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호 오일렉스 대표, 실시간 감독 프로그램 개발
횡령 노출된 현 시스템…중고나라서 버젓이 판매도
"주유소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달라져야"

강덕호 오일렉스 대표
강덕호 오일렉스 대표

[이투뉴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주유보관증이 버젓 팔리고 있다. 상당수가 '주유깡'을 통해 만든 것들이라고 본다. 드러나지 않은 것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

추석을 앞둔 지난달 26일 서울시 강동구의 한 공유오피스를 찾았다. 2층 로비에 들어서자 자유분방한 모습의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환한 주백색 조명 아래 가지각색의 테이블이 놓여 있다. 수십명이 노트북을 키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이곳. 각자의 방식대로 자신의 꿈을 고 있는 현장이다.   

이곳에서 만난 강덕호 오일렉스(Oillex) 대표도 마찬가지다. 석유유통업계에 뛰어든 1990년생 청년사업가다. 그는 앉자마자 노트북과 대형 스크린을 연결해 회사현황을 설명했다. 이로도 부족해 보드마카를 들고 화이트보드에 적어 내려갔다. 인터뷰보다는 마치 프레젠테이션을 보는 것만 같다. 그의 눈빛에는 열정이,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오일렉스는 지난해 9월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이제 갓 돌을 넘긴 신생회사다. 오일렉스는 법인을 위한 주유비 관제(管制) 솔루션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누수되고 오용되는 법인 주유비, 소위 '주유깡'을 잡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주유깡은 허위로 유류비를 결제하고 남은 차액을 현금으로 취하는 형태를 말한다. 회삿돈(법인카드)을 이용한 일종의 횡령이다. 

결제금액과 실제 주유량이 달라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법인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자 A씨는 ㄱ주유소에서 법인카드로 15만원어치 기름을 넣을 계획이다. 그런데 전부 다 주유하지 않고 10만원어치만 결제, 남은 차액을 요청한다. 

이때 주유소는 '주유보관증'이라는 종이 형태로 나머지 5만원을 되돌려준다. 이곳 주유소에서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주유권이 생긴 셈이다.  물론 A씨와 주유소가 친밀한 관계라는 전제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주유보관증은 대부분 차주들의 뒷주머니로 들어간다. 본인이 직접 사용하거나 나아가 타인에게 판매해 현금화하기도 한다.

"회사에선 15만원 주유했는지, 10만원 주유했는지를 차를 뜯어보지 않는 이상 판단하기 어렵다. 오롯이 영수증만 믿어야 하는 형국이다. 영수증이 있는 것이라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주유소는 단골 장사가 많기 때문에 거래처와 외상거래나 선입거래도 적지 않다."

현재 '석유 및 석유대체연사업법'에는 이를 제지할 별도 규정이 없다. 석유사업자가 해서 안되는 행위를 규정하는 석대법 39조에도 가짜석유 제조, 정량미달 판매 등만이 있을 뿐 관련 제지 조항은 없다. 

다시 말해 횡령을 목적으로 주유보관증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거래자를 석대법에 의거해서는 법적조치를 취할 순 없다. 주유소는 아예 처벌대상이 아니다. 도의적인 책임을 제외하면 사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단, 면세유나 화물차보조카드(유가보조금)를 이용한 경우라면 어떠한 경우에도 양쪽 모두 처벌을 받는다.

현재도 각종 온라인 중소거래 사이트에 주유보관증이라고 검색하면 수페이지가 나온다. 몇천원에서 수백만원까지 금액은 다양하다. 쉽게 검색되다 보니 이것에 대해 물어보는 질문도 많다.

"이들은 통상 주유보관증을 적혀 있는 금액보다 10%가량 싸게 판매한다. 5만원 주유권을 4만~4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으니 일반인도 혹하기 마련이다. 만일 판매하지 않고 차주가 직접 쓴다면 이것은 아예 적발조차 불가능하다."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주유보관증.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주유보관증.

