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휘발유 소비량…한국↑, 일본↓
정제설비 한국 '집중형', 일본 '분산형'

[이투뉴스] 우리 에너지산업은 일본을 많이 닮아있다. 토대로 삼은 에너지법과 시스템 등이 대부분 일본에서 건너왔기 때문이다. 석유산업도 마찬가지다. 양국 모두 부존자원이 없어 해외의존도가 높다. 상류(업스트림)가 아닌 하류(다운스트림)부문 중심의 산업이라는 점도 닮았다. 차이점도 있다. 한국석유유통협회와 일본 전국석유상업조합연합회(전석련) 자료를 토대로 양국의 석유산업을 비교해 봤다.  

◆중동의존도 큰 일본…한국은 미국산 多
2022년 일본은 전체 9억8476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대부분을 중동에서 들여오는 것이 특징이다. 중동산 원유 비중이 95.2%에 달한다. 일본은 1980년대 들어 중동의존도를 60%대까지 낮추는데 성공했지만 다시 늘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점으로 돌아왔다. 수입국을 보면 사우디아라비아(39.2%) 비중이 가장 높았고 아랍에미리트(38.5%), 쿠웨이트(8.5%) 순이다.

같은 기간 한국은 10억3128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양국의 수입물량은 엇비슷하지만 수입국은 확연히 다르다. 한국의 중동산 비중은 2011년 87.1%로 정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2018년 73.5%, 2019년 70.2%, 2020년 69.0%, 2021년 59.8%를 각각 기록했다. 단 2022년부터는 다시 늘고 있다. 2022년 67.4%, 지난해(1~11월) 72.1%로 집계됐다. 러-우 전쟁으로 러시아산 수입이 막힌 탓이다.   

국가별로 보면 마찬가지로 사우디아라비아(32.9%)가 가장 많았고, 미국(13.2%), 쿠웨이트(10.0%), 이라크(8.4%), 아랍에미리트(8.3%)가 뒤를 이었다. 미국이 단박에 2위로 올라선 것도 눈에 띈다. <관련기사 2023. 05. 16. 한반도 중동産 원유 다시 늘었다>

석유제품 소비에서도 양국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휘발유 소비가 줄고 있는 반면 한국은 매년 늘고 있다.

2022년 일본의 휘발유 소비량은 2억8163만배럴(4477만킬로리터)이다. 전년대비 1% 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수요가 최고치에 달했던 2004년과 비교하면 1억배럴가량이 줄었다. 경유 역시 감소폭은 작지만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00년을 기점으로 매년 줄었다. 일본내 전문가들은 이같은 석유수요 감소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한국은 휘발유 소비가 늘고 있다. 2022년에는 8837만배럴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전(2013년)에는 7342만배럴에 불과했다. 경유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소비가 줄고 있다.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9년을 기점으로 그래프가 꺾였다. 경유 소비량은 2019년 1억7180만배럴에서 2022년 1억6366만배럴을 기록했다. 

2000년도 초반을 정점으로 휘발유·경유 모두 수요가 줄고 있다.
2000년도 초반을 정점으로 휘발유·경유 모두 수요가 줄고 있다.

◆정제시설 한국은 대형화, 일본은 소규모 분산
일본은 크게 5개 원매사(元賣社, 정유사 개념)가 석유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정유4사가 있는 한국과 유사해 보이지만 성장과정이 크게 다르다. 

원매사는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을 사들여 특약점(석유대리점)에 공급하는 회사다. 국내 정유사가 각자의 주유소를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과 달리 원매사는 최초 유통만을 맡았다. 때문에 한국은 정유사가 시장지배력이 있지만 일본은 원매사 영향력이 훨씬 크다. 과거 17개 원매사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기업간 흡수합병을 통해 대규모 재편이 이뤄졌다. 석유수요 감소, 대형화 목적 등이 주이유다. 원매사끼리 서로 뭉치면서 규모를 키웠고 그 과정에서 쉘(Shell), 에소(Esso), 모빌(Mobil) 등 일본시장에 진출해 있던 외국 자본들이 자취를 감췄다. 

