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이필렬] 2000년대 초 전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점점 더 커가고 있을 때, 이와 관련된 두개의 눈에 띄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나는 재생가능 에너지와 에너지효율 향상에 바탕을 둔 에너지전환이 가장 좋은 해법이므로 이것을 향해 빠르게 나아가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원자력만이 유일한 해법이니 원자력발전을 확대하여 기후변화의 위험을 해소하자는 것이었다.

당시에 원자력확대 그룹의 선봉에 서있던 인물은 가이아 이론으로 유명한 제임스 러브록이었다. 그는 환경주의자들이 선호하는 재생가능 에너지는 비현실적이고 오직 원자력만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녹색 에너지라고 주장하며 원자력의 급속한 확대를 지지했다. 그는 이러한 태도로 인해 그때까지 꽤 밀접한 관계였던 환경단체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지난해 103세로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입장을 조금도 바꾸지 않고 원자력을 옹호했다. 이에 반해 에너지전환 움직임의 선봉에서는 그린피스가 2005년 에너지혁명이라는 에너지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하고 에너지효율을 높이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80%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해 기후변화를 크게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에 재생가능 에너지가 원자력을 누르고 2050년까지 에너지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주장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원자력을 해법으로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재생가능 에너지가 주류가 된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오히려 화석연료를 버려야 한다면 원자력이 더 현실적이라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환경주의자도 등장했다. 물론 원자력 폐기를 강력하게 주장해왔던 그린피스의 에너지혁명 시나리오에서는 원자력은 2050년에 완전히 사라진다. 그러나 1차에너지 중 천연가스와 석유의 비중은 40%나 되고, 태양광, 풍력, 수력의 비중은 15%에 못미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에너지전환 쪽에서도 재생가능 에너지가 성장은 하지만 아주 빠르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특히 태양광발전에 대해서는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기대가 크지 않았다. 고정가격구매제도(FIT)를 도입하여 태양광발전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던 독일에서도 10kW급의 소형 태양열발전기가 더 값싸게 전기를 생산해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현재 태양광발전은 풍력과 함께 전세계에서 평균적으로 가장 값싸게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방식이 되었다. 당시에 원자력발전의 10배가 넘는 비용으로 발전하던 태양광발전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원자력발전보다 더 싼 비용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얼마전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에서는 한국과 러시아 등을 제외한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태양광과 풍력이 가장 값싸게 전기를 생산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3년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의 태양에너지의 비중이 25%나 된다. 풍력의 비중은 16% 정도다. 수력과 바이오를 합하면 비중이 70%가 넘는다. 원자력의 비중은 12%밖에 안된다. 재생가능 에너지가 완전한 주류가 되는 것이다.

세계적 추세가 이러한데 한국 정부에서는 이를 부정하는 것 같다. 원자력은 크게 늘리는 반면 재생가능 에너지는 전 정부의 목표를 크게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기업의 기후변화 억제 참여를 적극 유도하기 위해 민간단체에서 제안한 RE100에 대항해서 CF100이라는 한국에서만 찾을 수 있는 이상한 ‘기준’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가능 에너지는 줄이면서 CF100을 달성하자는 것은 원자력으로 거의 모든 전기를 채우자는 말과 다름없는데, 세계적 추세에 정면으로 역주행하는 것이다. 자칫 전세계의 조롱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가능성도 전혀 없다. 기후변화 억제를 위한 CF100의 진정성을 인정한다 해도 기저부하 중심의 원자력발전으로 전체 전기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정부는 CF100을 기발한 제안으로 볼지 모르지만, 나에게 그것은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왜곡하는 기상천외한 발상으로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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