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자신감, 결집력 부족 아쉬워"

발전산업노조가 4일 오후 4시30분을 기해 파업을 전격 철회하자 서울 안암동 고려대 부근 개운산 근린공원에 집결했던 조합원들은 아쉬움과 허탈감을 달래며 근무지 복귀를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전날 고대에서 노숙투쟁을 벌이다 학교측의 퇴거 요구로 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천막 50여개를 치고 집회를 계속하던 조합원 2200여명(경찰 추산)은 이준상 발전노조 위원장이 파업철회를 발표하자 어두운 표정을 지은 가운데 일부 조합원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이 위원장이 "전략적으로 퇴각하는 것일 뿐 업무현장에서 투쟁을 계속하자"고 말하자 조합원들은 '투쟁'이라는 구호로 응답한 뒤 지부별로 해단식을 갖고 하나둘씩 해산하기 시작했다.

 

개운산 근린공원에서 고려대 동문회관으로 난 길을 통해 해산하던 남동본부 영흥화력지부 소속 김모(51) 조합원은 "지도부에서 결정한 대로 따르겠지만 미련이 많이 남는다"며 아쉬워했다.

 

중부본부 보령화력지부 정영복(41) 지부장은 "노조의 파업 준비도 부족했고 오래 끌 수 있는 투쟁이 아니었다"며 "중요한 요구사항을 관철하지 못하고 파업을 철회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지부장은 "사측이 7월12일 한미 FTA와 파업 등에 대해 논의하려고 노조 임시총회를 연 조합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뒤 임금삭감과 중징계를 운운한 것이 이번 파업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조합원 A(28)씨는 "집행부가 향후 파업 추진력이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하다 철회를 결정한 것 같다"며 "더 많은 조합원들이 참가해 결집력을 높였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인천지부 소속이라는 조합원 김모(43)씨는 "파업은 중단했지만 투쟁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라며 "투쟁의 형태를 바꾸고 투쟁 장소를 작업 현장으로 옮겨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합원들은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회부 결정에 이어 사측의 복귀명령이 내려지고 경찰이 농성장에 공권력 투입을 시사해도 장기파업을 준비하며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으나 철회 결정이 내려지자 별다른 소요 없이 집회장을 떠나 근무지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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