현재는 에네오스(ENEOS), 이데미츠(Idemitsu Kosan), 코스모에너지(Cosmo Energy Holdings) 세 기업을 '석유 3강'으로 부른다. 에네오스가 업계 1위다. 

M&A를 통해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것도 특징이다. 현재 원매사는 한국 정유사처럼 정제부터 소매(주유소)까지 전방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과거 원매사의 개념이 많이 희석된 배경이다.

정제설비 형태도 서로 다르다. 일본은 '분산형' 방식을, 한국은 '집중형'을 택했다.

국가 전체로 보면 양국 정제능력은 엇비슷하다. 한국은 하루 336만배럴, 일본은 316만 배럴이다. 각각 세계 5위, 7위 규모다. 하지만 단일공장별 규모 차이가 크다. 

한국은 4개사가 5개 정제시설(울산 SK에너지, 여수 GS칼텍스, 대산 HD현대오일뱅크, 울산 에쓰오일, 인천 SK인천석유화학)을 운영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해안가를 중심으로 소규모 정제시설 수십개가 흩어져 있다.

한때는 30여개가 넘었으나 현재는 20개소만 남았다. 지진이 잦아 규모를 키울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로 작용했다. 

한국은 수가 적은 대신 규모가 크다. 단일공장별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이다. 공장별 정제처리 능력을 보면 세계 5위권에 3개사가 포함돼 있다. SK에너지 울산공장(하루 84만배럴) 2위, GS칼텍스 여수공장(80만배럴) 4위, 에쓰오일 울산공장(67만배럴) 5위다. 

일본 석유시장 흡수합병 과정. 일본석유연맹 'Petroleum Industry in japan 2022' 보고서 캡쳐.
일본 석유시장 흡수합병 과정. 일본석유연맹 'Petroleum Industry in japan 2022' 보고서 캡쳐.

◆일본內 주유소 6만개→3만개 '반토막'

일본 주유소 현황. 지난 30년새 주유소 3만개가 폐업했다. 
일본 주유소 현황. 지난 30년새 주유소 3만개가 폐업했다. 

양국 주유소업계가 마주한 현실은 대동소이하다. 수익성 악화로 문을 닫고 있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 셀프주유소 전환과 사업다각화가 공통된 키워드다.  

2022년 일본내 주유소는 2만7963개다. 1994년 6만421개로 정점을 찍고 이후 가파르게 줄고 있다. 지난 30년동안 3만개 이상이 사라졌다. 일본 석유판매업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주유소 사업자들은 폐업의 가장 큰 이유로 '후계자 부재'를 꼽았다. 가업을 이을 사람이 없다는 것. 다음으로 '시설의 노후화', '유류 판매량 감소', '수익감소' 등을 지목했다. 

감소폭은 덜하지만 한국도 마찬가지다. 2010년 1만2898개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이후 꾸준한 하향곡선이다. 2022년 한국 주유소는 1만954개를 기록했다. 조만간 1만개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주유소의 안정적인 휴·폐업을 위해 일본정부는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폐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은 없지만, 대신 위험물(유류탱크) 방치 및 토양오염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전개했다. 해체 철거비 일부를 보조하거나 교환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남아 있는 주유소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셀프주유소로 전환 중이다. 2022년 일본 셀프주유소 수는 1만721개로, 전체 주유소 중 38.3%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한국내 셀프주유소는 5243개, 47.8%다. 주유소 두 곳 중 한 곳 꼴이다.

사업다각화도 병행되고 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도 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일본 주유소 매출을 보면 유류판매 비중이 전체에서 절반이 안된다. 카페, 세차, 차량검사 등 다방면 사업을 통해 수익을 만회하고 있다. 심지어 렌트카사업은 물론 중고차를 판매하는 주유소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유소가 유외(油外)사업을 고민해야 하기는 양국이 마찬가지다.

일본 지바현 나리타시 소재 에네오스 셀프주유소. 주유소 내부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차주 말고 일반 손님도 많다. 카페에는 흡연실도 있다.
일본 지바현 나리타시 소재 에네오스 셀프주유소. 주유소 내부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차주 말고 일반 손님도 많다. 카페에는 흡연실도 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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