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명예교수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명예교수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명예교수

[이투뉴스 칼럼 / 이필렬]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 선거에 나섰을 때 신규원전 건설을 중지하고 수명이 끝난 원전은 폐쇄하며 대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그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있던 2015년에는 원전관련 토론회에서 탈원전을 당론으로 하겠다는 언급을 했다. 2017년에는 대통령에 당선되어 이러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가자 탈원전,에너지전환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실천에 들어갔다.

그러나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에너지전환과 탈원전을 확고하게 밀고나가지 못하고 보수의 막무가내식 공격에 휘둘리며 모호한 태도를 취하다가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난 것이다. 정권이 20년은 유지되어야 에너지전환 기조가 정착될 수 있는데 5년 동안 부동산 문제와 코로나 수습 그리고 검찰의 난동을 무마하는 데 매달리다가 정권을 빼앗겼고, 그 결과 2년도 지나지 않아 에너지전환은 원점에서 마이너스 쪽으로 멀리 후퇴했다.

에너지전환이 현재 이렇게 멀어지게 된 이유는 결국 문재인 정권의 준비 부족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당론이나 공약으로 내세워 강하게 추진하려 했을지는 모르지만 탈원전과 에너지전환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사이에서 하나의 기술을 선택하고 시행하는 문제가 아니라 강력한 기득권과의 싸움이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데 그것이 부족했던 것이다.

준비 부족은 집권 초기부터 나타났다. 탈원전을 선언했으면서도 대통령이 나서서 원전 수출을 위해 동분서주했고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는데, 이는 탈원전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이미 착공 후 상당히 시공이 진행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시키려다 실패한 것도 세심한 준비 없이 섣불리 추진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원자력 기득권과의 싸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감사원과 검찰이라는 사정기관의 수장에 골수 원자력주의자를 임명한 것도 탈원전,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이들 사정기관의 역할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음을 보여준다. 에너지전환과 탈원전을 청와대에서 직접 주관하지 않고 산업통상자원부에만 맡겨놓은 것, 그리고 그 책임자인 장관을 에너지전환에 대한 관심이나 활동이 거의 드러나지 않고 따라서 에너지전환에 대한 이해도 낮고 의지도 강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인물을 임명한 것도 준비부족을 드러낸다. 탈원전과 에너지전환이라는 말을 항상 붙여서 사용함으로써 에너지전환이 탈원전과 같은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준 것도 세심한 고려부족의 결과다.

지금 우리나라는 모든 면에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에너지전환과 기후위기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고 원자력만으로 에너지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현 정권이 앞으로 이러한 기조로 3년을 더 통치하면 그로 인한 퇴행의 여파는 상당히 오래 지속될 것이다. 야권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조속히 현 정권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와 함께 여러 분야에서 세심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또 다시 실패를 맛보고 정권을 내줄지 모른다.

에너지전환은 기후위기 해결은 물론 RE 100이나 탄소국경조정제도 같이 무역장벽이 강화되어가는 국제무역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유지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제이다. 그러므로 다음 정권에서는 반드시 에너지전환의 강한 토대를 세워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문재인 정권의 에너지전환이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이 분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때 에너지전환을 탈원전과 결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탈원전은 두세대 이상 지나야 가능할 것이고, 에너지전환이 한세대 이상 진행되면 우리 사회에서 탈원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일반적 인식이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 탈원전을 기치로 내걸고 원자력 기득권과 싸우는 데 에너지를 소진하면 에너지전환은 더 지연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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