▲정윤수 가시리 이장
▲정윤수 가시리 이장

정윤수 이장은 "매년 풍력으로 4억원 가량이 모이는데, 장학금과 노인·청년·부녀회와 댄스, 사진, 기공, 난타 같은 11개 동아리 활동 지원, 매년 한번씩 여는 문화축제 등을 위해 쓴다"며 "마을에 돈이 수혈되다보니 생기가 돈다. 쉽게 말해 마을 형편이 좀 폈다"고 웃어보였다.

재생에너지사업에 눈을 뜬 가시리는 풍력단지 하부공간을 활용해 태양광도 겸작하고 있다. 주민 350여명이 참여하는 목장조합이 외부사업자와 16.7MW규모를 설치했다. 목장조합은 2015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30MW규모 인근 다른 풍력발전사업에서도 임차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역주민 반대로 인·허가와 착공에만 십수년을 허비하는 다른 발전사업과 분위기가 딴 판이다.

정윤수 이장은 "이곳도 처음엔 일부 농가가 풍력을 반대했지만 6개월쯤 지나니 소나 말들이 학습효과가 생겨 블레이드(날개) 아래서 풀도 뜯고 잔다. 풍력발전으로 인한 피해는 없다"면서 "앞으로 주민참여를 확대하려면 발전기 일부를 마을에 준다든지 수익을 높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주민참여형 풍력사업'이란 이정표는 세웠지만 적잖은 숙제도 남겼다. 명확한 기준이나 원칙없이 요구하는 주민 보상요구를 사업자가 모두 수용할 수도 없는데다 과도한 개발비용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하락을 발목잡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사업여건 변화 시 발전사업자만 모든 짐을 떠안는 구조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주에너지공사에 의하면 가시리 국산화풍력단지 설치터빈은 최근 건설한 단지와 달리 전력거래소 출력제한 조치 시 블레이드 각도를 조절해 출력을 낮추는 실시간 감발이 안돼 보상없이 일부 발전기를 아예 정지시키고 있다. 올해 터빈 3기가 이런 방식으로 감발한 횟수는 누적 90회에 달한다.

제주에너지공사 관계자는 "현재 수익의 10~15%는 유지보수비로 재투입하고 있다"면서 "SMP 하락으로 워낙 수익률이 안좋아진데다 온난화 영향으로 풍속이 매년 떨어지고 있어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내 상업운전 풍력터빈은 모두 119기, 269MW이다.

제주=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가시리 국산화풍력발전단지 전경 ⓒ제주에너지공사
▲가시리 국산화풍력발전단지 전경 ⓒ제주에너지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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