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환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소방위 (특수재난 전문가)
英 주차장서 1400여대 전소, 노르웨이서도 건물 붕괴
지멘스 발간 '전기차 주차장 화재 안전' 백서 시사점은

김흥환 경기소방재난본부 소방위
김흥환 경기소방재난본부 소방위

[이투뉴스] 2017년 영국 리버풀 한 개방형 주차장 건물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1400여대의 차량이 전소됐고, 6층짜리 건물이 붕괴 수준으로 훼손됐다. 2000년 노르웨이 스타방에르공항 주차장 화재도 유사한 사고다. 200~300여대가 완파됐고, 1300여대가 피해를 입은데다 건물 일부가 무너졌다. 특정 전기차의 열폭주로 시작돼 30초에 1대꼴로 인접 내연기관차가 불탔다. 대형차가 증가와 가연성 플라스틱 비중 증가는 앞으로 화재 확산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유럽은 이런 대형화재에 대비해 개방형 주차장이나 건물 공용주차장에 대해서도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지하주차장에 대해서만 대책을 검토하는 우리와 비교된다. 올해 6월 지멘스가 발간한 ‘전기차 주차장 화재 안전’이라는 백서는 그런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우리에게 발전기 터빈업체로도 잘 알려진 지멘스는 화재 감지와 소화, 경보, 대피 등의 관련 제품이나 시스템을 글로벌로 공급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전기차 지하주차장 화재‧폭발 위험과 그 해법을 제시한 백서를 통해 국내 현장의 개선사항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 백서는 우선 전기차 주차장의 화재 위험을 크게 5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리버풀 사례처럼 ‘다중차량화재’이다. 다수의 내연기관 차량과 소수 전기차가 혼재된 상황에서 열폭주와 함께 많은 차량이 엄청난 열과 연기에 휩싸이는 상황을 말한다. 건물의 구조적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대형복합재난으로 볼 수 있다.

지멘스 보고서 표지
지멘스 보고서 표지

두 번째는 ‘전기차 화재’로 진압이 쉽지 않고 짧게는 수시간에서 길게는 며칠간 발화할 수 있지만 화재 부하나 강도, 연기 생성 등은 기존 내연기관 화재와 유사하게 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약 70℃ 이상의 온도에서 가연성과 인화성이 높은 전해질 증기가 증발하기 시작해 오프가스를 발생시키고, 점화원이 있으면 폭발적인 연소가 진행된다. 백서는 화재진압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배터리 냉각을 거론한다. 배터리의 밀폐 특성상 일반적인 스프링클러 등 소화설비는 효과적이지 않으며, 특히 우리나라와 달리 전기차를 수조 등에 담가 진압할 경우 최소 24시간 이상을 놓아두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세 번째 화재 유형은 ‘전기차 충전소’이다. 전기차보다 부하가 낮고 아직 사고도 드물지만 향후 보다 빠른 충전을 위해 다량의 전력을 사용하면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충전소 화재의 주요 원인은 전기 오작동 및 단락, 케이블 손상, 충전장비 결함 또는 전기적 써지, 배터리 급속충전에 의한 과열, 충전장비의 부적절한 사용 또는 낙뢰 등이다. 국내에서는 소방청이 최근 주유소(주유취급소)내 전기차 충전설비 규제를 완화한 것과 관련,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며 주변에 설치된 시설과 복합적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네 번째는 리튬이온배터리 ESS(BESS)에 대한 우려다. 향후 전기차 충전, 재생에너지 변동성 관리, 전력망 부하 균형의 필요성을 감안할 때 대규모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충전설비와 함께 전용 공간 또는 컨테이너형 솔루션으로 다양한 장소에 설치될 경우 복합적인 화재 위협에 대해 연구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다섯 번째는 ‘환경 및 구조적 위험’이다.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시 코발트, 망간, 니켈, 리튬 등 중금속이 방출돼 인체 흡입 시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으며 그 농도는 안전한계의 4000배 이상으로 차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플라스틱 연소와 함께 화재 지역을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또 전해질 화학물질의 경우 소화수와 결합해 지역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는 독성이 강한 혼합물이므로 소화폐수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도 전기차 화재 시 화학사고와 동등한 기준으로 제독과 오염수를 관리해야 하며, 막대한 양의 폐수가 인근 하천이나 지하수로 흘러들지 않도록 관련기관들의 세부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

