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올 여름, 전국을 뒤집어 놓을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지금까지 내린 양만 역대 장마철 강수량과 비교해 4번째로 많은 양이란다. 뉴스에선 인명피해를 비롯해 많은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호우기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대화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예천 산사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실종자 수색 작업 중 해병대원 사망 등 가슴이 먹먹해지는 내용으로 침울함을 숨길 수 없는 한주였다. 발생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뛰어들었지만 할 수 있는 조치라고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인 뒤늦은 안전점검과 사고자, 혹은 그 가족에 대한 지원뿐이다. 늦은 조치가 이미 세상을 잃은 듯한 그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태양광산업계도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3일부터 18일까지 전국에서 38건의 산지 태양광 피해가 접수됐다. 설비 침수가 31건으로 가장 많고 계통 탈락 5건, 설비 일부 유실 2건이 발생했다. 

태양광업계가 입은 비 피해는 사실 조족지혈이다. 지난해부터 이번 집중호우같은 악재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정신없이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RPS 장기고정계약 미달, 탄소검증제 무력화, 한국형FIT 일몰로 국산 모듈의 점유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으며, 출력제어로 발전사업자들도 애써 눈물을 참고 있다. 

악재가 늘어남에 따라 태양광업계는 협단체를 통해 정부에 정책개선을 건의하고 있지만 정부 반응은 시원찮다. 최근에야 제조업계와 산업부 간 간담회가 이뤄졌지만 의견이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에는 현정부 에너지 정책방향이 태양광과 극과 극을 달리는 모양새다.

신재생에너지업계 종사자들은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진보정권 만의 정책이 아닌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흐름이라고 강조한다. 이상기후를 불러 오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세계가 신재생에너지로 가는 와중에 미래 먹거리인 태양광, 풍력산업을 놓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시장 흐름과 역행하는 정책을 지속한다면 단순히 신재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이 세계사회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직까지 업계는 이같은 흐름을 믿고 버티고 있지만 자력으로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정부 지원을 바라고 있다.  

집중호우에 농작물가격이 급등한 것처럼 신재생에너지산업이 퇴보한다면 국내 태양광제품 가격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오를 수밖에 없다. 국산을 우선시하는 사람도 가격차이가 심해지면 어쩔 수 없이 수입산을 쳐다보게 되듯, 시선이 중국제품으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중국은 태양광으로, 일본은 연료전지로 신재생에너지산업에 낀 먹구름을 걷어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우중충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름철 장마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뜨듯이 업계에도 햇빛이 절실한 시점이다. 폭염이라도 좋다. 그간의 장마를 잊을 수 있는 뜨거운 날이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유정근 기자 geu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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