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신임사장 20일 취임식에서 쓴소리
민간과 같은 환골탈태 및 제2의 창사 주문
"한전 회계분리로 재생에너지 사업 참여"

김동철 한전 신임사장이 20일 나주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_한전
김동철 한전 신임사장이 20일 나주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_한전

[이투뉴스] 김동철 한전 신임사장은 20일 "뼈아픈 소리지만, 그동안 한전이 공기업이라는 보호막, 정부보증이라는 안전판, 독점 사업자라는 우월적 지위에 안주해 온 것 아니냐,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미래 대비를 소홀히 한 채 무사안일했던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날 나주혁신도시 한전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 일성을 통해서다.

그러면서 "위기의 모든 원인을 외부탓으로만 돌려선 안된다. 스스로 냉철한 반성없이 위기 모면에만 급급하면, 위기는 계속되고 한전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4선 정치인 출신의 새 한전 사장은 임기 첫날부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사상 초유 재무위기로 직원들의 사기가 곤두박질쳐 안타깝지만, 그 원인이 외부에만 있지 않다며 '환골탈태'와 '제2의 창사'를 주문했다. 

김 사장은 "1990년대 한전은 시가총액 1위 국내 최대 공기업이고, 2016년에는 포브스(Forbes) 선정 글로벌 전력회사 1위 기업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한전은 어떻냐"고 반문하면서 "절체절명 위기 앞에서 제2 창사라는 각오로 결연하게 나가야 한다. 글로벌 무한경쟁과 에너지대전환 시대에 새 기회 영역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에 성공한 기업으로는 KT와 포스코, 이탈리아 에넬(ENEL)사 등을 꼽았다. 과거엔 비교대상으로도 삼지 않았지만, 지금의 KT는 유선비중이 3%에 불과하고 무선 및 인터넷, 미디어 콘텐츠, 금융 등을 아우르는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변신했고, 포스코는 철강업에 더해 이차전지 원료부터 재활용까지 진출해 재계 5위가 됐다고 했다. 이탈리아 에넬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에 진출해 지난해 전력회사들이 적자를 기록할 때 16조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한 기업이다. 

한전은 '글로벌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사장은 "전기료에만 모든 것을 거는 회사가 되어서는 안된다. 기존의 구조와 틀을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새 수익원을 창출해 전기료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중장기적으로 총수익의 30%이상을 국내 전력판매 외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에너지혁신기업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돼 에너지 신산업과 신기술 생태계를 주도하고 ▶해상풍력과 같은 대규모 사업을 주도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신재생 발전사업 진출은 김종갑 전임 사장 시절부터 추진하다 망중립성 훼손 문제로 중단된 과업이다. 

한전 임직원들이 김동철 사장의 취임사를 듣고 있다.
한전 임직원들이 김동철 사장의 취임사를 듣고 있다.

발전사업 참여는 회계분리로 가능하다는 견해다. 김 사장은 "지난해 9%인 신재생비중이 2036년 30.6%로 늘면 전력구입비도 10조원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국민 전기료에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며 "한전이 신재생사업을 직접 수행하면 발전원가는 대폭 낮아지고 전기료 인상요인도 흡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재생을 직접 하더라도 한전과는 독립된 조직으로 운영하고 회계도 분리하겠다. 계통 접속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망중립성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면서 "대규모 해상 풍력 등 민간 독자 수행이 어려운 분야에서 생태계 전반에 걸친 민간과의 협력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 공동이익을 추구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선결과제는 무엇보다 전기료 정상화임을 상기시켰다. 김 사장은 "누적적자는 47조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은 무려 600%에 육박한다. 201조원의 한전 부채는 국가 연간예산의 30% 수준이고, 국가 GDP의 10%나 되는 막대한 금액"이라며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국제연료가격 폭등과 탈원전 등으로 상승한 원가를 전기료에 제때 반영하지 못한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처한 이 절대위기는 쉽게 극복될 수 없고 이른 시일내 해결되지도 않을 것"이라며 "저에게는 한전 사장이 마지막 공직이 될 것이다. 어떠한 수고와 노력도 마다 않겠다. 맨 앞에 서서, 길고 힘든 여정의 고통을 함께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상복 기자 lsb@en2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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