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첫걸음 뗀 분산에너지, 갈 길은 험난
[기획] 첫걸음 뗀 분산에너지, 갈 길은 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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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덕종 기자
  • 승인 2021.10.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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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에너지특별법 입법 발의…내년 이후에야 국회논의 전망
핵심정책들 대부분 지연, 전력정책과 겹쳐 교통정리도 필요

[이투뉴스] 2019년 기준 서울특별시의 전력자립률은 고작 4.6%다. 대전도 3.3%에 그치고, 광주 역시 6.9%에 불과하다. 대도시권역 중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부산(178.9%)을 제외하면 스스로 전력을 생산, 사용하는 도시는 단 한 곳도 없다. 모두 먼 바닷가 근처에 있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대형 송전선을 통해 가져다 쓴다.

대규모 발전단지와 전국을 연결하는 송전망은 장점이 많았다. 바닷가에 있어 발전효율도 높고, 뭉쳐 있는 만큼 비용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 국민과 기업이 낮은 전기요금을 지불하는 등 적잖은 혜택을 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과거형이다. 지금은 지역주민들이 대규모 발전단지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것은 물론 송전선로 구축에도 엄청난 사회적 갈등이 뒤따른다. 비용도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이 소요된다. 더 이상 중앙집중형 에너지공급시스템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와 에너지전문가들이 오랫동안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외쳐 왔던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말 뿐이었다. 송전망에 접속되는 대규모 발전소를 중심으로 급전·제어함에 따라 배전망에 연계되는 분산에너지를 중요하게 다룰 겨를이 없었다. 또 전기사업법 역시 전국단위의 전력공급체계를 주로 다루다보니 지역특성을 고려한 에너지시스템 구축과 지원에는 한계가 따랐다.

더디게 가는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분산화를 비롯해 분산에너지 지원제도, 통합발전소 도입, 분산에너지 친화적인 시장·제도 개선 등의 정책방향을 담은 활성화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지목됐던 분산에너지법도 국회에서 발의됐다.

다만 여기저기 불평도 여전하다. 에너지정책을 맡고 있는 산업부 내부에서조차 엇박자가 흘러나온다. 기존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새로운 분산에너지법 제정까지 필요하냐는 주장을 필두로 특혜라는 말까지 나온다. 세부항목에 대해서도 마뜩치 않다는 반응이 상당하다. 여전히 갈 길이 먼 분산에너지 활성화, 향후 전망을 분석해 본다.

분산에너지 범위(산업통상자원부 분산에너지 활성화 전략).

◆핵심은 다 챙긴 분산에너지법 제정안
김성환 의원(서울 노원병, 더불어민주당)이 동료의원 30명의 동의를 얻어 지난 7월 대표발의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김 의원이 발의했지만, 사실상 산업부가 연구용역을 통해 만든 내용이 기초가 된 만큼 정부와 여당의 합작품으로 봐도 무방한 법안이다. 산업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가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분산에너지법은 11장 74개 조문 및 부칙 2개 조문으로 구성됐다.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전력계통영향평가제 신설 ▶통합발전소 시장 참여 ▶배전망관리자 및 배전감독원 신설 ▶전력거래 특례 및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 ▶분산에너지 설치의무제도 도입 ▶분산에너지 활성화 기금 등 핵심을 모두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분산에너지에 대해선 ‘에너지를 사용하는 공간·지역 또는 인근지역에서 공급하거나 생산하는 에너지’로 정의했다. 분산에너지사업은 집단에너지, 구역전기, 통합발전소, 신재생에너지, 연료전지, 수소발전, 저장전기판매, 소규모 전기공급 및 전력중개, 수요관리사업 등으로 규정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책무도 분명히 했다. 여기에 5년 단위로 분산에너지 활성화 기본계획 및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 시행하도록 명시했다. 특히 산업부장관에게 분산에너지 개발 및 활성화 관계 법령의 개선권고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실효성을 높인 것도 눈에 띤다.

