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전쟁이 1년여 지속되면서 그동안 우리나라가 공들여온 원유 수입선 다변화 정책이 후퇴, 다시 제자리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원유수입물량은 10억3128만배럴로 이중 중동산이 6억9512만배럴로 비중이 67.4%로 늘어났다. 이는 2016년 85.9%에서 2021년까지 59.8%까지 꾸준히 감소하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크게 줄면서 반대급부로 비중이 무려 7.6%p 늘어났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원유의 지역별 비중을 보면 중동이 이처럼 크게 증가한 반면 두 번째로 수입을 많이 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1억3641만배럴로 물량은 늘었지만 비중은 1.5%p 줄었다.

또한 아시아 2251만배럴로 3%p, 유럽 2316만배럴 2.5%p, 아프리카 430만배럴 0.6%p 각각 감소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최대 원유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3억3957만배럴로 전년보다 5780만배럴 증가해 비중이 2021년 29.3%에서 작년 32.9%로 3.6%p 늘었다. 

반면 러시아는 2021년 5375만배럴에서 작년 2098만배럴로 절반 이상 줄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러시아산 비중이 비교적 적었기 때문에 수입물량 역시 줄었지만 러시아 비중이 큰 국가들은 수입선을 다변화하느라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가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려는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큰 위험이 터졌을 때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중동의 경우 화약고로 불릴 만큼 국제 정세상 불안하기 짝이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특정국가나 지역에 편중될 경우 정유사의 가격협상력도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유수입 지역을 다변화하기 위해 미주와 유럽 또는 아프리카 등에서 수입한 원유는 일부 금액을 환급해주는 등 오랫동안 수입선 다변화 정책을 써오고 있다.

비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것이지만 러시아에서 줄인 원유 수입물량보다 중동산이 더 크게 늘어난 것은 수입선 다변화에 역행하는 결과로 풀이된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다변화정책에 철저를 기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정유산업 구조가 중동산 원유를 쓰도록 최적화돼 있는데다 지리적으로 수송거리가 미주지역은 불리한 점이 없지 않지만 향후 미국과의 무역관계 등을 감안하면 미국산 원유 비중 감소 등은 원인을 분석해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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