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밸류체인 연쇄 위축 우려 … RPS 전면도입 잇따라 '악수'

산업화와 보급을 별개의 문제로 보는 정부의 근시안적 태양광 정책이 어렵게 싹 틔운 한국의 태양광 산업을 암흑천지 사지로 내몰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내년부터 물량 중심의 과도기 RPS체제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민간주도로 밸류체인을 구축해 온 시장은 상당한 충격파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8일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30일 24시까지 매전(賣電)을 시작한 발전사업에 한해 기존 발전차액 기준가를 보장하고 이후 완공된 물량은 최대 30% 삭감된 기준가를 적용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고시규정에 따라 내달부터 조정된 기준가를 적용하게 된다"면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1일 0시에 임박해 빚어질 수 있는 인정시비를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서버를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발전시장은 변경 이전의 차액을 적용받기 위해 완공을 서두르는 사업자들의 철야작업이 한창이다. 반면 상당수 예비사업자는 수급난으로 자재를 구하지 못해 무기한 사업보류 결정을 내린 상태다.

 

시공업계 한 관계자는 "굵직한 프로젝트는 이미 끝났다. 차액 삭감조치가 번복되지 않는 한 한국땅에서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누적 태양광 발전용량에 대한 정부 공식집계는 30일 이후 공개될 예정이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200MW를 초과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업무 폭주로 아직 정확한 집계를 내지 못했다"면서 "추후 시급한 현안을 마무리한 뒤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투뉴스>는 이달말까지 240MW 전후로 누적용량이 채워진 뒤 시장이 급랭할 것으로<본지 9

월 15일자 1면 기사 참조> 전망한 바 있다. 이 정도 규모는 원전 1기의 5분의 1 수준이다.

 

초라한 보급실적과 이제 속도가 붙기 시작한 산업화를 외면한 채 단행된 발전차액 삭감시책은 업계의

우려대로 태양광산업 전반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급속한 발전시장 냉각은 상위 밸류체인의 연쇄 위축을 초래, 현 정부가 성장모멘텀으로 제시한 '녹색성장'에 반하는 결과를 불러 올 공산이 크다. 

 

앞서 시민단체와 업계는 이같은 비관적 시나리오를 수차례나 정부채널에 호소했지만 당국은 일체 귀를 열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는 건전한 중ㆍ소 사업자들을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이익집단으로 매도하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초기 투자비와 은행금리, 태양전지 단가 동향만 직접 파악했더라도 '불씨를 꺼뜨리는' 수준의 오판은 없었을 것이란 아쉬움을 남겼다. 

   

더욱 암울한 것은 그나마 존속돼 온 발전차액제가 일몰 형식으로 소멸되고 조만간 발전사 등 공기업에 할당량을 일괄 배분하는 RPS체제가 도입된다는 사실이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2012년 RPS 전면도입을 예고하고 현재 구체적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RPS는 제도 자체가 민간참여를 제한하는 성격이 짙어 민간시장 입장으로 본다면 '폐업명령'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핵심 당국자나 전문가들조차 RPS 전면도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 참여한 정부기관 관계자는 "(RPS는)시장기능에 그대로 맡기는 것이니 위험이 크다"며 "풍력은 몰라도 태양광은 기존 발전차액제와 병행해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 관련기관의 고위관계자도 "FIT(발전차액지원제)는 RPS보다 분명 우수한 제도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신중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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