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책임감이 자산…부산지역 대표 특약점으로 우뚝
지역감정 한계 벗어나 부지런함으로 거래처 사로잡아

[이투뉴스] 30여 년을 노루페인트와 함께한 류철운 대표(67세)는 자타가 공인하는 부산지역 판로 개척의 주역이다. 지역감정이 팽배했던 90년대 초, 호남 태생인 류 대표가 낯선 영남지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에 더해 차별화가 필요했다. 류 대표는 노루페인트와의 만남으로 차별화에 성공했고, 무수한 노력으로 이제 지역을 대표하는 특약점으로 자리매김했다. 

류 대표가 회고한 지난 30여 년의 세월을 ‘노력’이란 단어 하나에 함축시키기엔 부족하다. 감당하기 쉽지 않았던 수많은 고난과 역경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80년대 후반 전라남도 광주에서 건축과를 졸업한 류 대표는 친구의 추천으로 부산에 있는 건설회사에 입사했다. 당시 부산으로 넘어오며 결혼해 아내와 부산 범일동 방 한 칸짜리 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그는 얼마 안가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건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힘들게 취업했던 회사가 정리해고에 나선 것이다. 

그때 건설회사에서 업무를 보며 접해본 페인트가 새로운 출발의 인연이 됐다. 류 대표는 가족과 미래를 위해 페인트 시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건설회사에서 책상 너머로 봐왔던 것과는 달랐다. 무임금으로 현장 일을 도우면서 페인트 시공 기술을 배우려 했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없는 돈을 탈탈 털어 현장 근로자들에게 점심까지 사주면서 힘들게 기술을 배울 정도였다. 류 대표는 힘들게 일을 배우면 배울수록 페인트로 성공하겠다는 각오를 다졌고, 여기에 믿고 따라와 준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시공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작은 오토바이를 산 류 대표는 매일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면서 허름한 집을 찾아다니며 무료로 페인트 시공 견적을 내주었다. 이런  방문영업은 결실을 거뒀다. 무상견적에 이어 직접 페인트를 시공했던 몇몇 집이 주변에 그의 꼼꼼한 일처리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고, 입소문을 통해 수많은 곳에서 시공 요청이 들어왔다. 

하지만 자본금도 부족하고, 혼자서 모든 물량을 감당할 수 없다보니 그 많은 공사를 맡을 여력이 없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때마침 페인트를 납품하던 한 업체 사장이 시공이 아닌 유통·판매를 제안했다. 영업 분야에는 나름 자신감이 있던 류 대표는 페인트 매장을 운영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고향에서 은행을 다니던 친동생에게 조심스레 지원을 부탁했다. 어릴 적부터 류 대표의 성실함과 책임감을 익히 알던 동생을 비롯한 가족들은 아파트 대출까지 받으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족들의 도움과 아내의 내조로 1994년 류 대표는 공터를 빌려 천막 가건물로 매장을 만들어 사업에 나섰다. 그는 매장을 오픈함과 동시에 영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일환으로 건설회사에서 근무할 당시 품질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노루페인트에 특약점 개설을 요청했다. 우수한 품질은 물론 본사 지원의 역량을 알기에 부산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한 것이다. 노루페인트는 당시 수도권에서는 인지도가 높았지만, 부산에서는 로컬 브랜드가 많아 지금처럼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다. 

지역 특성 상 브랜드 인지도가 타 제품에 비해 부족하다보니 초기에는 더 많은 홍보와 영업이 필요했다. 매일 자동차에 물건을 싣고 카 세일즈를 다니며 외상으로 제품을 제공하고, 현장을 돌며 제품을 알렸다. 이런 노력이 이어지며 조금씩 고정 거래처가 늘어났다.  

매장 운영이 항상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전라도 출신이 부산에서 매장을 운영한다는 게 쉽지 않은 시절이다.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류 대표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은 처음엔 따가운 시선을 보내던 지역 주민들의 인식을 바꿨다. 단가표 하나 제대로 없던 시절 가격에 대한 정직함도 거래처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 아들인 부사장과 끊임없이 변화 대응

류철운 대표와 그의 아들 류승현 부사장(오른쪽)을 비롯해 대웅상사를 이끌어가는 직원들이 지속성장을 자신하며 미소 짓고 있다.
류철운 대표와 그의 아들 류승현 부사장(오른쪽)을 비롯해 대웅상사를 이끌어가는 직원들이 지속성장을 자신하며 미소 짓고 있다.

류 대표는 환경변화에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본사에서 신제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받아 현장에 적용해 문제점과 장점을 파악했다. 초창기 조색기가 도입될 때도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이를 설치해 경쟁력을 높였다. 새로운 것에 대한 깊은 탐구로 본사 뿐만 아니라 다른 특약점에서도 제품이나 조색기에 대한 장단점을 그에게 물어볼 정도다.

현재 대웅상사는 류철운 대표와 아들인 류승현 부사장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류 대표는 아들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대견하고, 예전 세대가 해왔던 것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열정이 회사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점차 젊어지고 있는 고객과의 소통도 놀라울 정도라며 가업을 물려줄 계획이다. 

그는 아들 류승현 부사장과 고객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해 자주 얘기를 나눈다. 고객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또 무엇이 불편한지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판매량도 늘어나고 고객들도 자주 찾게 될 것이라는 경륜에서 오는 확신에서다.  

류 대표는 앞으로 무거운 페인트를 옮기는 직원들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지게차와 크레인을 도입하고, 또 매장을 넓혀 소비자에게 보다 더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일 계획이다. 언젠가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주고 은퇴하는 계획을 갖고 있으면서도 매장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여전히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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