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회 법률사무소 이이(EE, 怡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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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칼럼 / 구민회] 이재명 정부가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의지를 밝히면서, 대한민국 산업계는 거대한 전환의 기로에 섰다. 이는 단순히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문제를 넘어, 우리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한 변곡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데, 특히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가 우리와 유사한 일본의 '탈탄소 성장형 경제구조 이행 추진 전략(GX 추진 전략)'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일본의 GX 추진 전략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경제성장’과 ‘에너지 안정 공급’이라는 두 가지 대전제 위에 세우고 탄소 감축을 위한 기술 개발 및 설비 투자를 미래 경쟁력 확보의 기회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데, 그 중 핵심이 ‘에너지절약투자촉진・수요구조전환지원사업비보조금(이하 에너지절약투자촉진 보조금)’이다.  

에너지절약투자촉진 보조금은 연도별로 수백억~2,000억엔 이상 대규모로 책정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23년도 추경예산엔 역대 최대 규모인 약 2,325억엔이 편성되었다. 보조금은 다년도 지원도 가능하며 사업 유형에 따라 최대 15억엔에서 20억엔까지 지원된다. 2025년도를 예를 들면, 보조금 신청 1차 공모에서는 215건이 선정되어 합계 301억여엔이, 2차 공모에서는 233건이 선정되어 합계 209억여엔 등 합계 510억여엔이 지원될 예정이다. 

이 보조금은 여러 사업자가 연계하여 진행하는 경우 더 높은 한도를 받을 수 있고 중소기업의 경우 사업비의 최대 2/3, 대기업의 경우 최대 1/2까지 보조받을 수 있으며 에너지 절약 효과나 에너지 절약량 혹은 에너지 소비 원단위(생산량당 에너지 소비량)를 개선 등의 명확한 개선 결과가 나와야 한다. 또한, 보조금 신청 시 단순히 설비를 교체하는 계획만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전후의 에너지 사용량과 절감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가 필수적이다. 이처럼 철저한 성과 검증 시스템을 통해 정부 재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도모하고, 기업들의 실질적인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유도한다. 

보조금을 관장하는 SII(Sustainable and Innovation Initiative)의 홈페이지에는 보조금 지급 사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회사 이름과 사업의 내용이 아주 자세하게 나와 있다. 예를 들어 군마현에 위치한 대기업인 신에쓰화학공업과 신에쓰반도체는 전력과 증기 연계를 통한 협력 에너지 절약 사업을 진행하는데, 전체 에너지 절감률은 20.5%, CO₂ 감축효과는 연 4만5377톤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하며, 총 사업비는 73억여엔인데 그 중 1/3가량인 24억여엔을 보조금으로 지급받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보조금 정책도 이와 같은 성과 기반의 접근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실제 에너지 절감량이나 온실가스 감축량을 엄격하게 검증하고, 이를 보조금 지급의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 재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고, 기업들이 더욱 책임감 있게 탄소 감축에 임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사업 완료 후 실적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성과를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는 것처럼, 우리도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2030 NDC 강화는 대한민국 산업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었지만, 이는 동시에 우리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일본의 사례를 거울삼아, 우리 산업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고,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한다면, 우리는 ‘탄소 감축’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선도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과거에 해 오던 대로 미미한 투자나 지원 그리고 보잘 것 없는 인센티브만 제시한다면, 어느 하나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신에쓰화학공업과 신에쓰반도체 사례는 만약 우리나라라면 투자 기대 효과를 꺼내기도 전에 ‘대기업이 자기 돈으로 해야지 보조금 신청이 말이 되냐’거나 ‘한 회사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보조금을 몰아줄 수 있냐’고 신청 단계에서 욕을 먹었을 것이다. 물론 관련 정보를 전혀 찾을 수 없어서 어떤 회사에서 무슨 성공 사례를 배울 수 있는지, 누가 얼마의 보조금을 받고 어떤 기대효과가 있다고 하는지 도대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대기업에 프로젝트마다 수 백억원의 보조금이 지원되는 것을 용인할 것인가? 정부, 국회, 기업, 시민 등 모든 플레이어들이 과거로부터 달라질 수 있을 것인가? 상향된 NDC 목표에 걸맞는 인식과 태도의 변화 그리고 과감한 대규모 투자를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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