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기硏, 캐나다 NRC와 공동연구 통해 '복합 고체전해질 개발’ 성공
화재위험 사라지고 유연성 장점, 에너지밀도 기존 전지보다 뛰어나

[이투뉴스] 전기자동차가 증가하면서 에너지밀도가 높은 리튬이온전지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리튬전지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 고열에 따른 폭발과 화재 위험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 더불어 에너지밀도 역시 아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꿈의 배터리인 전고체 전지기술을 개발했다. 액체 전해질이 아닌 고체를 적용해 화재위험성을 해소한 것은 물론 높은 에너지밀도로 전기차 주행거리 족쇄까지 풀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이창근) 에너지저장연구단 장보윤 박사팀은 상온에서도 높은 이온전도성을 가진 전고체 전지용 복합 고체전해질 개발에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복합 고체전해질을 적용한 전고체 전지는 310Wh/kg의 높은 에너지밀도 성능을 보였다. 또 구부리거나 자르는 극한 상황에서도 전지가 안정적으로 작동되는 우수한 내구성까지 증명했다.

연구진은 캐나다 국책연구소인 NRC(캐나다연방연구개발기관)와 2년간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복합 고체전해질 개발에 성공했다. 캐나다의 핵심 광물을 활용하는 등 국제협력을 강화해 연구원 역량 강화는 물론 이를 통해 북미시장 진출의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에기연 연구진이 개발한 복합 고체전해질은 국내 최초로 기존 산화물계 전해질의 함량 한계인 30%를 80%까지 높여 이온전도성과 안정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특히 고분자를 바인더(접착제 역할)로 활용해 소재 간 결착력과 안정성을 강화함에 따라 얇게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을 극복해 롤투롤 공정으로도 제작할 수 있다.

롤투롤 공정은 플라스틱 필름이나 금속 호일 롤에 유연하고 큰 표면의 필름을 연속적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말한다. 대량생산에 적합하며 연속적인 생산 과정으로 인해 효율성도 높아 향후 생산과정에서 경제성을 확보하는데도 유리하다.

이번에 개발한 고체전해질은 특수하게 설계된 적층형 고분자-산화물 복합전해질로 구성됐다. 산화물 고체전해질이 80% 함유된 중간층과 이온전도성 첨가제를 함유한 고이온전도성 고분자 전해질이 위-아래층으로 있는 3층 샌드위치 구조다.

연구진은 샌드위치 구조를 통해 양극과 음극이 맞닿은 부분의 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고함량의 고체전해질은 이온전도성을 10배 이상 향상시켜 우수한 성능을 발현했다. 여기에 복합 고체전해질에 적용된 고분자 전해질의 유연한 특성은 강도가 약해 얇게 만들기 어려웠던 산화물계 고체전해질의 한계를 극복하고 양산 가능성을 열었다.

복합 고체전해질을 적용한 전고체 전지는 기존 상용이차전지의 에너지밀도 한계(300Wh/kg)를 뛰어넘는 310Wh/kg을 나타내는 등 에너지밀도 역시 더 높였다. 또 전지를 구부리거나 잘라도 안정적으로 구동돼 발화나 폭발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김대일 책임연구원(앞줄 왼쪽)과 장보윤 책임연구원(앞줄 오른쪽) 등 에너지기술연구원 고성능 산화물 기반 전고체전지 개발 연구팀이 복합 고체전해질로 만든 전고체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대일 책임연구원(앞줄 왼쪽)과 장보윤 책임연구원(앞줄 오른쪽) 등 에너지기술연구원 고성능 산화물 기반 전고체전지 개발 연구팀이 복합 고체전해질로 만든 전고체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장보윤 에기연 박사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황화수소 발생 가능성이 있는 황화물계를 개발하는 추세에서, 안전하고 우수한 산화물계 고체전해질 기술개발과 사업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한계를 극복하는 배터리 소재 확보를 통해 전기자동차 시장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한 기술은 전고체 전지 스타트업인 에이에스이티(대표 박석정)에 1차 기술이전을 완료했다. 더불어 특허 등록과 출원 12건, SCI급 학술지 4건 게재 등의 우수한 성과를 달성했다. 

2026년 전기자동차용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박석정 에이에스이티 대표는 “글로벌 업체들이 전고체전지 기술 상용화를 확대해 나가는 시기에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며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위해 개발협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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