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매립 줄이고 소각ㆍ자원화 장려 … 2012년까지 57개 자원화시설 설치

유럽 18개국은 모두 304개의 폐기물 소각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소각장에서 처리되는 쓰레기는 한 해 5020만톤에 이른다. 주목할 것은 이들 소각장의 96%가 폐기물에서 열과 전기를 회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회수된 에너지는 스위스 총 전력사용량과 맞먹는 8800MW(70% 열공급, 30% 전력)에 달한다. EU국가들에게 소각장은 더 이상 혐오시설이 아니라 열병합발전소 그 자체다.

 

2008년 현재 우리나라도 43개의 생활폐기물 소각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소각장은 하루 최대 1만2516톤의 쓰레기를 태워 연간 591만Gcal의 에너지를 회수하고 있다. 원유로 따지면 63만8000㎘에 해당한다.

 

이곳에서 얻은 열원의 76%가량은 지역난방에 이용되고 나머지 24%는 전력생산에 사용된다. 연간 180만톤 정도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덤이다.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전 세계 도처에서 시도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매립에 한계를 느낀 각 국이 폐기물 자원화로 정책방향을 돌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폐기물 정책이 발생량 저감과 재활용 확대에 있었다면, 앞으로의 정책은 '폐기물=에너지'란 등식에 따라 추진된다고 보면 된다.

 

이제 폐기물 에너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특히 국토면적이 좁고 폐기물 발생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의 폐기물에너지화는 절실하다. 국내 인구밀도는 ㎢당 492명으로 세계 3위 수준이다. 단위면적당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미국의 9배, 프랑스의 3.5배에 달한다.

 

 

◆ 폐기물에너지화 어떻게 추진되나

 

현재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하루 31만9000여톤이다. 2000년 이후 꾸준히 발생량이 늘고 있다. 이 가운데 83.6%가 재활용되고 8%가 매립되며 5.4%는 소각장으로 간다. 바다에 투기되는 폐기물도 3%나 된다.

 

정부는 하루 발생량의 약 10% 정도인 3만3000여톤이 에너지화가 가능한 물량으로 보고 2012년까지 가용폐기물의 3분의 1(31%)을 에너지화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로 끌어올린다는 정부 목표 속에는 폐기물에너지가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2.1%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의 76%도 폐기물이 차지하고 있다. 폐기물에너지의 생산단가는 태양광의 10%, 풍력의 66%수준으로 경제성이 높다.

 

정부는 지자체 매립시설에 지원되는 국고예산을 단계적으로 축소ㆍ폐지할 예정이다. 대신 올해부터 폐기물 에너지화시설 설치에 투입되는 국고를 크게 늘리고 융자범위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폐기물을 그대로 묻지 않고 태우거나 발전연료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폐기물 매립기준을 강화하고 단순 소각시설의 설치를 제한해 모든 폐기물 시설의 에너지화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우선 정부는 2012년까지 가연성폐기물 고형연료화(RDF)시설, 하수슬러지 연료화시설, 유기성 바이오 가스화 발전시설 등 하루 1만4000여톤을 처리할 수 있는 57개 에너지화 시설을 확충할 예정이다. 이들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올해 887억원, 2010년 2723억원, 2011년 3742억원, 2012년 2327억원 등이다.

 

전국을 중부권, 동부권, 호남권, 영남권 등 4대 권역으로 나눠 '폐기물 에너지타운'을 건설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서울, 경기, 인천 등의 수도권은 '중부권'으로 묶어 수도권매립지를 중심으로 RDF 및 바이오가스시설이 건립된다.

 

나머지 3개 권역은 지자체 생활폐기물매립장을 중심으로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입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폐기물 에너지타운에 소요되는 예산은 1조3155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시설용량은 일일 5780톤 규모다.

 

이들 사업이 완료될 경우 소각처리비 8573억원, 원유 대체효과 4300억원, 온실가스 감축효과 496억원 등 모두 1조3300여억원의 경제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매립가스 자원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의 21배에 달하는 환경부하를 갖는다. 폐기물매립장에서 발생하는 매립가스(LFG)를 에너지로 활용함으로써 고유가와 기후변화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정부는 지자체가 매립가스 자원화사업을 추진할 경우 국고에서 사업비 일부를 지원하고 여기서 발생한 가스를 자동차 연료나 도시가스로 공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과 품질 규정을 만들 예정이다. 

 

정책 기반 조성을 위해 폐기물관리법, 대기환경보전법 등의 관계법령도 대폭 정비된다. 환경부는 수도권처럼 청정연료 사용이 의무화된 지역에서 고형연료(RDF)를 사용하는 발전소 설치를 허용하고, 가공 이전의 미성형 RDF(Fluff Type)도 폐기물 고형연료로 인정해 줄 방침이다. 

 

환경부 폐기물에너지팀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가연성폐기물의 고형연료화와 바이오가스화 등의 폐기물에너지화가 온실가스 감축의 유력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지식경제부나 농림수산식품부 등의 관계부처와 공동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국민들에게 폐기물 에너지화 정책추진의 당위성을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선진국의 폐기물 에너지화 정책


유럽연합(EU)은 지구온난화와 자원고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2000년대부터 폐기물 에너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EU는 폐기물에너지화를 통해 2010년까지 3억200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를 위해 EU는 자체 매립지침(Landfill Directiove)을 만들어 생분해성물질이나 가연성물질의 직매립을 금지시키고 있다. 태울 수 있는 폐기물은 어떤 방식으로든 에너지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독일은 가연성폐기물에서 연간 300만톤의 고형연료(RDF)를 추출하고 있다. 이렇게 만든 RDF는 기존 석탄화력발전소나 시멘트소성로의 원료로 사용하고 일부 전용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드는데 사용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유기성폐기물만 사용하는 '바이오매스타운'을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내년까지
2.8MTOE의 에너지를 생산하고 76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 중소형 소각로를 RDF로 대체시키는 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매립가스 자원사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43개 주에 450개의 자원화 시설을 설치해 연간 11억kWh를 발전하고 2억1800만m3의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인근 캐나다는 44개 매립장에서 가스를 모아 직접 공급하거나 발전하는 방법으로 한해 31만2000톤의 메탄을 처리하고 있다.

 

기후변화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유럽의 움직임은 더 빠르다. EU는 경제성이 없는 소규모 매립장에도 포집설비나 간이소각시설을 설치토록 강제하고 있다. 스웨덴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동차용 바이오가스 연료에 대한 국가기준을 만들어 해당 차종에 특별혜택을 주고 있다.

 

최병철 환경부 폐기물에너지팀장은 "폐기물 재활용 정책 중심의 폐기물관리정책으로는 폐기물에너지화에 한계가 있고 국내 폐기물 에너지화 기술도 선진국의 60~70%수준에 불과하다"며 "향후 폐기물에너지화 시설에 대한 국고지원을 늘리고 에너지화시설의 광역화도 도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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