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호 광운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송승호광운대학교전기공학과 교수
송승호
광운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송승호] 탄소중립이라는 에너지 전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재생에너지발전량이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지만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제주도와 전남 일부 지역에서 몇년 전부터 출력제한이 이슈가 되고 있으나 시스템 전체의 안목에서 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스페인은 풍력,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이 2021년 기준 약 35%에 이를 때까지 재생에너지발전량 출력제한 비율이 0.4% 정도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으나 지난해 들어 갑자기 출력제한 비율이 약 1.5% 로 증가하였고 총 약 1TWh 의 발전량이 출력제한을 당했다. 스페인에서 출력제한이 급증한 원인은 전력 계통 송전망 인프라의 부족 때문이며 2022년 한 해동안 약 1.8GW의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추가 설치되면서 한계에 부딪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대단하다. 스페인은 어떻게 재생에너지 비율 30%를 넘기면서 출력제한 비율 0.4%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재생에너지발전에 대한 출력제한은 계통 운영상 발생할 수 있는 일이며 해외에서도 많은 사례가 있다. 따라서 완전히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향후 증가예정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면서도) 출력제한 비율을 얼마나 낮게 유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송전 설비의 건설 투자가 시급할 뿐만아니라 유연성과 안정성의 관점에서 '가치' 위주로 전력 시장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신설 석탄발전소들의 경우 얼마나 고도화된 가변 출력 운전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차등적인 발전 운전 기회를 줄 수 있다. 특히 운전 가능한 최소 출력값이 낮을수록 유리해야 한다. 또한 최대한의 계통 안정화 성능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주파수 및 전압 안정화 기능에 대한 성능 지표도 보다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매출 측면에서 보면 전력 생산량에 의한 매출은 줄어들겠지만 계통 안정화에 기여하는 가치가 높을수록 수입이 늘어나게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 중단되었던 R&D 자금도 석탄 발전에 투입하고 가변속 운전에 따른 배출 가스 점검 등 환경 대응 기술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발전 비용에 대한 평가보다 해당 발전기가 갖는 가치에 대한 평가가 훨씬 더 중요해 짐을 뜻한다.

가스복합 발전의 경우도 출력 가변성은 매우 우수하지만 단위 기기의 용량을 크게 설계하는 것보다 작은 용량을 여러 대 설치하는 것이 계통운영 측면에서는 훨씬 유연성이 높아진다. 석탄발전소나 가스복합발전소의 기능 재편 및 보상에 관한 논의는 늦은 감이 많다. 다 지어진 설비를 뜯어 고치려 하면 비용도 훨씬 많이 들어가고 성능도 부족하기 쉽다. 앞을 내다보는 계획과 설계가 아쉬운 대목이다.

한편 수력발전은 변동성 재생에너지 발전의 출력 변동성을 보상하기에 아주 좋은 자원이다. 속응성도 좋고 최소출력 요건에서도 자유롭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가진 수력발전 자원의 용량이 한정적이며 양수발전은 피크부하 대응용으로 사용이 제한되어 있다. 기존 수력발전기의 가변 출력화 등 고도화 및 신규 가변속 양수발전소의 확대 건설이 시급하다. 특히 여러 곳에 흩어져있는 재생발전기들과 연계하여 지역의 양수발전기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 송변전 설비 신설에 대한 부담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재생에너지발전원 그 자체도 유연성 뿐만 아니라 안정성에 기여하는 기술 개발이 많이 되어 있다.  이러한 유연성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보상할 것인지 제도화되지 않으면 앞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 목표 달성이나 탄소증립 목표 달성은 어렵다.

수소를 저장 매개체로 하는 P2G기술도 유연성 확대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아직 효율이 낮고 비용이 높아서 5년, 10년 이내 대규모 활용 가능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새로운 기술개발과 혁신적인 비용절감을 기대해야 하는 미래 기술에 모든 것을 맡기고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노력에 소홀하지 않았나 후회하지 말자.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장치는 참으로 만능의 재주꾼이지만 결정적으로 백업 시간이 너무 짧고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당장의 해결책이기도 하고 해외에서도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해외 사업에서 ESS용 배터리 뿐만 아니라 PCS 및 시스템 운영 기술까지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추가로 꼭 하고싶은 말이 있다. 점차 운전 용량과 시간이 줄어드는 석탄발전소에 이미 구축된 송변전 설비를 재생에너지 발전에 활용할 수 있은 방안을 조속히 모색해야 한다. 기존 화력발전소 보유 기업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직접 영위하거나 아니면 다른 사업자와 손을 잡고 투자의 개념으로 참여가 가능하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하여간 대형 석탄 발전소에 연결된 기존 송전 설비는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위해서도 매우 소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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