◆실시간 주유상태 체크하는 프로그램 공개
"어렸을 때 집안에서 주유소를 했다. 10곳 정도를 운영한 석유대리점이었다. 학창시절 직접 주유총도 쏴봤고, 소장일도 경험해 봤다."

석유유통업계에 발을 내딘 이유에 대한 강 대표의 답변이다. 사실 유통업계는 업태 변화가 거의 없다. 주유소도 과거 수십년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젊은 청년이 뛰어들기엔 메리트가 적고 업계 전망도 불투명하다."

"현장에서 주유소 명암을 고스란히 다봤다. 주유깡하는 모습 어디 한두번 봤겠나. 그렇기 때문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업계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오일렉스는 자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법인차량의 주유비를 감독한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운전자의 기본정보를 비롯해 주유소위치, 주유량, 시간 등 관련 정보가 담겨 있다. 차량관제부서 또는 회계부서가 이를 보고 실시간으로 법인이 지출한 유류비를 파악할 수 있다. 월별로 볼 수 있어 유독 많이 지출한 달도 확인 가능하다. 예상연비, 실연비 등도 비교할 수 있다.    

"우리와 협력하고 있는 법인은 아직은 15곳 정도로 적다. 하지만 이제 막 첫발을 뗐다고 생각한다. 본래는 차량대수별로 월구독료를 받을 계획이지만 현재는 홍보차원에서 무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는 지금의 방식은 사후관리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수증을 보고 수기 또는 엑셀로 정리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사 프로그램을 통해 악용사례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고 이는 주유비 절감으로도 이어진다. 

법인뿐만 아니라 주유소에게도 솔루션을 제공한다. 위치, 가격대, 거래방식, 부가혜택(세차) 등을 종합해 법인이 주유할 수 있는 최적의 주유소를 매칭한다. 법인과 주유소의 지정거래다. 

오일렉스의 이 프로그램은 현재 에쓰오일과 서울창업허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스타트업 혁신 프로그램' 1차에 합격한 상태다. 최근 2차 발표를 마무리했다. 

"주유소는 고정 수요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선 모든 것을 고려한 최적의 장소에서 기름을 넣을 수 있다. 모두가 윈윈하는 셈이다."

강덕호 대표.
강덕호 대표.

◆"주유소도 디지털전환 이겨내야"
지정주유소를 찾는 과정에서 애로사항도 많았다. 함께하기 위해 서울 대부분 주유소에 전화를 돌렸단다. 찾아오라고 하는 곳은 모두 방문했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대부분 사장님들이 취지에는 깊이 공감해 주셨다. 그러나 우리 주유소는 아직이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회의감까지 들더라.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주유소의 한계를 다시 한번 느꼈다." 

강 대표는 현장에서 느낀 답답함을 연신 토로했다. 한발자국 앞으로 내디뎌야 할 시점임에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인식을 바꿔야 하고, 깨어있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릴 적 주유소 현장을 직접 경험해 봤기에 가능한 쓴소리다. 

"가게 문만 열어 놓고 마냥 정유사 탓, 유가 탓만 할 순 없지 않은가. 결국 주유소는 두가지다. 가격경쟁력을 갖던지, 그게 아니라면 또다른 무언가의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보다 더 능동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주유권 선물하기' 기능도 마찬가지다. 현재 오일렉스는 주유소와 연계해 해당 주유소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주유권(5000원권, 5만원권)을 판매하고 있다. 아직 시작단계인 만큼 구매 가능한 주유소는 소수다.

하지만 그는 이런 시도조차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수익다각화를 위한 다방면 노력이다. 

"주유소도 결국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접목해야 한다. 그래야 업계가 산다."

두시간여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질문. 강 대표에게 오일렉스의 최종 목표가 무엇이냐고, 회사 내 직원을 몇명까지 늘리고 싶냐고 물었다. 당찬 포부를 기대했건만 스타트업 대표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음, 현재 7명인데 15명 정도면 되지 않을까. 어벤져스 같은 15명만 있으면 될 것 같다. 더 많아지면 전부 고정비용이다.(웃음)"

오일렉스 온라인 데모페이지.​
오일렉스 온라인 데모페이지.​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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