백서는 이런 위험에 대응한 대책을 마련하기 전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서 국내 현실과 주요한 차이점이 있다. 우선 전기차 주차장 화재 보호대상으로 ▶주차장 거주자 및 소방에 대한 위험 최소화 ▶건물의 구조적 완전성을 훼손할 위험 최소화 ▶화재발생 후 정상적 운영 재개에 필요한 시간 최소화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추가경보 및 대피를 위한 보호대상으로 ▶위험에 처한 모든 사람 ▶안전담당자 및 소방에 조기경보 제공 ▶시설관리자에 조기 경보를 제공해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 ▶허위 경보 방지 및 회피 등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나라가 간과하는 중요한 부분은 크게 두가지이다. 우선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와 관련해 구조적으로 건축물에 손상이 가해져 심각할 경우 건물이 붕괴될 수 있고, 손상이 비교적 경미한 경우에도 건물의 구조적 손상에 대한 평가를 통해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에 대한 조기경보 일환으로 소방시설 감지기에 대한 강화와 허위경보 방지 및 회피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화재 감지기들은 리튬이온배터리 열폭주 초기징후인 오프가스(Off-Gas)를 탐지할 수 없다는 점은 둘째치더라도 너무 잦은 오작동으로 소방력의 낭비가 엄청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방청은 화재 초기 전력 집중투입을 강조하고 있어 허위경보를 막고 회피하는 기술개발이 중요하다. 특히 리튬이온배터리 오프가스 탐지를 위한 탐지기들은 농도가 낮은 경우를 감안한 민감도가 높아 오작동 가능성도 높은데, 대책마련이 선행되지 않으면 열폭주의 조기감지가 요원해질 수 있다. 백서는 이에 따라 결론을 통해 전기차 주차장의 화재 예방 및 진압대책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화재 예방에 있어 리튬이온배터리의 열폭주 특성상 초기징후인 오프가스 탐지와 관련해 기존의 전통적인 화재 감지기(Detector)들은 불가능하므로, NFPA855 개정판 내용처럼 ‘흡입식연기감지기(ASD; Asprating Smoke Detector)의 설치를 강조하고 있다. 지멘스의 경우 독자기술로 허위 경보 방지와 회피를 위한 ASA기술을 추가했고, 화재발생 1~2분 이내에 조기 감지하는 시험에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백서는 ‘화재 진압대책’으로 고압의 물분무(High Pressure Water Mist)가 매우 효과적이었음을 실험 결과와 함께 공개하고 있다. 고압의 물분무에 대해서는 역시 NFPA855에서도 강조된 바 있다. 기존 스프링클러와 다른 점은 동일한 방식에 물을 분무로 변환하는 효과를 추가한 점이다. 노즐의 압력은 약 50bar로 미세한 물방울의 평균크기는 50~100㎛라고 한다. 최근 D급 소화기가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NFPA를 비롯한 서구권에서 오직 물 분무만을 효과적인 소화약제로 강조하는 이유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알다시피 전기차에 장착되는 리튬배터리는 이미 제조사부터 열폭주의 위험성을 잘 알기에 매우 단단하고 높은 열에도 녹지 않는 포장을 적용하며, 해당 배터리는 차량 하부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물 분무의 작은 입자만이 효과적으로 이러한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배터리에 접근할 수 있으며, 물분무는 기화하면서 큰 냉각효과를 발휘하고 동시에 부피가 1700배 가량 증가해 주변에 공기를 대체(제거)하므로 연소에 필요한 산소를 제거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오직 분무 형태만이 현 상황에서 적절한 소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백서는 강조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 백서는 고압 물 분무의 장점으로 실험에 따른 몇가지 결과를 추가 제시하고 있다. 기존 방식의 스프링클러보다 최대 7배 정도 냉각효과가 크다는 것과 물소비량을 결과적으로 최대 80%까지 줄여준다는 점이다. 몇 년 전부터 경기소방을 비롯해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에서도 차량 하부에 효과적으로 주수가 가능한 관창을 개발해 적용토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의 진압은 기존 진압방식 대비 소화수 양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앞으로 전기차 충전시설은 스마트폰, 스마트카를 넘어 ESS, HVAC설비 등과 함께 스마트 빌딩의 일부로서 총괄적 관리시스템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해외 유수기업처럼 소방 및 안전에 관한 전문성을 확보한 기업이 없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 새로운 기술을 무조건 먼저 적용하고 산업을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근 중국이 LFP 배터리로 전세계를 호령하듯 결국 안전이 중요한 요소임을 국내 산업계가 자각하길 바란다. 안전 의식을 강화한 K-배터리의 선전을 기대한다.

흡입식 연기 감지기(ASD; Asprating Smoke Detector)?

· 공기 샘플은 샘플링 구멍이 있는 파이프를 통해 보호가 필요한 영역에서 채취
· 연기 존재 여부를 감지기 챔버(detector chamber)에서 평가
· 광학이중파장감지 기술은 매우 조기에 매우 안정적인 화재 감지를 보장
· 높은 감지 민감도(high detection sensitivity)가 필요한 곳에 이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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