신규 에너지 다소비시설의 소유자 및 택지·도시개발사업자가 일정비율 이상 분산에너지를 사용하도록 하는 의무설치제도와 의무설치량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징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더불어 배전사업자의 적절설비 설치·관리의무 및 분산전원에 대한 출력제어 조치의 근거를 마련했고, 배전사업자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한국배전감독원을 설립하도록 주문했다.

전력계통영향평가 실시의무화도 향후 많은 변화를 불러 올 전망이다. 일정규모 이상의 전기를 사용하려는 사업자는 계통영향평가를 실시해 평가서를 제출, 계통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분산에너지특화지역의 지정 및 규제특례는 지방자치단체가 특화지역 지정을 신청해 산업부장관이 지정할 경우 전기직판이 가능하다.

▲통합발전소(VPP) 개념도.
▲통합발전소(VPP) 개념도.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분산에너지사업의 사회적·경제적 편익에 대해 지원과 함께 국가재정법에 따른 기금을 투자하거나 출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조세의 감면, 국유재산의 대부·사용도 담았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하지는 못했지만 사용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분산에너지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교육·홍보, 관련단체 지원)과 함께 종합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한 규정도 실렸다. 이밖에 분산에너지사업 지원업무를 수행하는 분산에너지진흥센터 지원 및 분산에너지지원센터를 시·도에 설치하도록 규정, 분산에너지가 지역에너지로써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했다.

◆늘어진 시간표와 실천의지가 관건
에너지전문가들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분산에너지 관련 필수요소를 대부분 반영해 탈 없이 마무리될 경우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정부든 국회든 분산에너지법 통과에 매달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즉 통과 자체는 어찌어찌 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 시기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단 국회는 전문위원 검토를 통해 이번 특별법이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각종 지원 및 계획 수립의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탄소중립 시대에 분산에너지가 안정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며 필요성을 인정했다. 산업부 역시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분산에너지 확대 목표(2040년 발전량 30%)와 국가에너지위원회 심의까지 거친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을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안 제정에 동의했다.

국회는 다만 과징금의 수단으로 배전사업자의 배전망 증설을 강제하는 사항과 한국배전감독원 설립 필요성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도 배전감독원 설립을 반대했다. 이밖에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내 직접전력구매계약 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발급 등에 대해서도 신재생에너지법과의 정합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안 제정 지연 가능성과 함께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핵심사업들 역시 지지부진한 진행을 보이고 있다. 재생에너지 통합관제시스템 마련을 비롯해 계통안정화 ESS 구축, 에너지 슈퍼스테이션(태양광+ESS+연료전지+전기차충전)을 통한 분산전원 거점 구축 등에 대한 세부계획 마련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갈수록 치이고 있는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시급한 편익지원제도 역시 시행이 언제 이뤄질지 담보하기 어렵다. 산업부는 2024년까지 준비를 마치고 25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업자들은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규모 집단에너지와 구역전기 등 존립 자체가 어려운 사업이 적잖은 상황에서 언제까지 시간만 끌 것이냐는 목소리다.

신재생 발전량 입찰제도와 실시간·보조서비스 시장 도입, 송배전 이용요금제 추진, 한국형 통합발전소(VPP) 등의 경우 전력 및 신재생에너지 정책과의 조율 및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많다. 분산에너와 연관된 다양한 아이템을 모아놨지만 단독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이유에서다. 분산에너지 관련 산업부 내 엇박자는 대부분 서로 업무가 얽히면서 발생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CEO는 “모두가 공감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가 안 된 이유는 권한과 이익을 내놓지 않기 위한 기득권 세력의 저항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산업부가 에너지원별 칸막이 정책을 얼마나 내려놓고 사안을 진행시킬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학영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과 전기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분산에너지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패널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학영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과 전기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분산에너지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패널토론을 벌이고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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