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FEOC 업체가 만든 배터리부품 세액공제 불가
구체적 정의 없지만 사실상 중국·러시아·이란·북한 타깃

[이투뉴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났다. IRA는 지난해 8월 16일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발효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추진한 법안으로, 법안명처럼 자국 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설계됐다. 미 제조업 부활과 경제활성화를 목적으로 한다. 

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후변화 대응 지출액을 포함시켰다. 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부문에 투입되는 예산은 3690억달러(493조원)로 전체 투자액에서 80%를 차지한다. 친환경 전기차(EV) 세액공제가 적잖을 부분을 차지한다. 

몇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전기차 한대당 최대 7500달러(한화 1000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계 전기차·배터리 업계가 IRA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국내 업계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기아는 아직 타격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IRA 시행 이후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아직 양호하다. 반면 배터리업계는 수혜를 봤다.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가 지난달 발간한 '미국 IRA 시행지침이 우리나라 배터리 공급망에 미칠 영향(2023. Vol. 09)' 보고서를 통해 IRA 영향과 전망을 내다봤다.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 한해 세액공제
보고서에 따르면 친환경 자동차의 세액공제 요건은 크게 4가지다. 북미에서 최종조립을 시작으로 ▶배터리에 포함된 핵심광물의 40% 이상이 미국 또는 미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되어야 하며 ▶배터리부품의 50% 이상을 북미에서 생산해야 하고 ▶해외우려기관(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을 출처로 하는 핵심광물 및 배터리부품을 사용해선 안된다.

우선 전기차는 북미에서 최종조립된 것이어야 한다. 미국·캐나다·멕시코 영토에서 조립된 전기차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IRA이 지나친 보호무역이라고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배터리에서 사용되는 핵심광물도 미국을 거쳐야 한다.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되거나, 북미 지역에서 재활용 된 것이야 한다. 올해는 조달비율이 40%인데 매년 10%p씩 80%까지 늘어난다. 2027년부터는 배터리에 쓰이는 광물 중 80%가 이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의미다. 

적용대상 핵심광물은 리튬을 비롯해 니켈, 코발트, 망간, 크롬, 흑연, 텅스텐, 아연, 알루미늄 등 50종이다. 배터리 원료광물이 거의 포함돼 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비상등이 켜진 이유다. FTA 체결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호주, 바레인, 캐나다,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이스라엘, 요르단, 멕시코, 모로코, 니카라과, 오만, 파나마, 페루, 싱가포르 등 20개국이다.

ⓒ보고서.
ⓒ보고서.

일본은 다른 방식으로 탈출구를 찾고 있다. IRA 핵심광물 요건 충족이 어려워지자 올 3월 '미·일 핵심광물협정(CMA)'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FTA 체결국과 유사한 지위를 인정 받았다. 현재 EU와 영국은 C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아르헨티나 등도 CMA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 요건은 배터리다. 배터리부품 자체도 북미에서 생산돼야 한다. 배터리부품은 음전극, 양전극, 분리막, 배터리셀, 배터리 모듈 등을 일컫는다. 마찬가지로 조달비율이 10%p씩 늘어나는데, 올해 50%를 시작으로 2029년 100%를 채운다. 

마지막 조건은 '해외우려기관(FEOC)'. FEOC에서 들여온 핵심광물 및 배터리부품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시행은 내년부터다. 2024년부터 FEOC가 제조하거나 조립한 전기차 배터리부품이 포함된 전기차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듬해인 2025년부터는 FEOC가 채굴·가공한 핵심광물도 포함되서는 안된다.  

◆해외우려기관에 중국 포함될 가능성 상존
보고서는 FEOC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IRA는 아직 FEOC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지 않았다.

FEOC는 미 인프라투자고용법(IIJA)에 규정된 정의를 준용하고 있는데, IIJA에서 FEOC는 중국·러시아·이란·북한이 소유 또는 통제하는 기업을 말한다. 해석방향에 따라 국내 기업의 요건 충족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이다. 제3국에 진출한 중국기업, 중국기업과 합작한 회사 등도 FEOC에 포함될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지침은 연내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시행된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대략적인 유추가 가능하다. 이 법안은 FEOC를 규정했다.

반도체지원법에 따르면 FEOC는 ▶중국에 설립되거나 본점을 둔 기업(지분 관계 무관) ▶중국에 설립된 외국기업(미국 기업 포함)의 100% 자회사 ▶중국정부, 국영기업 등 중국 파트너와 공동소유 또는 합작투자 기업 중 중국 측 의결권이 지분 25% 이상인 경우 등이다. 

다만 아무리 미국이어도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핵심광물 보유국이며, 핵심광물의 가공공정도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실제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파나소닉, 삼성SDI 등 글로벌 기업들은 FEOC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들은 미 재무부가 FEOC 기업으로부터 최소한의 광물 또는 부품수입도 허용하지 않을 경우 IRA 규정준수가 '거의 불가능(nearly impossible)'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정부도 올 6월 핵심광물 채굴부터 셀 제조까지 배터리 공급망 특유의 복잡함과 글로벌 상호의존성을 고려해 FEOC를 규정해 달라고 공식의견서를 제출했다. 

무역협회 보고서는 "현행 규정을 볼때 한·중 합작사는 문제가 없다. 합작사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추후 FEOC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합작사가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중국산 또는 중국기업을 완전히 배제하기보다는 지분율, 추가투자 제한 등의 기준을 만들어 견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어쨌든 양극재 및 전구체 생산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내재화할 필요가 있다. 리튬과 같은 주요 광물도 공급처를 호주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풀이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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